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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mp Jul 07. 2022

[영화] 탑건: 매버릭

톰 크루즈

원래 소제목은 감독 이름을 기록하고자 했었는데, 뭐 이 영화는 그냥 톰 크루즈의, 에 의한, 를 위한 영화니까 상관없을거 같다. 어차피 감독은 우리나라도 안왔고. 

몇 번이나 예매를 취소하며 우여곡절끝에 봤다. 이유를 알 수 없게 우리나라에 자주 와주는 톰 크루즈때문에라도 꼭 봐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여러 사정에 안타깝다가 이제서야 보니 벌써 토르 그게 개봉을 하고 자리를 다 차지했네. 토르 배우 혐한이라는 소리가 있고 이웃나라들에는 다 가면서 우리나라만 안온다니 뭔가 괘씸하고-난 꼰대 국뽕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무패의 마블영화라고 해도 그냥 망했으면 좋겠다. 평들도 안좋던데. 다만 늘 좋아했던 크리스찬 베일은 좀 아깝다. 뭔 또 괴상한 연기를 했더만. 그저 연기 장인이야. 영화 내용을 잘 따지지도 않아. 의외로 이상한 영화에 잘도 출연한다. 

여튼 그래서 일반 영화관에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너무너무 아쉬웠다. 이건 필히 4D나 아이맥스로 봐야했는데. 비행장면 보기만 해도 스릴 있고 속이 시원했다. 정말 탑건이라는 제목을 쓴 거에 한치 부끄러움이 없게 당당했다. 탑건1은 워낙 오래되고 해서 못봤지만 짧은 영상들은 많이 봐서 대충은 알았는데 그 시절에도 이런 충격을 주었었나 싶다. 

영화에서 우선 매버릭의 캐릭터가 가진 위엄을 깨뜨리지 않은 채 그의 후배들의 뛰어남을 같이 얘기하고 있는게 좋았다. 당연히 톰 크루즈가 나오는데 뒷방 늙은이처럼이야 나오지 않겠지 했지만 그와중에 혼자 로맨스까지 넣고 영화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대개 후속작이 나오면 선작에 나온 영웅적인 캐릭터를 후속작의 인물들을 위한 깔개로 쓰며 뭉개뜨리기 일쑤인데 여기선 감히 어딜? 그런 느낌으로 전작의 히어로인 매버릭을 잘 지켰다. 게다가 이 캐릭터가 더 무서운건 세월이나 세간의 이목이라는 무게에도 결코 지지않고 은퇴할 때가 다 된 나이까지 자신이 원하던 태도와 가치관을 고수하며 존경받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자리가 주는 무게가 아닌 실제 자신의 삶을 전력으로 살아낸 사람이 갖는 여유가 좋았다. 이런 걸 자주 느끼기 위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실제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스스로 그렇게 살고자 하면서도 주변에서 볼 기회가 없어서인지 세간의 이목과 혼자 느끼는 세월의 무게가 커서인지 곧잘 잊고는 아니, 그걸 인식이나 하는지 조차 분간할 수 없는 채로 살면서 삶에 회의하고는 하는데 그런걸 보면 사람은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려는 생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되는대로 산다고 다 마음같이 살아지는 게 아니니까. 

루스터의 어머니같은 인물은 참 별로다. 그걸 자기가 직접 아들한테 하지 말라고 반대하고 말리고 할 일이지 왜 매버릭에게 그 큰 짐을 떠안기나. 남편의 죽음에 대해 매버릭이 느끼는 죄책감을 이용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우려는 짓이다. 그런 오해와 갈등은 보기에 답답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상대방의 차마 모르던 배려나 마음을 뒤늦게야 알게되는 경우가 많긴 하니까. 나도 모르게 받았을지 모를 그런 보이지 않는 배려에 대해 원망의 마음만 쌓아둘 게 분명해서 차라리 모든 걸 다 알았으면 좋겠다. 또한 내가 그런 배려나 깊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런 설정에도 마음쓰며 언짢아 하는 걸 보면 그건 틀리지 않았을까. 조금의 오해와 미움도 견딜 수 없이 억울해 하며 명명백백한 게 좋다고 소심한 웅앵웅이나 하겠지. 이런 관계까지 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루스터 역의 마일즈 텔러는 위플래쉬에 나온 배우다. 그때는 비주얼적인 장점은 느끼지 못했고 프래쉬맨이란 것도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는데 오히려 지금 더 어려보이고 귀엽고 연기 마저 좋아 보였다. 오해가 풀리지 않은 상황임에도 차마 매버릭을 다 미워하지 못하는게 자기 아버지를 닮아 따뜻한 캐릭터였다. 매버릭과 달리 진지하고 생각많은 비행태도를 지녔다는 것도 좋았지만 반대로 매버릭과 닮은 태도였으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을 수 있었을 거 같다. 헹맨처럼. 하긴 그랬으면 매버릭이 철들고 노쇠해져 버렸을지도. 

