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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Feb 10. 2017

아이들이 꿈을 갖게 되는 순간

꿈꾸는 친구를 응원해

아주 어린 아이들과는 상담이라 칭하는 시간동안 주로 놀이를 한다. 난 놀이시간에는 모든 놀이를 허용하고 함께하는 편이다. 모래놀이만을, 미술놀이만을, 피규어를 사용한 놀이만을 하는게 아니라 때에 따라 아이의 욕구에 따라 게임을 하기도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아마 많은 상담자들이 이러하리라 생각한다.


같은 나이인 아이들인데도 아이들 마음에 그때그때 필요한 양분이 달라서 인지 어떤 아이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동물 피규어를 가지고 오래오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재현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내내 나와 학교나 동생에 대해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거나 경계를 하다가도 점점 친해지면 음...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일 말하고 싶은 한가지는 "서로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와 내가 서로 좋아하게 되면 그아이는 더이상 "그냥 아이"가 아니라 " 내 친구"가 된다.
마음이 많이 쓰이고 가끔 생각이 나고 무언가 함께 했던게 있으면 꼬리를 물듯 떠올리고 좋은일이 있으면 자랑하고 싶어진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소중하게 여기는 장난감이나 인형을 가져와서 보여주고, 제일 좋아하는 젤리를 가져와 나눠주기도 한다. 학교에서 있었던 속상한 친구 이야기를 하거나 수학시험을 잘 봤던 것을 자랑하기도 한다. 설날에는 "선생님이랑 노는게 좋아요"라고 문자를 보내주기도 하고 잘그린 그림을 가져와 전시해달라고도 한다.



그렇게 서로 좋아하면서 마음을 열고 지지해주고 나누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자라있고 변화하게 되는것 같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어 아이가 변화되고 문제를 해결해가겠지만 오늘 말하고 싶은건 아이가 꿈을 갖게 되는 순간에 대해서다.


처음에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소위 "문제행동"이라 칭하는 여러가지 증상들을 나타내던 아이들은 점차 자신을 수용해주는 상담자와 친구가 되어가고,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함께 변화하려 노력하는 부모님과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형성해 가면서 변화를 하게 된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아이들이 꿈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몰라서 일수도 있고, 잘하는 것이 또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수 없어서 일수도 있다. 대부분 그것들에 대해 누군가 알아주기보다 "해야할 것"에 대한 반응이 더 많아 그에 맞춰가며 허덕이게 된다. 그럼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너무 추상적으로 이야기 했나?
예를 들어 사고력도 좋고 재치도 있고 말솜씨도 좋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도 알고 게임을 할때도 새로운 전략을 짜내어 누구보다 재밌게 게임시간을 즐길 줄 아는 친구가 있는데, 물건을 잘 흘리고 시간표대로 준비물을 잘 못챙기고 옷매무새를 잘 못여미고 쌓여있는 숙제를 하는 동안 자꾸 딴생각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단점이 있다. -나이에 맞지 않게 기본생활습관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른 원인이 있겠지만 일단 논외로 하기로 하고- 이 친구가 주변 사람들에게 "넌 왜그렇게 물건을 못챙기니" "몇살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그러면 어떻게 해" "또 딴생각 하는거야?" 라는 피드백만 듣게 된다면. 앞서 말한 아이의 좋은점과 강점은 자꾸자꾸 흐릿해져간다.

가장 안타까운건 아이 자신이 그 좋은점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대체로 주눅들거나 불안해하거나 뾰족해지기도 하는데 " 우리 **이는 이렇게 매력적인데 커서 뭐 하고 싶어?"라고 물었을때 별다른 대답을 못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제일 아프면서도 이 친구와 함께 꿈을 찾아갈 시간에 대해 더 기대를 하고 다짐을 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수용되고 받아들여지는 시간을 통해 하고자 하는 꿈을 갖게 되면 지금 내가 해야할 일들에 대한 동기가 자연스레 생겨 현실에 두발을 내딛고 바로 서게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해야할 과업들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에게 "왜 그걸 못하니"라고 질책하기 보다, '왜 그걸 못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는 어른이 되길 바래본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은 [날다 타조]라는 책에서 "십대는 천가지 꿈을 가져도 좋을 나이"라고 했다.
무슨 꿈을 꾸든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어른들이 듣기에 허황되고 말이 안되는 것일 지라도 꿈꾸는 아이들을 꺾지 않고 지켜봐주는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시간을 거쳐 자신만의 꿈을 갖게 된 나의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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