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벽에 붙어 있는 조그만 거울을 들여다봤다. 집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건 내 생각이겠지만 좀 다르다.
더 훤히, 적나라하게 보인다. 햇빛의 힘이랄까?
머리를 슬쩍 손으로 빗질하다가 흰머리를 발견했다.
어머!
새삼스럽게 튀어나오는 외마디 비명.. 이리저리 흰머리 한가닥만 잡고 뽑으려 애를 썼지만 서너 개의 검은 머리카락과 함께 뽑혀 나오고 말았다.
흰머리 하나에 10원씩 받고 엄마의 머리카락을 뽑던 적이 있었다.
흰머리도 검은 머리처럼 뽑으면 따끔해?
응.
한 올 한 올 정확하게 세어서 뽑고 몇백 원을 받으면 그걸로 사 먹었던 것 중에 초코파이보다 작았던 빅파이가 있었다.
이걸 그냥 먹으면 한입이면 끝나는 게 아쉬워서 봉지를 뜯기 전 막대기나 솔빗으로 팡팡 두드려서 가루를 만든 다음, 야금야금 손가락으로 찍어 먹곤 했다. 어느 날 엎드려서 잡지를 보던 엄마 옆에서 의식을 치르듯 빅파이를 풍풍 두드리니 슬쩍 보시곤 피식피식.. 길고 넓게 퍼지도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