해변씬이 인기가 좋던데 솔직히 누가 누군지도 뭘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좋은지는 더더욱 모르겠고 스토리에도 상관없이 저런 걸 넣는게 역시 미국놈들 영화구나 했는데 이게 전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 모양이다. 혼자 노인네 마인드만 장착하고 말았네. 그렇게 자기들끼리만 신나하고 과감하고 그게 엄청난 매력인 듯 즐겁고 한게 아니꼬운가 보다. 팀웍을 위한 거라는데 그 한번으로 깐죽이와 팀원들이 녹아들 수 있다니. 그런 시도를 해봤는데도 그런 결과는 택도 없던 경험들 때문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겪은 만큼 보이고 아는 거겠지. 근데 난 뭐 생전 행복한 인간관계를 한 적도 없는 사람같네. 이것도 피해의식이다. 아니 뭐 이런 소리만 하고 있지. 탑건이 심리고백용 영화였나. 

영화적 재미에 있어서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봤다. 웬만해서 2번 보고 싶은 영화가 잘 없는데 이건 극장에서 더 보고 싶어졌다. 아이맥스 진짜 다 내려간거냐고. 친절한 톰아저씨인데 더 기회주라고 좀. 

근데 여전히 제 몸으로 날고 기는 톰 크루즈한테도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는구나 싶게 그 크고 초롱초롱하던 눈이 주름져 절반이 되어있었다. 당연한 현상이긴 한데 그래도 톰 크루즈니까. 외계인 믿는 종교의 2인자라고 하지 않았나. 외계인이 자기네 팬클럽 2인자에게 그 정도의 자비도 베풀어주지 못하다니. 톰 크루즈가 액션 뿐 아니라 얼굴까지 내내 젊었어봐라, 그 종교는 지구를 지배했을 것인데 포교를 왜 그리 못하나. 

스토리도 꼬이지 않고 시원시원하고 인물들 갈등이랄 것도 굳이 없이 잘 풀고 -아니, 굳이 있었다면 사이클론 제독인데 어차피 게임이 안된 게 처음부터 톰 크루즈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던데? 존 햄은 잘생긴 배우인 건 알았지만 눈이 그렇게나 맑은 사람인지 몰랐는데 사람이 착해 보여서 꼰대 연기를 하려니 말로는 화를 내는 것 같으면서 톰 크루즈를 소위 멜로눈깔로 보고 있어서 존 햄이 나올때 마다 웃겼고 마지막에 대사로 내적 고뇌를 보여줄 때는 아주 많이 웃겼다.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던 발 킬머. 한때 이 사람이 나오는 영화가 너무 많아서 왜 보는 족족 이 굵은 입술만 영화에 나오는가 괴로워했었는데 갑자기 안나오기 시작하더니만 여기서 다시 본 게 젊을 때 보고 처음이었다. 근데 말도 못하게 하고 문자나 치게 하더니 또 그렇게 쉽게 보내버리는건 나름 좀 슬펐다. 장례식은 멋있었지만. 

나만 현실적인 부분인데 매버릭은 이제 뭘하고 살까. 펍에서 맥주 따르는 거 도우면서 요트타고 놀까. 그럴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는 있을까. 사회생활이란 걸 해가면서 제독의 위치까지 갔다면 적어도 연금을 두둑히 탈텐데 하긴, 훈장은 많아서 연금은 꽤 탈 수도 있겠구나. 꿈과 자유를 쫓는 자들의 삶이 금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 아니 내 삶의 답을 영화에서 다 찾으려 들지 말라고. 

하늘을 나는 걸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비행기 조종사는 인간 누구에게나 꿈에 가까운 일이다. 아마 난 기회를 준다해도 할 수 있을 일은 아닐거 같다. 그냥 비행기를 1등석으로 많이 타고 싶지. 그런 일을 실제 이루고 사는 자들의 이야기이니만큼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고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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