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처리기능사 관련 과목들은 다시 생각해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사람은 자기 밥그릇을 갖고 태어나는 거라고 살면 살수록 절감하게 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성향대로 살아진다.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과도 비슷하게.
그걸 거스르고 세상의 어떤 기준에 맞추려고 발버둥을 치면.. 목표를 이룰 순 있어도 오래가긴 힘들다. 오래 붙잡고 있을 순 있어도 행복하진 않을 것 같다. 너무 운명론적인가?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류의 부질없는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운명론을 얘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진행 중인 삶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제 와서 생각해보건데 그때 내가 간호사나 제빵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배우고 경력을 쌓았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들을 종종 할 때가 있다.
간호사가 되었다면 타고난 특성에 배움이 더해져서 거의 베테랑급이 되지 않았을까.. 조금 더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이모도 간호사, 사촌언니도 간호사, 외사촌 언니도 간호조무사로 일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촌언니의 딸도 간호대를 다니고 있는 걸로 안다.
야 야,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얼마나 힘든 일인데? 타인을 돌보는 일도 힘들지만 태움! 너 그거 알지? 그게 사람 피를 말린단다.
이런 환청이 들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만사 빛과 어둠은 공존하니.
파티시에니 셰프니.. 이런 고급진 단어로 불리기 전부터 제과제빵은 배우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맘때즈음 제과제빵사는 3d라 불릴 만큼 일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게다가 대부분 남자들뿐인 그 안에서 청소니 주물이니 반죽이니... 마치 짜장면을 배우는 것처럼 단계단계 나아갈 수 있었을까? 두려웠다. 몸 쓰는 일에 대한 편견도 한몫 했다. 그놈의 체면...
이런 고래적 선비관념 때문에 주저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