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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Oct 02. 2016

정서의 안정 없이는 고차원적 학습은 불가능

두뇌코칭,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필수 뇌지식 #2

인간은 정서적 안정 없이는 고차원적 능력의 발휘는 불가능하다. 정서적인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이성적 인지와 판단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정서에 의해 쉽게 왜곡된다. 그러니 어떠한 경우라도 정서적 안정성은 먼저 달성되어야 하는 과제다. 인간의 이성적 판단은 감정의 정보를 통합하고 조율하면서 가능하다. 그래서 감정이 없으면 이성도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다음의 증거들을 살펴보면 인간이 능력을 발휘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정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1) 정서의 네트워크가 이성적 네트워크보다 3배나 많다. 

우리가 정서의 영향을 즉각적이고 크게 받는 이유는 정서를 담당하는 뇌 부위에서 이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피질(두뇌 표면, 인간의 뇌)로 가는 네트워크가 이성적 판단에 의해 정서적 반응으로 가는 네트워크가 3배 많다는 것이다. 왜 이럴까? 그만큼 정서의 정보는 방대하고 이런 정보를 통합해서 보다 완벽한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또한 정서적인 영향을 받기가 쉽고 강력하다는 의미도 된다. 이렇게 보면 정서의 뇌가 사고의 뇌가 하는 인지, 기억, 동기를 조절한다고 말이 이해가 간다. 


2) 감정적 정보가 없으면 상식 수준의 판단도 어려워진다. 

감정에 휘둘린다고 감정을 억누르고 없애버리면 이성적 판단을 잘 할 수 있을까? 감정적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은 불가능하고 생존에 대한 대비도 힘들다. 여기에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뇌종양에 걸려 뇌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유능한 사업가가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기억과 인지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엘리엇이라는 이 사람은 불타는 집, 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 사람, 지진으로 폐허가 된 처참한 사진을 보고도 전혀 정서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를 인식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사소하고 상식적 판단조차 결정을 내리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산만하고 사고의 일관성도 떨어져 회사생활과 결혼생활도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결과 수술을 하면서 감성적 정보가 전달되는 연결점이 함께 제거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현명한 판단을 통해 일상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감성적 정보와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쥐나 원숭이에게 편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실험들이 있다.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하지만 전혀 겁이 없어진다. 실험 원숭이들이 평소 먹이를 향해 가는 시간은 5초라고 한다. 그런데 먹이 옆에 고무 뱀 장난감을 두면 40초간 멈췄다가 안전이 확인되면 달려간다고 한다. 하지만 편도체가 제거된 원숭이는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먹이를 향해 직행하더라는 것이다. 쥐에 대한 실험에서는 옆에 뱀이 있어도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행동하고 자고 있는 고양이의 귀를 물어 뜯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동물의 실험에서도 서열이 무시되어 행동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상태에서 생존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도 편도체가 제거되거나 손상을 입게 되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도 못하고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게 된다. 


3) 신중한 판단에는 감정도 함께 뛴다. 

비슷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성의 빛남은 감성과의 조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애매한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뇌는 신중한 판단을 하는 뇌 부위와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함께 활성화된다. 정말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엄청난 양의 감정적 소모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혼란스런 소음으로 생각할지, 결정을 위한 중요한 정보원천으로 생각할지는 상황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 정보가 없이는 판단은 더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감정을 읽는 것은 순간 순간 판단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4) 가장 강력한 기억이 정서기억이고 일상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일반적인 기억을 서술기억이라고 하면 이것보다 오래 강력하게 지배하는 기억이 습관에 있는 절차기억이다. 그리고 제일 강력하게 잊혀지지 않고 일상을 지배하는 기억은 정서기억이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기억된 정서기억은 편도체에 저장되고 중요한 순간에 회상된다. 그런데 편도체에 기억된 그 자체로 정보는 시간과 공간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은 상황과 공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트라우마가 회상되어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정서는 이렇게 현재와 과거 그리고 다음에 펼쳐질 일들에 대해 인간에게 영향력이 크다.


5) 감정으로 반드시 몸으로 나타나서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반드시 몸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얼굴과 피부, 심장박동, 혈압 등 모든 곳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이 그 의미를 다하지 못했을 때는 과장되어 폭발하거나 몸에 오랫동안 남아 몸과 정신을 황폐화 시킨다. 흐르지 않는 강은 고이고 섞여서 전체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 결국에는 몸 전체를 교란시킨다.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흐를 수 있는데 이를 몸으로 묻어 두고 흐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감정은 그냥 감정이 아니고 인간의 존재성을 높이는 강력한 시스템이다.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존재성을 강하게 느끼지만 감정을 억압당할 때 우리의 존재는 폭발하는 것과 같다. 


6) 감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지배할 수 있다.

le Doux(1987)는 정서가 신피질을 거치지 않고 편도핵으로 직접 통하는 다른 신경회로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한 사람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정서적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핵은 시신경으로부터 직접 자극을 전달받아 자율적으로 정서 반응과 감정적 기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의식이 인식하지 못해도 감정적 반응은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뭔가를 느끼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 뭔가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인식하기 힘든 느낌들이 있다. 이런 상황들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이미 정서의 영향권에서 일어나게 된다.  뭔가 있는데 알 수 없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모를 때다. 우리의 의식이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과 기억이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평소에 자주 내 감정을 읽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모호함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가지 증거로 살펴보았지만 우리의 뇌는 정서를 항상 응급으로 처리한다. 정서적 안정이나 도움없이는 우리는 학습적 능력이나 고차원적 판단도 어렵고 일상의 낭비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정서적 안정이란 자신의 정서를 느끼고 이해하고 표현하고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우선되어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습이전에 주의력과 감정훈련이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러면 이어진 줄처럼 학습의 성과는 술술 쉽게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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