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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Jan 15. 2016

내 몸의 자각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

내 몸의 자각력이 높아질 때 소외와 혼란, 갈등에서 평화로움을 만난다.

우리의 뇌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신경계를 중심으로 하는 신체적 감각의 파충류 뇌, 감정을 중심으로 하는  포유류의 뇌, 이성적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뇌가 중첩되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신체, 감정, 이성적 판단은 서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작동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인은 이성을 너무 중요시해서 파충류 뇌의 반응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체적 감각을 인식하는데 늦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배고프고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먹고 쉬거나 자야한다. 그런데 조금만 더 버티면서 이런 신호를 무시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몸으로 나타나는 신호에 대해 무감각하게 되고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피곤하면 위험을 감지한 파충류 뇌의 시상하부가 감정의 뇌인 변연계로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인간의 뇌라고 하는 전두엽에서 이를 억제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다. 우리는 우리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파충류의 뇌로 접근하는 것이 어렵고 둔감해졌다. 결국 정서뿐만 아니라 몸을 관리하는 자율신경이 파괴되는 자율신경 부조증이나 대사증후군 등 신체적 신호감지 조율이 힘들어 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파트 꼭대기 15층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데 똑똑똑 반복적으로 소리가 들린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할수록 그 소리는 주의를 빼앗아 가고 책을 읽는데 집중할 수가 없다. 아래층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옥상에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끊어졌다가 다시 시작된다. 창문을 열고 살펴봐도 알 수가 없다.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끙끙대며 시름하고 있기 힘들어 옷을 입고 현관문을 나선다. 그러니 계단에서 아주머니께서 청소를 하고 계시다.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그 소리는 조금 있다가 없어질 것이란 것을 알았다.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날카로운 긴장감은 그 소리의 원인을  몰랐기 때문이다. 옷을 입고 찾아 나선 것이 다행이었다.   

   

내 몸의 자각력을 높이면 자신에 대한 조절감이 강해진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충동에 대한 조절감이 없다는 것은 그 감정과 충동의 정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긴장과 스트레스는 높아진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욕망의 상태는 모두 몸으로 그 반응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감정과 충동에 휩싸이고 내 던져지는 것이다.


반드시 우리의 감정과 욕망은 몸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배가 고프고 피곤하면 몸으로 그 증상을 느낄 수 있듯이 긴장과 공포, 두려움도 모두 신체적인 반응을 수반한다. 심장은 빨리 뛰고, 침이 마르고, 근육이 긴장되고 여러 측면을 생각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런 반응을 우리가 무시하다 보니 결국엔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신호를 적절하게 해석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해석이 불가능하게 될 뿐이다. 내 몸의 근육은 긴장을 풀어주기를 바라는데 늘 긴장해 있는 탓에 그 상태가 정상인줄 착각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긴장의 상태로 인지했던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고 신경 쓰지 않는 대상이 된다.


사실 감정과 욕망에 의한 충동을 적절하게 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여러 가지 감정이 혼합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금방 화나 분노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화'가 나는 것의 이면에는 '서운함'이 근본적인 이유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또한 그런 감정은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이나 트라우마 등이 원인일 경우에는 더욱 파악하기 힘들 때가 많다. 감정과 느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세세히 구별하며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욕구도 외부에 의해 강요되거나 내사(외부의 가치나 요구가 마치 나의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되어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것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몸에 대한 자각력을 높이면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의 신체적 반응을 통해 그 감정의 의미와 원인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해석되지 않는 무의식적 기억의 욕망을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의 감정과 충동으로 인한 긴장감이 현재의 상황 때문인지, 지난 기억의 아픔 때문인지, 이젠 잊었다고 느끼며 기억조차 못하거나 기억을 꺼집어 내기 싫은 아픈 경험 때문인지 구분해서 인식할 수 있다. 아이가 울면 그 울음을 듣고 원하는 것을 적절하게 대응해 줄 때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가 들이지 않거나 들어도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자각력이 없다면 대응하고 조절하지 못한다.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대응이 반복되면 울음을 무시하거나 증폭시켜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게 된다.      

몸에 대한 자각력이 높아지면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욕망의 실체가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 수 있다. 더불어 불필요한 소음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소음에 귀를 기우려서 증폭시키거나 불필요한 의식적 낭비를 피할 수 있다.


몸에 대한 자각이라는 것은 우리의 주의를 분산 없이 집중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불필요한 소음에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선택해야 할 것은 명확해진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주의의 집중은 무의식적인 감각과 느낌, 충동을 의식적 영역으로 구분하고 끌어내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통제력을 높이고 혼란보다는 자신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인간이 느끼는 공허감은 소외에서 발생한다. 그것도 자신의 소외에서 발생한다. 자신의 감각과 감정, 판단에 대해 감지하지 못하고 외부의 변화에 출렁이며 자신이 소외될 때 공허감은 우리를 피폐하게 만든다.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주인이 되는 한 가지 명확한 방법은 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잠시 멈춰서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감정을 읽고 관찰하는 노력이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숨은 비결이 될지 모른다.


 내 몸의 자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완이 중요해진다. 바이올린이 팽팽하게 긴장된 현에서 정확하고 아름다운 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을 때 줄을 완전히 풀어 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편안한 마음에서 신체적 자각력은 높아진다. 명상을 비롯한 다양한 이완방법들은 이런 이완을 기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호흡과 근육의 긴장과 이완을 통한 다양한 이완방법은 많다. 어떤 방법이든 주기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만드는 개별적인 노력은 외부로 향해 있던 주의를 자신에게 향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신체적 자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드디어 브런치의 글들이 <북프로젝트>의 대상을 받고, 책으로 나왔습니다. 브런치의 글과 그 외의 글들이 세련되게 정제되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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