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연애 심리
1장
1.
만족스러운 대화를 찾아 헤매다.
누구나 원하는 바가 있다. 특히 연애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연인을 꿈꿀 때 원하는 바를 말한다.
어떤 사람은 키가 가장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얼굴이 가장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직업능력, 어떤 사람은 재력을 꼽기도 한다.
조건을 따진 다는 건 흠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조건을 따진다.
조건을 따지는 이를 비난할 수 있는 자는 '죄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와 같다고 본다.
조건을 따지되 그 조건에 응하는 사람이 있으면 합이 맞는 것이다.
조건에 맞는 사람도, 그 조건에 응하는 사람도 없다면 합도 없고 성사도 없으니
조건을 따지는 건 이미 그사람만의 의미일 뿐이다.
스무살때 대선배라고 느꼈던 스물네살 선배가 물었다.
"넌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니?"
"종교가 맞아야 하고, 음.... 악기도 좀 다룰 줄 알면 좋겠어요. 노래도 잘 하면 좋겠는데..."
"네가 환상을 가지고 있구나. 아직 멀었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까지는 십년이 훌쩍 넘게 더 걸린것 같다.
스물후반에 직업을 바꾸려 공부를 하고 드디어 학위를 마무리한 후 상담심리사로 일하게 되니
어느새 서른세살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몰려드는 외로움. 짝을 찾고 싶었다.
나이 앞자리가 스물이 아니고, 상담을 받았고, 상담을 공부했으니
난 그당시 특별하다고 믿었던 특별한 조건을 찾았다.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을 찾아서..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우물쭈물 하거나, 듣기만 하거나, 잘 못알아듣거나, 다른 소리만 하거나,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거나..
뭐 여러가지가 있어서 늘 한탄을 해댔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돌아보니 나부터가 잘 되는 대화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이고, 허심탄회하게 듣고, 편견없이 듣고, 꾸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헤맨 탓에..
시간이 오래 흐르도록 인연은 나타나지 않았다.
2.
꼭 말로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난 겁이 났었다.
좋은 사람을 잘 알아볼 수 있을까?
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도 될까?
나를 보여줘도 될까?
그런 겁을 해소시키려 난 상대방의 것을 먼저 알고자 애썼다.
좋은 사람일까? 성격이 괜찮을까? 부모님과 관계는 어떨까?
믿을 수 있는 사람일까?
친구한테 소개팅 후기를 말하면 으례 친구가 물었다.
"넌 한번 만나고 어떻게 그렇게 다 알아냈어?"
나는 티안나게 잘 물어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보통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물어보는 나는 나대로 피로하고 지쳐갔다.
줄자를 가져와서 키를 재고말지. 자신감을 무슨 수로 재나...
성격은 무슨수로 알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말로 묻는다고 알아지는 건 아니었다.
천천히 듣다보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그리고 상대방의 말에 잘 반응하다보면
상대방은 자기자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물어본다고 아는 것은 아니란걸 알았을 때
"가을에 서둘러온 초겨울 새벽녁의 반가운 눈처럼"
인연은 내게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