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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Jul 07. 2016

가능과 불가능을 분별하는 지혜

용기는 수용해야 할 것과 몰입해야 할 것을 분별하는 지혜가 만들어 낸다.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주시옵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기도문 중에 일부분이다. 수용과 용기 그리고 분별의 지혜를 강조한다. 우리는 이 시에서 말하는 분별의 지혜를 갖지 못해 얼마나 자신을 괴롭혔는지 모른다. 적어도 현재에 자신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항하다 얼마나 자신을 책망했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을 들었을 때 접혔던 호스가 펼쳐지듯이 스스로의 맹점과 한계를 정확히 발견하게 해 주었다. 파괴와 위로가 함께 있는 시였다. 지혜는 분별을 뜻하고 그 분별 속에서 수용해야 할 것과 몰입해야 할 용기를 가지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수용하는 지혜, 분별과 수용의 지혜


사람들이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하기는 쉽지 않다. 바꿀 수 없음을 수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몰입하고 싶지만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애매한 탓에 머뭇거리며 받아들이지 못하고 속을 끓이는 것이 일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거론하거나 경험하는 것이 편하지는 않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잘 해결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뭔가를 통제하려는 욕구과 본능이 수용과  분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몰입할 수 있는 기회도 방해하는 것이다. 억척같이 열심히 했음에도 반복되는 실망스런 결과에 괴로워하는 사람, 돈키호테처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일에 매진했으나 마음의 상처가 깊은 사람은 이런 수용과 분별의 지혜가 위로가 되고 답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에서의 좌절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조차 시도 못하게 하는 나약함을 만들기도 한다.  

    

 자신이 바꿀 수 없음을 시인하는 것은 싫은 일이다. 자신의 존재가 무능하거나 시도하지도 않았을 때 비겁해 보기이기 때문이다. 또는 변화시키지 못했을 때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를 생각하니 그것도 받아들기 싫거나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받아들이지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도 못하고 어쩔 줄 모르고 미루고 있을 때도 많다. 행동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긴장만 높아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마음속의 전쟁은 행동이 아니라 생각 속에서 일어날 뿐이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 나오는 대사처럼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변화시키지 못해서 우리가 경험하고 받아들여 하는 것은 생각보다 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에게 벅차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게 될 때 변화시킬 수 없는 곳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에너지를 모아서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자신을 몰입시킬 수 있다. 우리 마음의 평화는 분별에서 오고 받아들이는 수용력으로 키워진다.      


 예전에 학교에 함께 일을 하던 사람들이 정부 프로젝트 제안서를 쓸 때가 있었다. 부서장을 중심으로 몇 칠 밤을 새다시피 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욕심이 많은 만큼 제안서는 시간이 갈수록 그 범위와 깊이를 더해 갔다. 하지만 지쳐가던 우리에게 부서장은 “분수껏 하자, 우리 분수에 맞게 딱 이만큼 하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당시는 무척이나 기분 상하는 소리였지만 ‘분수를 안다는 것’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말 몰입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전방의 전사와 같은 자질이다. 자신의 분수를 안다는 것은 인생에서 도전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할 것과 포기할 것을 분별하여 우리가 가능한 도전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지능력이다. 우리는 가능한 것에 몰입하며 그 가능성을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불가능한 것에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밑지는 것 같지만 이런 분별의 지혜가 우리의 마음과 상황을 보다 자유롭고 분명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바꿀 수 없는 타인이나 환경보다 바꿀 수 있는 나의 믿음을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다.




드디어 브런치의 글들이 <북프로젝트>의 대상을 받고, 책으로 나왔습니다. 브런치의 글과 그 외의 글들이 세련되게 정제되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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