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고 보살피며 가지치기도 해야 하는 관계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며 갈등할 때, 서로의 관계가 더 이상 진전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우린 친한 사이였던가? 나만 친하다고 생각했던가? 여기까지인가? 물 주고 보살펴야 하고, 가지치기도 필요한 것이 관계다. 관계나 친밀함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일은 적절하게 물 주고 가지 치며 나의 관계를 보살피는데 확신을 준다.
친하다는 것은 기대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상대가 나의 기대감을 알아주고 그 기대감을 이해하는 판단과 행동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것. 이런 기대감이 ‘상호 소통’되지 않는다면 관계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더 이상 마음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형성 단계를 보면 관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해 볼 수 있다. 개인적 선호에 의한 첫인상으로 만남이 시작된다. 첫인상의 호감이 ‘탐색적인 기대감’을 가지면서 관계는 길어지고 반복된다. 여기까지는 의미 있는 특별한 관계가 되기 힘들다.
상대의 기대감을 알고 진실되게 충족시켜 주려는 마음과 노력이 소통될 때 즉, ‘심리적 계약’ 단계부터 특별한 관계, 친밀한 관계가 시작된다. 일방적 기대감이 상호기대감의 소통으로 바뀐다. 좋은 사이라도 이런 심리적 계약이 의심되거나 위협받으면 관계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허물어진다. 완성된 관계는 신보이지 않게 신뢰상대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 자리한다. 상대의 기대감을 알고 생각, 태도, 행동의 변화를 의지적으로 보여주며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고든 맥도날드는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헌신과 투명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상대를 선택하는 ‘헌신’과 실수와 약점, 아픔, 꿈과 기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투명함’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적 계약’이 형성된다는 것은 이렇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일 것이다. 물론 일방적인 헌신과 투명함은 마음을 지치게 하고 연결되지 못한다.
메튜 켈리의 <친밀함의 7단계: 서로 사랑하는 예술과 사랑받는 기쁨>에서는 친밀함의 단계를 확인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일상적인 안부나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단계(1단계 진부함)와 논쟁과 충돌을 피하려고 사실만 나누는 단계(2단계 사실)는 일상적인 관계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차이와 갈등, 조절을 경험하는 단계(3단계 의견)에서 친밀함은 깊어진다. 차이나 갈등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에서 신뢰의 계좌에 적립이 시작된다. 사실만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의 일화나 사실만 이야기하면서 자신과 자신의 의견을 빼고 이야기하는 사람과는 더 깊어지기 힘들다.
자신의 꿈과 희망, 비전을 소통하는 4단계,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5단계에서 친밀함은 깊어진다.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투명함이 소통하는 순간들이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느낌과 감정을 공유하지 않으면 친하다고 말하기 힘든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기 힘든 상황이다.
친밀한다는 결정판은 6단계 두려움, 결점, 실패의 단계다.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려면 용기와 함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자신의 약점과 실패를 표현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여기까지다. 고든 맥도날드가 말하는 ‘투명함’의 용기가 자리를 잡는 순간이다. 친밀함의 마지막 7단계는 상대의 진정한 필요, 요구, 기대감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헌신’이 자리할 때다.
모든 사람과 친밀한 관계, 기대감이 충족되는 관계는 없다. 영원히 좋은 관계로 지속되는, 지속되어야 하는 관계도 많지 않다. 관계는 주도적이지만 함께 선택하는 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지금의 관계가 어디쯤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는 것은 물 주고 보살피며 가지치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