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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비용, 쾌감 중독의 극복

무뎌진 만족 감각의 수용기를 회복시켜 작은 것에 만족을 키울 필요가 있다

by 김권수

무뎌진 감각, 비싼 감각, 쾌감 중독

우리는 왜 그렇게 맛 집을 찾아다니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려고 할까? 즐겁고 만족스럽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감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일상을 보다 행복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감각을 살릴 필요가 있다.

때로는 이런 생각도 해 본다. 감각의 만족을 위해서 우리는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무뎌진 감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더 강하게 감각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감각의 만족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을 더 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만족을 느끼는 감각 수용기를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잔잔하고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아도 만족을 느끼는 감각도 키울 필요가 있다. 강한 조미료에 길들여진 미각은 음식 고유의 맛을 느끼며 만족스럽기 힘들다. 매운 맛은 더 강한 매운 것에 끌리고 더 매워야 만족을 느낀다. 더 강한 자극에 길들여진 감각 수용기는 다른 자극을 느끼지 못하고 쉽게 만족 사인을 보내지 않는다.

우리 감각은 살아 있을까? 현대사회는 감각을 무디게 만들기 쉽다. 빠른 변화,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자극,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자극 때문에 감각을 세밀하게 느끼고 소화하기 힘들다.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자극은 한정되어 있어 많은 정보들이 제거된다. 빠른 속도에서는 지각하기 힘들어 결과에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변화의 과정을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은 점점 무디어 진다. 강한 자극이 감각을 독점하는 동안 미세한 감각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진다. 외부에서 주입되는 자극 때문에 내부의 감각을 인식하는 채널이 파괴된다.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감각으로 산다.


중독되고 내사된 감각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감각은 중독되고 무디어지고 무시당하는 감각이 너무 많다.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기 바빠서 자신의 신체적 감각을 충분히 느끼고 누리기 힘들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감각이나 감정을 무시하기 쉽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줄 모르고 스트레스에 공격당한다. 몸의 감각은 힘들고 잠시 멈추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쉽게 감지하지 못한다.

몸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미세한 감각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무디어진 감각은 외부에 의해 길들여진 내사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느끼는 감각이기 보다는 외부에서 강요된 강한 자극이나 습관적으로 반복된 자극을 선호한다.

타인이나 집단이 선호하는 감각적 자극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 착각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자신의 감각을 느끼고 인지하는 것이 둔해지고 자신의 감각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판단하고 선택하는데 확신이 가지 않고 갈등이 많아진다. 자신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고 신뢰할 때 자기존중감이 생기는데 내사된 감각은 자신의 믿음과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둔하고 내사된 감각의 수용기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갈등과 저항을 증폭시킨다.


더 많은 감각 만족 비용

감각적으로 무디어지다 보니 감각을 통한 만족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더 화려한 광경, 더 자극적인 맛, 더 강력한 자극을 위해 시간과 비용, 노력을 투자해야 만족을 느낀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 매일 지는 노을, 미세하게 섞여 오는 주변의 냄새, 단순한 된장국에 숨어 있는 냉이의 푸른 맛으로도 우리는 감각적인 만족을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무디어진 감각으로는 힘들다.

차 한 잔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차 잔의 온도, 색깔, 냄새, 여러 가지 섞여 있는 맛과 함께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수많은 만족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명상 중에 몸의 전체 감각을 미세하게 느끼는 바디스캔이라는 것이 있다. 발끝에서 몸 전체로 느껴지는 감각을 의도적으로 미세하게 관찰하고 느끼다 보면 감각을 인식하는 능력이 커진다. 이때 강한 자극에 묶여서 긴장되었던 몸이 이완되고 평소 무시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알아차린다. 이렇게 신체 감각에 대한 자각력이 높아지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커진다. 걱정, 근심, 불안, 두려움, 수치심 등 자신이 무시해도 좋은 의식적 낭비를 구분하고 만족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게 된다.


밀도 높은 감각의 충전, 만족 감각의 수용기 회복

우리가 감각적으로 너무 예민해서 문제라면 그것은 감각이 무디기 때문에 느끼는 갈등이다. 감각이 살아나면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감각을 조절하는 것도 쉬워진다. 감각을 살리면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적당하게 깔깔한 이불에서, 묵직한 외투의 무게감에서, 점심 메뉴의 곰탕에서, 아이의 머리결에서, 바닷가 뻘에 빨려 들어가는 발의 느낌에서, 차 한 잔에서, 목욕탕을 나와 쉬는 첫 숨결에서, 고목의 껍질에서, 철길이나 자동차의 진동에서, 오래된 두꺼운 종이의 질감 등에서 살아 있는 나와 기억이 되살아나 감사할 충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모두 감각적으로 느끼겠지만 충분한 만족으로 느끼기 힘든 사람도 많다. 다만 우리의 감각기관을 생각한다면 잠시 멈추고 조금은 천천히 주의를 집중하여 한 가지 감각을 느끼고 누리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 단 5분, 10분 만이라도 허기진 감각을 충전하는 시간은 의외로 누릴 것이 많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한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의 밀도 높음 경험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위로할 수 있다. 오늘은 어떤 감각을 충전하고 누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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