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각과 기억
당혹감과 황당함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차 앞 유리에 40cm 이상의 금이 물결처럼 흘러 있었다. 당혹감과 황당함이 온몸을 휘감았고,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와이퍼 교체, 이 정도야 뭐
차 앞 유리 와이퍼를 직접 교체해 보려고 와이퍼를 주문했다. 25년 넘게 운전했지만, 와이퍼를 직접 갈아본 적은 없었다. 차종에 맞는 사이즈를 결정하고, 다양한 기능과 가격을 비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기 마련이었다. 세상은 참 복잡하다고 느꼈다. '그냥 돈으로 해결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와이퍼를 주문했다. 와이퍼가 밤에 도착했을 때,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밤이었지만, 유튜브에서 교체 방법을 본 덕분에 당장 작업을 시작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순간
교체를 시작하니, 이미 장착된 와이퍼와 새로 산 와이퍼가 조금 달랐다. 기대감과 호기심은 금세 당혹감과 긴장으로 변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을 하지?’ 스스로를 비웃으며 하나를 간신히 교체했다. ‘별 거 아니네!’ 하고 간단히 원리를 파악한 후 다른 쪽 와이퍼로 넘어갔다. 똑같이 했는데 기존 와이퍼가 잘 빠지지 않았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빼고 새 와이퍼를 들자, 접혀 있던 와이퍼 암이 갑자기 펼쳐지면서 유리를 쳤다. 살짝 찍혔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모두 교체한 후 물을 뿌리고 테스트를 해보니 잘 작동했다. 그러나 유리를 찍은 것이 조금 찜찜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찜찜함이 큰 문제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작은 점이 유리 전체로 쫙 금이 갔다
점심을 먹으러 외부에 나갔다가 우연히 주차 한 곳은 남쪽 방향이었다. 즐겁게 밥을 먹는 동안 와이퍼 암에 찍힌 차 유리는 엄청 고군분투했을 것이다. 태양열에 가열되어 복원도 불가능하게 40cm 이상의 금이 갔던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나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 기회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나인가? 모두 그럴 것이다. 황당한 충격을 대안 없이 받아들여야 할 때 자신을 얼마나 자책하게 되는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전문가 지인에게 전화하고 유튜브를 다시 검색했다. 그제야 알았다. 와이퍼 브러시를 교체할 때 당연히 주의해야 하는 것과 새것을 교체하기 전에는 절대 와이퍼 암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 아니면 창에 충격을 방지할 수 있는 뭔가를 깔고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작은 찍힘이라도 즉시 복원하지 않으면 금방 금이 간다는 사실도 알았다.
자책과 억울함, 실망의 감정은 일단 뒤로 하고
자책과 억울함, 그리고 수많은 부정적 감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마음을 채웠다가 비워졌다. 하지만 그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나의 관심과 초점은 앞 유리를 가장 저렴하고 완벽하게 교체하는 데 있었다. 알아보니 비용은 최소 30만 원에서 40만 원, 틴팅까지 하면 50만 원이 들었다. 자차 보험을 이용할 수 있을까?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통해 알아본 결과, 자기 부담금이 20만 원 이상이고 보험 할증과 할인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에 손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사고 이력까지 추가되었다. 이런 사실을 알아내는 데에도 긴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새로운 길은 언제나 어렵기 마련이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주변의 차 유리 복원과 교체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모두 찾았다. 여러 군데 문의를 남기고 전화를 해서 가격을 비교했다. 가장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35만 원, 어떤 곳은 틴팅까지 포함해서 40만 원이었다. 가장 평이 좋고 틴팅까지 해주는 곳으로 결정하고 시간을 예약했다. 작업은 1~2시간이면 끝난다고 했다. 차를 맡기고 강변을 걸어서 학교로 향했다. 그때의 바람은 왜 그리 쌉싸래하게 시원한지.. 자책과 후회를 다스리며 후회 속에서 배울 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후회를 하되 그 속에 배울 점을 찾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기 합리화 같기도 했지만, 직접 정보를 찾아 해결한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브랜드 있는 틴팅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 닦아도 보이는 얼룩으로 지저분했던 앞유리는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져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만원 아끼려다 40만 원 날렸네. 그냥 맡기지..”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40만 원이 문제가 아니라, 어이없이 잘 알아보지 않고 호기심과 기대감에 마음을 챙기지 못해 실수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일어나는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선택할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만족한다. 충분히 잘 대응했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겪으며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 비가 오고 장마가 시작되었다. 이번 투자를 통해 깔끔하고 안정적인 앞 유리를 가졌으니, 새 차처럼 즐길 생각이다. 5년 된 차가 다시 새 차가 된 느낌이었다. 많은 것을 배웠다. 살면서 황당한 충격에도 우리는 빨리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