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워킹(puppy walking) 이란? 안내견으로 성장할 강아지들의 사회화를 위해 약 1년간 위탁, 양육하는 봉사활동
우리 동네에서는 puppy walking 중인 강아지들을 자주 보게 된다. 친구네 집이 puppy walker 활동으로 2마리의 강아지를 정식 안내견으로 취업(?) 시키기도 했고, 관련 이야기를 종종 들었었다.
얼마 전 훈련 중인 예비 안내견에 대한 한 대형마트의 대응이 논란이 되었지만, 그 일이 있기 전부터 친구는 그런 일들을 자주 겪는다고 말해왔었다.
겉모습은 고상한 척 명품을 휘두른 아주머니들이 가까이 있지도 않는 강아지를 향해 난데없이 삿대질을 하며 위협을 한다거나, 자기도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자기 강아지한테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 사람들이 오히려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 아닌가?)
그럴 때마다 너무 어이없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지만 차마 강아지를 데리고 싸울 수도 없어 피한다고 했다. 특히 지하철을 탈 때가 가장 심한데 이런 제도를 잘 모르는 어르신들이 아니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극혐 하는 눈빛으로 "어머!! 개를 데리고 타면 어떡해요!!?" 하며 화를 낸다고 한다. 분명 훈련 중이라는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는데도 말이다. 반대로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대놓고 가서 강아지를 만져보라고 하기도 한단다..
에휴.. ㅉㅉㅉ
안내견 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의식 수준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처음 이런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었다. 이런 복지 사업은 국가나 지자체가 나서서 지원해주고 홍보해야 하는 거 아닌가?
퍼피워킹은 하고 싶다고 모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변 환경이나 개인 여건이 맞아야 하는데, 현재는 수도권 지역만 가능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으며, 마트나 병원, 공원 같이 사람들이 이용하는 편의 시설들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위함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또한 주보호자 1명은 훈련견과 함께 가급적 집에 상주해야 하고,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은 불가능하다. 친구네 집은 부모님이 은퇴를 하시면서 활동을 시작하셔서 아주 만족해하고 계신다. 지금은 처음 안내견으로 취업 나간 아이가 은퇴할 때가 되어 그 아이를 입양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퍼피워킹 활동 중에 필요한 건강검진 비용이나 사료값은 일부 지원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훈련을 받는다고 모두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내견으로서 통과해야 하는 테스트가 꽤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리트리버 견종의 특성 탓에 많은 훈련견이 탈락한다고 한다. 반면 테스트를 통과한 안내견 중에는 외국으로 취업을 나가기도 한다고.. 이렇게 힘들게 안내견이 된 아이들은 나름 족보(?) 같은 것도 엄격히 관리되어 같은 달에 태어난 강아지들을 위주로 한 퍼피워커들의 모임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주말 오후 동네 산책을 하다 신호를 기다리는데 노랑조끼를 입은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나란히 맞은편 신호등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저 아이도 오랜 시간 훈련을 받았겠지 생각하며 흐뭇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신호가 바뀌자 정말 똑똑하게 바뀐 신호를 알아보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아닌가. 여간 기특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