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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Feb 11. 2017

귀하게 키운 딸

2015년 10월 어느날


여느때처럼 저녁을 먹고
엄마와 가게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손에는 으레 짐 한두개씩은 들기 마련인데
엄마는 그날도 제일 무거운걸 달라며
"너 무거워 이리줘" 하셨다.

예전에는 "됐어 내가 들게~"
"엄마도 무겁잖아"
"남들이 보면 욕해~ 어린것이 빈손으로 간다고"
장난처럼 받아줬을텐데

그날은 어쩐지 모르게 물어보게 됐다.
"엄마는 왜 항상 나 무거운걸 안들게 해? 내가 그렇게 귀해?"

"허허허 그래 귀하지 암"

"돌이켜보면 엄마는 날 참 귀하게 키운것 같아. 엄마가 바쁠때나 할머니 할아버지 병수발 들때야 어쩔수 없이 내가 했지만... 그외에는 억지로 시킨적이 없었어. 내가 요리를 아무리 좋아해도 시집가서 할건데 미리 할 필요없다고 잘 알려주지도 않고 안시켰잖아."

"그래야지 그럼... 시집가면 하기싫어도 실컷 할텐데... 늬 외할머니도 그러셨어. 시집가면 다 할건데 하지 말아라. 엄마봐라 진짜 시집와서 실컷 하잖니~ 허허"



하루밤을 자고 났는데도 명치끝에서 먹먹하게 기억이 난다.
아마 더 오래오래 기억이 날 것 같다.

딸을 낳는다면 더더욱 기억이 날 것같다.
그리곤 자연스레
손사레를 쳐가며 "엄마가 할게" 라 할것 같다.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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