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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Dec 14. 2020

사랑도 모르는데 사랑니가 눈치 없이

그래서 뽑았습니다

이 시국에 눈치도 없이.. 하나 남은 아래쪽 사랑니가 염증으로 부풀어올랐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길래.. 뽑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4년 전 우측 사랑니를 뽑고 일주일 후에 좌측도 뽑기로 일정을 잡아뒀으나 갑작스레 잡힌 해외 출장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지금껏 버틴 것이다.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지는 않았는지.. 못됐게 누워있지는 않았지만, 잇몸 사이로 1/3만 까꿍 하고 고개를 내밀고 있던 녀석은 가끔 양치를 하다 거울을 보면 그렇게 포근해 보일 수가 없었다. 잇몸이 부었을 때는 마치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처음 사랑니를 발치했던 4년 전에도 '매복 사랑니'는 신경을 건드릴 위험이 있다 하여 다니던 치과에서 근처 대학병원에 진료의뢰서를 써줬었다. 당시 대학병원의 주치의 선생님이 너무 잘 뽑아주셨던 기억이 있어 다시 그곳에 예약을 했다. 진료 예약부터 발치까지 반년이 소요되는 대장정이 또 시작된 것이다.


7월 초 전화로 진료예약을 잡고

9월 초 파노라마, 3d 촬영을 하고

11월 말 드디어 발치를 했다.

그리고 지금, 실밥을 뽑은 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긴 시간을 기다린 것이 허무하리만큼(a.k.a. 복에 겨운) 발치는 신속하게 끝났다. 진료의자에 앉아 마취주사를 맞고 마취기운이 퍼지길 기다리는 5분 포함, 솜을 문 채 발치 후 주의사항을 듣고 수납까지 딱 15분 컷이었다.


역시 쓰앵님 리스펙!!


4년 전 처음 사랑니를 발치했을 때는 그래도 볼이 조금 부었었는데.. 지금은 아주 뽑은 줄도 모를 정도로 평온하다. 처방해준 약만 제 시간에 먹었더니 통증도 거의 없다. 이번 사랑니가 턱뼈에 걸쳐있어 더 힘들 거라고 하셨었는데.. 이 평온함은 무엇.. 음..? 혹시..?!


4년 전과 유일한 차이점은.. 이번엔 발치 전날 밤에 혹시나 하여 비타민을(임X타민 - 해당 약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임) 복용했는데 혹시 이 영향인가?? 싶다가도.. 역시 주치의 쓰앵님의 기술이 좋으신 걸로 : )


실밥을 뽑은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발치 후 입안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느낌들이 신기해 그림일기로 남겨보았다.  

부은 잇몸을 이불 삼아.. 혼자만 평온한 사랑니


해맑게(?) 뽑혀가는 사랑니
발치 후 어금니 시린 증상 (어금니의 심정)



두려워하는 어금니를 안심시키는 동료(?) 치아들





이름은 러블리하지만

그 존재는 전혀 러블리하지않은..


사랑니.


우리 당분간 보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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