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날 2

시험이란 무엇인가

by 눅진한 브라우니

전문대까지 싸그리 다 떨어지고 월릉교를 지나 집으로.. 차마 가기가 뭣했지만 날 추운 게 우선이라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청소를 하시다가 내 얼굴을 본 엄마는 대번에 불합격했다는 걸 아시고는 침묵하셨다.
그날 저녁메뉴는 짜장밥이었다.
식구들이 둘러앉았다.
에라,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좋아하는 짜장밥이구나. 인스턴트도 아니고 춘장으로 직접 만드신 것 같네? 그런 생각을 하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5분여 흘렀을까?
창피해 죽겠다고 볼멘소리를 하시던 엄마가 조금 울기까지 하셨다.
남들 보기에 창피한 게 우선이셨는지.. 그렇지. 체면.. 자랑은 못할망정 어디라도 들어갔다고 한마디 슬쩍이라도 할 수 있길 바라셨을 텐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가, 밥상 앞에서 숟가락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밥을 넣는 나를 보니 안개가 걷히며 막막함이 명료하게 느껴지셨었나 보다.
다 못 먹고 숟가락을 놨던가?
같이 울었다. 밥상 앞에서 엄마와 나는 울었다. 다른 식구들도 착잡해 보이긴 했지만 울진 않았다.
아버지는 너 그냥 어디 가서 경리로 일하라며 컴퓨터 학원을 등록해 주셨다.
정보처리 기능사 학원이었다.

난 열심히 학원을 다녔다. 노량진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강의를 듣고 지하철을 타고 공공도서관으로 가서 공부하고 저녁 무렵에 집으로 들어가는 나날들을 보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을까? 들쑥날쑥하게 가끔 아주 상위권 등수를 받았던 중딩 고딩때보다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이것도 못 따면 난 나가리가 될지도 모르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 즈음 기능사 필기시험을 보고 무사히 통과하고 나서 수학능력 시험 접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이 학원 다니던 고은이가 자긴 수능을 볼 거라고 했다. 나도 봐야 할 것 같았다.
급하게 증명사진을 찍고(그때 찍은 증명사진 진짜 이쁘게 나왔는데..) 졸업한 고교로 달려갔다.
아.. 얼굴도 보기 싫은 학년주임 선생을 다시 조우하다니... 성적순으로 야간자율학습 교실을 배정하면서 뜨악한 표정으로 날 보던 그 얼굴을.
1차 수능시험 접수 마지막날에 고은이덕분에 무사히 접수를 마치고 그때부터 영어독해를 집중적으로 파기 시작했다.
다른 건 거의 못하고 영어와 국어만 보고 시험을 치렀다.
수능준비를 제대로 한 게 아니어서 그런지 부담도 없었다. 첫해엔 두 번의 시험이 있었기에 더 그랬다.
그렇게 여름에 한번 겨울에 한번 수능을 보고 더 나은 점수로 복수지원을 했다.
자연스럽게 정보처리기능사는 필기 통과 후 실기는 매번 떨어졌다. 준비도 못했을뿐더러 너무 어려웠다.
그때 배웠던 것들.. 통계, edps, 캐드.. 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조차 솔직히 감이 안 왔다. 지금도 배우는 과목들 인지도 의문이다.

ps. 날 위해 울어주셨던 엄마, 컴 학원 등록해 주신 아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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