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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Feb 11. 2017

왜 공부 안하냐구요?

밥은 먹어가면서 달려야죠.

이전에 썼던 글에서 아주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가치를 모르다가 꿈을 갖게 되는 과정에 대해 썼던적이 있다.  아주 어린친구들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상담자가 힘을 합해 노력하면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눈에 보이기도 하고 앞으로 가야할 시간이 넉넉한 편이기도 하다. "상대적"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에 비해서 그렇기 때문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소위 청소년 아이들은 어른은 아니지만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통상 스무살 전까지는 부모님의 보호와 영향아래 놓였다 보고 부모님에 대해 다루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친구관계의 영향력이 커지고 수시로 다가오는 진학이나 학습면에서 요구되는 능력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많은 아이들이 친구관계 부적응과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이 동시에 고민하는 점이 학습과 진학이다. 성과가 나오지 않고 당장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닥쳐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제시도 필요하지만, "왜 지금 이순간에 해야할 과업들을 하지 못하는 가"에 대한 탐색이 중요하다. 




어려운 표현은 뒤로 하고 가장 쉽게 표현해 보면 이렇다. "배가 고파 기운이 없고 영양실조에 걸릴것 같은 사람에게 삽을 쥐어주며 땅을 열심히 파라고 요구하는 상황. 열심히 파다보면 물이 나올거야. 왜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넌 그걸 제대로 못하니" 여기서 어떤 것이 부족해서 고픈지를 탐색하고 그를 채우기 위해 전반적인 환경조성을 바꿔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고픈건 수많은 것 같아도 깔대기처럼 하나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다름아닌 사랑. 다른 말로 인정.

어른들은 월급타는 맛으로라도 일을 한다. 아이들도 무슨 맛으로 공부를 하고 얌전히 규율을 지키며 학교를 다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사랑과 이 인정을 어릴 때부터 적절히 받아온 아이들은 크게 이탈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 반대로 이 사랑과 이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지낸 아이들은 달라고 화를 내던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난다.


전자에 해당하는 "달라고 화를 내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다. 

크게 두가지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돌리는 경우와 밖으로 화를 내는 경우로 나눠보자.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경우는 무기력해 지거나, 좌절하거나, 낮은 자존감으로 기가 죽어 있거나, 심하게는 몸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밖으로 화를 내는 경우는 일차적으로 부모님께 틱틱대는 것부터 흔한 "문 쾅! 닫고 들어가기", 짜증내기, 부모님이 싫어하는 행동하기가 있다. 이차적으로 학교에서 부적응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선생님께 반항하기, 숙제 안하기, 친구들과 싸우기, 시험공부 안하기 등등이 있겠다.



후자에 해당하는 "자신에게 줄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난다."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친구관계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말이 통하는 친구들에게 기대기 시작한다. 청소년기에 친구관계가 중요해 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업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할 때 발생한다. 부모님께 적절히 받지 못한 사랑과 인정을 친구에게서 찾으려 하다보면 과하게 친구에게 몰입하거나 메달리게 된다.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질 나쁜 행동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포함해서 비슷한 친구들끼리라도 작은 트러블을 해결하지 못해 끙끙대거나 이성친구에게 빠져들거나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어 부모님들이 원하는 "충실한 학습태도"는 뒷전이기 마련이다. 친구말고도 구하는 대상은 많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게임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하거나 사이버세계에서 많은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기도 한다.




이 사랑과. 이 인정을 제때에 부모님께 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두가지를 살펴 보았다. 사실 이건 나타나는 결과적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그럼 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상태를 생각해 보자. 배가 많이 고플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수 있다. 배고프니까  속이 허하다. 계속 굶을까봐 불안하다. 그래서 아무거나 먹고 싶다. 배가 너무 고프니까 어지럽고 집중이 잘 안된다. 그러다 보니 능력발휘가 잘 되질 않는다. 당이 떨어진 느낌?  배고파서 일어서지도 못하겠는데 공부는 무슨 공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좋겠다.



자 이제 마무리 해보자. 아이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주세요.

사랑과 인정을 어떻게 줘야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사랑과 인정을 다른 말로 표현해보면 관심이다.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좀 달라.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뭐가 필요한지. 지금 상태가 어떤지. 기분은 어떤지 궁금해지게 되고 물어보게 된다. 그것부터 시작해보자. 잠깐 씩이라도 아이의 말을 좀 들어주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하루 한번이라도 눈을 마주치고, 잘한건 잘했다 응원도 해주고, 하루 한번이라도 웃어주고, 눈썹 한번 올리면서 놀랍다는 표정도 지어보고 그것부터 시작한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사실 더 나아가 아이와 소통하고, 사랑과 인정 뿐 아니라 때로는 잘못된 것에 대해서 엄하게 훈육해야 하는 것까지 많은 것들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단 시작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이게 공부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배고픈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채우고 신뢰를 쌓아야 아이들이 지금 마땅히 지켜야 할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밥은 먹여가면서. 달리라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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