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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Nov 09. 2020

말을 예쁘게 한다는 건

대화의 기술


얼마 전 친구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 1년에 한두 번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한 친구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조차 '분명 멋지게 살고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주는 친구였다. 


완연한 가을을 배경으로 한 아이들의 사진으로 바뀌었길래 안부도 물을 겸 바뀐 사진을 화제로 말을 걸었다. 늘 그렇듯 반갑게 화답한 친구는 평소처럼 나에게 되물었다. 


"넌 요즘 즐겨하는 게 뭐야~?"


순간 자판을 두드리던 손이 멈췄다. 간단한 질문인데 갑자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런 질문을 받아본지가 언제더라.. 요 근래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 우울한 환경이나 시대를 탓하며 앞다퉈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쏟아냈는데..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친구의 천진난만한 질문이 당혹스러웠다. 내가 한동안 답이 없자 친구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요즘도 그림 그려? 외국어 공부도 하고~?"


"응, 그렇지~" 

(브런치에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역시~ 우리 OO그림은 독특한 화풍이 있었지. 분명 후대에 가서 빛을 발할 거야~ 일에 대한 열정도 타고났고. 널 보면서 내가 많이 배운다. 멋지당!!"


늘 사소한 것도 칭찬해주는 친구였지만.. 오랜만에 받는 과분한 칭찬에 민망해서

"에이~ 사는데 별 도움 안 되는 신변잡기일 뿐이야 ㅠㅠ" 라고 답하니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이지~"


순간 눈에 눈물이 핑 고였다. 이렇게 예쁘게 말을 해주는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이런 친구가 내 친구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그 뒤로 한참을 서로의 안부와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었다. 


친구와 대화하기 전엔 마치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가루가 바사삭 떨어지는 초코칩 쿠키였다면, 대화 이후에는 초콜릿이 듬뿍 들어간 아주 촉촉한 초코칩 쿠키가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말을 예쁘게 한다는 건 

온갖 미사여구와 애교 섞인 말투로 말하는 게 아니다. 


상대를 헤아리며 진심을 전하는 것. 

말에서 밝은 기운이 전해지도록 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일 같지만 

겪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런 냉혹한 세상에 예쁜 말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마음이 해이해질 때면 다시 다잡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한 요즘이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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