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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mp Jul 20. 2022

[뮤지컬] 아이다

블루스퀘어 최재림 전나영 아이비

공연을 보기 전 원작을 찾아 읽는 바람직한 문화인이 되었다. 원작이 가볍게 읽히는 작품이라는 게 어찌나 좋던지.

뮤지컬을 좋아해서 뭐든 공연을 보고 싶어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아이다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었다.

대극장 뮤지컬에 대한 회의감에 요금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없었다면 내 손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다.

날짜를 택하고 보니 우연히도 요즘 가장 최애인 최재림이다. 일부러 고른 게 아닌데 내가 선택한 날과 잘 맞아서 최재림 공연을 꽤 보게 되었다. 아이다가 끌리지 않았음에도 기대감을 가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각색했고 음악을 엘튼존이 작곡한 터라 그렇게 수준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원작을 이번 기회에 봤는데 원작의 아이다 캐릭터는 라다메스나 암네리스에 비해 캐릭터가 좀 이상하다. 어정쩡하기도 하고.

그걸 뮤지컬에서는 가장 돋보이게 바꾸려고 힘쓴거 같다. 원작을 봐서는 굳이 이거 제목을 왜 아이다라고 할까 싶었는데 뮤지컬에서 용감무쌍하고 강인한 아이다를 보니 타이틀롤이 어울린다.

라다메스의 뮤지컬 캐릭터는 사랑을 부정하다가 나한테 이런건 니가 처음이야 로 빠져들게 되는 남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원작에선 처음부터 이미 사랑에 빠져있는 그저 지고지순한 사랑꾼이다.

암네리스는 원작이 더욱 안타까운 인물이고 뮤지컬은 또 입체적이어서 아이다가 아니라도 배우들이 좋아할 역할로 보였다.

무엇보다 원작에는 없는 계획적인 악역이 라다메스의 아버지로 등장하는데 뭔가 라이언킹의 삼촌같기도 하고-라이언킹 안봐서 자세히는 모른다-.

의외로 생각보다 강렬하고 흥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굉장히 감각적인 면을 중시했는데 조명을 쓰는 것도 그렇고 안무도 역동적이고 의상도 강렬하다.

노래들은 몇몇은 찬송가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듣기 좋았지만 특별히 강하게 남는 넘버는 없었다. 지금도 전체적으로 흥얼거리게는 되는데 어느 장면의 무슨 곡인지는 잘 모르겠다.

블루스퀘어는 갈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사운드가 거지같다. 꽝꽝거리기만 하고 현장감도 안느껴지고. 나만 느끼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곳에서 본 다른 공연과 달랐다.

가차없는 주인공 사망엔딩에 시원시원하네 싶은데 환생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놈의 사랑 참 이 죽일놈의 사랑 아닌가 싶은 기분이다.

서로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같이 죽어갔으면 됐지 뭘 또 다음생에까지 만나고 그래. 그놈의 인연이 뭐라고. 현실의 기억상실이면 유지되지 못할 인연을 생을 넘나들면서도 잊지 않는다는 건 지긋지긋할 수도 있는거다. 환생 화소는 뮤지컬에만 각색된 것이다. 원작은 오히려 더 비극미가 있다.

이 뮤지컬이 또 놀라웠던게 성인극인 거 같다는 점이다. -근데 앞에 어린애들이 앉아있던데 의아스럽긴 했다.

남녀가 그렇게 문지르고 뒹구는 장면은 또 처음봤네. 직접적인 묘사까지 나오고. 라다메스가 계속 웃통을 헐벗고 나오기도 한다. 굳이 왜저러지 싶었는데 일부러 그런 요소를 넣고자 했나보다. 지루할까봐 걱정한 모양인지. 염려가 들어맞았던지 보는 내내 헐 스럽고 민망하기는 해서 극 자체에 집중하는 척 하게 되긴 했다.

배우들은 여전히 내게는 그저 빛과 같은 목청과 음색의 최재림, 강하고 분명하고 개성있던 전나영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사실 렌트에서 너무 파격적이라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는데-물론 그 역할의 문제지만 배우도 너무 강렬하게 남겨져 있었다. 아이비는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반했는지 인터미션때 일행에게 아이비를 그렇게 칭찬하더라.

정선아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정선아를 보고 싶기도 했기에 아쉬웠지만 암네리스 혼자 웃기는 역할은 다 하는데 아이비가 그런 연기를 잘했다. 아이비는 오히려 그냥 연기를 해도 잘할 거 같다. 목소리는 좀 얇고 불안한 기분에 넘버도 약했다. 왜 굳이 목욕탕씬으로 등장하는지 누가 알려줬으면 싶었다. 뭐 전체적으로 노린게 있었던 거 같으니까. 미국놈들꺼다 역시.

디즈니 라이선스가 재정비하느라고 이 버전이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던데 그런걸 알고 본 게 아니었지만 새삼 더 잘봤네 싶었다. 커튼콜때 사진을 찍게 해줘서 자비로워보였다. 그게 뭐라고 커튼콜도 사진 불가 외치는 공연보다야. 관객들에 대한 감사와 배려를 잊고 몰라보는 공연은 관객 입장에서도 그리 좋지는 않다. 뭐 그쪽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그런게 없는게 어디있나. 다만 높은 요금을 지불하게 하는 만큼 그만큼의 서비스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공연 장면도 아니고 인사할 때 사진은 왜 못찍게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하긴 굳이 찍으라해도 인스타나 블로그용 말고 무슨 소용이 있다고.

요즘은 vip석이라고 해도 배우들 얼굴을 볼 수 없는 거리이다. 배우들 얼굴을 보며 공연을 보면 남다르다며 거기에 미쳐있는 몇몇 사람을 봤다. 그들의 열정 덕에 티켓팅을 제대로 참전하려고 각잡아봐도 절대 내 손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자리다. 그 자리에 홀려 뮤지컬에 통장 갖다 받치는 것도 위험한 일이긴 할 거 같다. 통장에 뭣도 없는 처지라 더욱. 전에 이렇게 공연에 미쳐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친구의 친구 얘기를 들으며 어이없이 웃었는데 뮤지컬 몇 번 보러다니기 시작하니 그게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이토록 궁핍한 현실을 돌아보게 해주니 보고와서도 참 이렇게 의미깊을 수가 없네. 의미를 알면 뭐하나, 또 반복하며 보러가고 싶어 들썩거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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