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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mp Nov 05. 2023

[뮤지컬] 레베카

블루스퀘어

기대를 품고 갔었는데 결론은 피곤하다 였다

피곤함은 꼭 이 극 때문이 아니라 평소의 수면상태와 체력때문인게 컸으리라 생각되지만

여튼 몸 컨디션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걸 듣는다해도 감동이 몸을 이기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중이다 

늙어서 그런 거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몸을 돌보지 않아서 라고 여기고 있다

장소와 시간의 압박으로 인해 대낮에 보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캐스트보다는 시간이 먼저였다

누가 됐든 남의 돈 벌고 사는 전문가들인데 제 몫은 다 하지 않을까라는 범인류애적인 마인드로 덕후 자격이 없음을 상쇄시켜본다 도저히 그놈의 티켓팅은 이겨낼 재간도 없고 이 뮤지컬에서 그리 선호하는 배우도 없긴 했다 많은 오해로 인해 오명을 쓰기도 했다지만 전부터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곡으로 유명했던 그 인물의 공연은 굳이 보고싶지도 않았다 나이에 맞지 않는데 고집을 부리는 것 같아 이 배역에 있어선 더욱

여튼 레베카를 강력하게 찾고 부르짖는 덴버스 부인역 배우는 장은아였고 나 역의 배우는 이지혜 막심은 류정한이었다 류배우는 나름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지금까지 이름 마지막 글자를 잘못알았었네 

뮤지컬 레베카 하면 맨날 덴버스의 레베카 노래만 나오고 해서 덴버스가 주인공인줄 알았더니만... 

극의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간 게 더 흥미를 끌긴했다 덴버스는 한낱 조연이었어 나 역할이 다 해먹는다 극을 끌어가지만 재미없는 것도 얘가 다 끌고간다 거의 모든 장면을 내내 나오는 것 같은데 내가 막심이 아니어서인지 어딜봐서 이 배역에게 빠져든건지 알 수가 없다 뭐 지 운명이었나보다 인물의 매력은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에게 다 주어졌지만 그럼 뭐하겠나 유령으로도 등장하지 않고 이름만 주구장창 나오는 레베카 나름 신개념 타이틀롤이다 원작이 19세기 고딕소설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시기 소설의 매력적이고 치명적인 여주인공들이 이런 스타일이 많은 거 같기도 하고 

나 역할 못지 않게 의외로 많이 나오던 막심은 배우가 매우 반가웠고 배역 자체가 입체적인 인물이라 그런지 짐작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보다보면 생각보다 더 허술하고 단순해서 쟤 뭐지 하면서 관심을 두게 만든달까

근데 이 극에서 진정한 사랑은 레베카와 덴버스가 아니었나 싶다 아마 레베카는 덴버스가 끝까지 자신에게 집착하도록 그렇게 만들고 떠난게 아닐까 하는 좀..내멋대로 드는 생각을 하게했다

그놈의 레베카는 가사를 다 외울정도로 들었었는데 나머지 노래들이 대부분 좋아서 뮤지컬로서의 매력이 컸다 덴버스는 인물 자체가 너무 어둡고 빌런같은 분위기라 노래가 다 레베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뭘 그렇게 역할에 비해 혼자만 심각하고 악마적인지 

막심은 의외로 노래들이 어려워서 이 역할을 그냥 한량같은 이미지로 생각해서 노래도 그저 묻어가는 줄 알았더니 배우의 역량이 꽤 필요한 역할이었다 게다가 연기도 왔다갔다 바쁘고 마지막쯤에 칼날같은 그 미소 하는 부분이 가사가 좀 어이가 없어서인지 뇌리에 상당히 강하게 남았다 칼날같은 미소가 대체 뭐지 싶어서 생각을 하다보니 홍콩할매가 생각나는 역효과가...그건 칼로 찢은 미소인데 어떤 미소를 보면 저런 걸 느낄 수 있는건지 내가 지어보고 싶은거지 남의 그런 미소를 보고싶은 건 아니다 

나 역은 노래로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이끌어 가는데 너무 노래에 힘을 쥐어주느라 캐릭터는 놓은게 아닌가 싶고 이건 뭐 캔디도 아니고 신데렐라도 아니고 그 어디쯤인데 여튼 혼자 동화속 주인공이다 덴버스는 스릴러 막심은 아침드라마 나는 동화같은 느낌들이 한데 어우러졌는데 이렇게 어우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그래서 좀 역동적이긴 한 것 같다 

노래 별로 안끌리는 뮤지컬을 보다보면 가끔씩 궁금해지긴 한다 저 노래를 하는 배우는 과연 저 노래를 계속해서 공연하는게 괜찮을까 좋은 노래도 여러번 하면 지겨운데 안좋은 노래는 과연..오히려 하다보면 좋아질수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튼 가장 선택받은 직업 중 하나라고 느껴지는 배우도 참 의외로 그 일 자체에서 짜증나는 구석이 많겠구나 싶다

오페라글라스를 처음 써봤는데 쓸 가치가 아주 넘쳤다 빌리고 돌려주는 과정이 귀찮기는 해서 얼마나 부지런을 떨 수 있을까 싶긴 했지만

작품이 의도적으로 우중충한 분위기지만 깊게 감정에 파고들어와 건드리지 않고 대중적이고 통속적이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우울할 일은 없다 오히려 그렇게 깊이 따위는 버려야만 했냐 대극장 뮤지컬에 무슨 그런걸 바라냐 자연스레 스스로 질문과 답을 찾았다 공연 보는 내내 붙어있던 피곤은 공연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건 장소에서 기인한 바가 더 컸다 그렇다고 과연 저기서 정말 공연이 열리는 것인가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하는 대학로 소극장을 그렇게 원하는 것은 아니다 장소는 넓고 사람은 좀 적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별로 적은 꼴을 못봤던 경험을 생각하면 과연 가능할 수 있는 일일까 싶다 

10월에 이걸 시작으로 여러가지를 봐서 정리를 다 하고 싶은데 지금까지 안해오던 걸 생각하면 뭘 또 새삼 쓰나 싶고 몸의 귀찮음이 마음까지 바꾸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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