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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un흔 May 19. 2020

암환자, 반려동물 키우면 안 되나요?

당신의 반려 동물은 가족이다.

"feat. 신뱅울" 이 소개글에 들어간 이유는 바로 반려견, 반려동물을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많은 이슈가 있고 다양한 의견이 다분한 주제이기 때문에 같은 생각의 사람은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가까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나는 웬만한 건 다 알아!"라고 생각했던 자만심을 <까뭉 상사>라는 모임에서 와장창 깨부수어주셨다. 매번 생기는 반려동물 육아의 부족한 점은 나도 아직은 더 많이 배워나가야 한다.


개너자이저 신뱅울 일상 보러 가기 

https://www.instagram.com/o_bangwool_o/


까뭉 상사 이야기 보러 가기 

https://www.instagram.com/kkamungsangsa/



"암환자도 반려동물 키워도 되나요?"

혹은 "암환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되나요?"


 나는 유독 지금 키우고 있는 반려견을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일명 펫팸족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질문에 어떤 의미를 내포하느냐에 따라 어느정도 공감한다. 잠시 잠깐 저 고민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일부 어떤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일 것이다.

 



 #1. 나를 위해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말아라.


 가장 쉬운 마음가짐과 방법으로 인간의 소유물로서의 "애완동물"은 펫 샵, 인터넷 등을 통해 거래된다. 이는 입양이라는 표현보다는 분양이라는 표현이 맞고, 펫 샵 분양의 실태에 대해서는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알만한 사람들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펫 샵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전부 오롯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 가정 분양은 쉽지 않아. 오래 기다려야 하고.. 나는 당장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이 이유로 여러 명을 만류한 적이 있다.

 신뱅울이는 관종이어서 어느 누구에게든 관심을 받고자, 털로 가려진 토실토실한 몸으로 갖은 애교를 피운다. 다 키워놓고 보니, 남의 강아지가 그렇게 예뻐 보인다더라. 신방울, 그녀의 단점은 나만 알고 있다.

 눈앞에서 뒤로 넘어가는 애교를 피워대는 강아지를 보면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어"라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스멀스멀 나도 키워볼까라는 생각이 비집고 올라올 때쯤, 강아지 공장 사진을 보여준다. 당신의 조급함으로 펫 샵 이용이 늘어남으로써 또 한 마리의 강아지는 강아지 공장으로 들어간다.



2. 우리 애가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데, 키우기 쉬운 종이 뭐예요?

 간식을 사러 들어간 대형 쇼핑몰 내 펫 샵에서 직. 접. 들은 이야기이다. 5살짜리 아이가 장난감 고르듯이 졸라서 사주려 하는 부모. 그 아이는 올바른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까?

 키우기 쉬운 종... 품종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라 강아지의 성격도 사람과 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살짜리 어린아이를 15~20년간 키우는 일" 이것이 반려동물을 처음 키울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어릴 적, 똑같이 울며 불며 조르던 나를 아버지는 말없이 성남 모란시장으로 데리고 가셨다.

 철장에 갇혀있던 어린 시고르자브종(a.k.a시골 잡종)의 아이들을 보며,


 "전부 다 데려갈 수는 없어, 근데 저 옆에 보면 더 안타까운 애들이 있어. 적어도 네가 이중에 한 마리는 철장에서 꺼내어줄 수 있어. 그리고 데려간다고 하면 네 동생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네가 케어해야 해"


 그때 나는 가장 작고 구석에 쪼그리고 있는 아무도 데리고 가지 않을 것 같은 하얀 뽀미를 동생으로 맞이했다. 손바닥 만했던 아이가 거대해질 거라 상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버지가 대단한 말을 해주신 것은 아니지만, 이 한마디는 나중에 집에서 직접 새끼까지 받아내는 대단한 고등학생을 만들어냈다. 함께 키우던 반려견 4마리가 모두 1~2개월 텀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수년 만에 가정 분양을 통해 데리고 온 아이가 방울이다.

