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는 에어팟 케이스

순간의 선택에 대한 생각들

by 고구마

오늘 소품샵에서 실수로 다른 기종의 에어팟 케이스를 사버렸다. 집에 와서 잔뜩 기대에 부풀어 케이스를 끼워보곤 매우 실망해버렸다. 언뜻 보기에 비슷하고 귀여워서 얼른 집어 결제한 내 탓이려니 했다.

사실 인생의 모든 게 그렇다. 심사숙고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 스스로 져야 하니까. 심지어 신중히 선택해도 후회할 때가 더러 있더라.


삐뚤게 안 맞는 에어팟 케이스를 보면서, 작년에 내가 선택을 잘못해서 결국 후회했던 사건들이 뭉게뭉게 떠올랐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선택과 또 그에 비례하는 후회를 거듭하지만, 적어도 난 미리 후회할 것을 두려워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요즘 더더욱 느끼는 것인데, 나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다 보면 내가 어느새 벼랑 끝에 서 있더라. 내가 선택했던 과거에 머물러 후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자. 그 선택이 실수였다면 다음번엔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내 선택에 대한 미래를 미리 두려워하지도 말자. 결국엔 숱한 후회들이 쌓이고 쌓여 날 더 단단하게 해주고 더 옳은 방향으로 날 이끌어 줄 테니까.


오늘 잘못 산 에어팟 케이스는 뒤로하고 난 바로 새 케이스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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