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가 한 개 두 개 생기기 시작할 땐 뽑으면 그만이지만 군데군데 허옇게 뭉탱이로 나기 시작하면 염색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냥 늙음에 순응하자는 마음에서, 혹은 귀찮아서 내버려 두면 지들 알아서 자라고 희어져 머리전체가 하얗게 되면 그것도 멋있긴 할 텐데.. 그런데 그 중간과정이 견디기 힘들어서 조금씩 염색하고 또 희끗해지면 염색하고의 반복으로 얼굴은 주름이 지는데 머리만 까맣다.. 나 아직 젊다고 과시하며 활보하고 다녀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늙어짐.. 자신만 모르지. 다들 아는 걸.
그렇게 자뻑으로 사는 것도 뭐 나쁘진 않겠지.
일찍부터 머리가 빠지면 아예 머리를 밀어버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움츠리고, 심고, 흑채를 뿌리고, 이대팔가르마가 일대구, 영대십이 되도록 몇 가닥 머리카락으로 두피를 가리는 것보다 나은 거 같다. 요즘처럼 추운 날은 개고생이지만 모자 쓰면 그만이고 고통을 회피하기보다 맞서는 걸 더해 덤벼라 싸워주겠다 하는 거 같아서, 그래서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놔두는 것, 빠지는 머리 까짓 거 위태롭고 안쓰럽게 지키기보다 그냥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쓴 맛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부딪혀 겪어내는 것과 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