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후기 전문대까지 3번의 시험을 치렀고 합격하지 못했다.
참담했다기보다 막막했다. 전문대 불합격을 확인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가는 길에 월릉교라는 다리가 있었다.
2월의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강이 아닌데도 그날따라 물이 깊고 검푸르게 보였다. 군데군데 살얼음이 낀 사이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데 머릿속에서는 르네상스의 오션집시가 맴돌았다.
그냥 그맘때 어느 새벽에 라디오에서 듣던 노래여서였을까? 아니면 다리밑으로 흐르는 차갑고 검은 물과 떠돌이가 될 것만 같은 불안함을 조합해서 그 와중에도 공식처럼 떠올렸을까? 후자는 분명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리 절묘하게 제목과 맞아떨어졌을까? 가사도 잘 모르는 노래인데. 멜로디의 처연함만 알 뿐이었는데.
그때의 갈데없던 심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