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 엉터리 글
오늘은 유독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밤이 아니라 새벽녘이라고 표현을 해야 하나. 그 원인이 낮에 마신 그란데 사이즈 아메리카노 때문인지, 열 받는 올림픽 판정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인 백수. 조용히 패드를 켜고 글을 끄적거려 본다.
최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서 저녁엔 소식을 하는데 그래서 이 야밤에 배가 고파 그런 걸까? 요즘 딱히 심각한 고민 없이 지내는데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다. 그날이 오늘인가 보다. 이렇게 뒤척이다 결국 아침 8시 30분에 있는 전화 영어에서 걸걸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을 텐데.. 전화영어 티처 타냐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아예 밤을 새우고 수업을 들을까 하다가도 그러기엔 눈꺼풀이 살짝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담 오늘 있었던 일이나 글로 남겨놔야지.
우리 집 주변엔 탐앤탐스 카페가 있다. 그런데 오늘 그곳에 방문해서 당당하게 이디야 기프티콘을 들이밀었다. 난 그동안 계속 탐앤탐스 카페를 이디야 카페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아해하는 종업원 앞에서 다시 한번 이디야 기프티콘임을 한 번 더 강조해서 흑역사만 하나 더 생성하게 되었다.
참 나는 어떨 때 보면 기가 막히게 짱구가 잘 굴러가는 것 같다가도 어떨 때 보면 멍청하리만치 덜렁댄다. 근래에는 에어팟을 잃어버렸고 또 오늘은 현관을 나서며 폰을 떨어트려 조금 금이 가기도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날 보면 단순 무식 덜렁쟁이로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겠지 내가 이런 글을 브런치에 써가며 가끔 깊은 사색을 한다는 것을.
사회에서 어느 정도 눈치 없는 척 모르는척하는게 이득일 때도 많더라. 그러다 보면 날 쉽게 보는 사람들을 쉽게 걸러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영악하다고 하겠지만 그럼 어디 한평생 영악해본 적 일절 없던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나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 영악할 뿐 도덕적 기준은 높아서 오히려 속병이 나는 스타일이다. 뭔가 핑계에다 자화자찬인 것 같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함께한 단짝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녀도 위에 언급했던 성격을 어느 정도 닮아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나와 다르게 야무져서 일도 싹싹하게 잘한다는게 다른 점이지만.
야무지고 싹싹하고 정리 정돈 잘 하는 그런 사람들을 난 참 부러워해왔다. 마치 수학공식을 침착하게 줄을 딱 지켜가며 착착 풀어가는 것만 같은 그런 사람들. 내 여동생부터 시작해서 친한 친구들 모두 자기 앞길을 잘 닦고 야무지고 꼼꼼하고 멋진 사람들이다. 이런 기질은 내가 노력해도 바꾸기가 힘들어 가끔은 질투가 나지만 난 내 친구들의 이런 점이 진정으로 좋고 또 마음속 깊이 응원하는 편이다.
내가 이들을 응원하는 만큼 그들도 날 응원해 주고 있다고 믿는다.
적군에겐 조금 영악하게, 아군과는 함께 행복하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탐앤탐스 카페로 시작해서 이렇게 자기 고백으로 끝나버리는, 이런 기승전결 엉터리 글.
마치 뒤죽박죽 정리 안된 내 성격 같고 정이 간다.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