 어머니는 아직까지도 신뱅울이의 목욕조차 우왕좌왕하신다. 하나뿐인 고명딸이 암환자가 되면서부터, 신뱅울이의 케어도 고스란히 엄마의 몫이 되었다.



3.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데..

 아만자도 마찬가지이다. 이전까지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정서의 안정을 위해 갑자스럽게 결정하는 입양.

 반려동물과 교감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2-3개월 령의 강아지의 귀여운 유치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배변량은 상당하며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깨 발랄 하기만 한 시기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고 치는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입양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반려동물에게 전해진다. 소위 문제견을 만들기 십상이다.

 반려동물은 치료제가 아니다. 당신을 책임져줄 생명이 아니기 때문에, 정서적 안정을 원한다면 여행이나 템플스테이처럼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먼저 추천한다.

 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었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일 때에 신중하게 입양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강아지 공장, 펫 샵에서 분양하는 강아지의 실태






 #2. 암환자인 나와 지내는 것이 행복할까?


 "암환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에 공감했던 적이 있다.

 수술 후 입원해 있던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신뱅울이를 정말 아껴주는 친구의 집에서 케어해주었다. 친구네 집에서 지내는 동안 이 녀석은 "방깡패"라고 불릴 만큼 제 멋대로 마음껏 귀여움을 발산하며, 편안하게 지내다 집으로 왔다.



집에서 보다 더 편안해보였던, 방깡패라는 별명을 얻고 온 신뱅울



 퇴원하자마자 부리나케 뱅울이를 데리러 갔고, 친구는 못내 정든 마음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웬걸.. 이 녀석은 집에 오자마자 꿈쩍 않고 잠만 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려 3일을 눈도 안 마주치고 잠만 자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아, 친구네 집에서 더 편안했나. 더 좋은 환경인데 나랑 지내는 것이 행복할까. 친구네가 더 좋은 곳이 아닐까, 아픈 내가 우울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말없는 이 녀석이 단잠에 빠져있는 동안 내내 고민했다.

 이때에 친한 언니가 말해주었다.


 "가족이잖아. 얘들은 아무리 못해줘도 첫 가족 못 잊어." 


 그럼에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데리고 온 아이인데 혹여 아만자라는 사실이 나의 반려견에게 많은 걸 못해줄까 봐.

 워낙 개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1일 3 산책은 기본이었고, 뛰노는 걸 좋아하는 애라 외부로 많이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거듭된 걱정에 어깨가 축 처져 집으로 들어온 나를 반겨주는 건 신뱅울이었다.

 알고 보니 집에 와서 모든 긴장이 풀어졌었나 보다, 사람이 여독을 풀어내듯이 3일 내내 늘어지게 편안한 잠을 잤나 보다.

 참으로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가족인데 말이다. 말을 해야 알 텐데, 아쉽게도 말만 못 한다.

 표정에서 알 수 있다. 개동생 신방울, 너는 내 옆이라 행복한 반려견 임에 틀림없다!


누가 우리 애 좀 깨워주세요 :-(    <숙면이라 가능했던 수딩밤+양말>





 #3. 교감을 통해 안정과 웃음을 주는 존재, 나의 가족 반려동물.


 요양병원에서 만난 언니들은 꽤 많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셨다. 음악이 나오면 따라 부르는 리듬감 넘치는 아이, 뽀글뽀글 단발머리의 귀여운 아이. 사진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존재들이었다.

 함께해도 되는지 아닌지의 걱정 중 하나는 #2 에서 설명했다.

 암환자 관련 서적에는 항암 중 "애완동물은 가급적 멀리할 것"이라고 표현된 문구들이 많다.

 그만큼 위생적인 부분이 많이 고민이 될 수 있는데, 요즘은 반려동물도 때맞춰 접종하고 꾸준히 목욕(완벽한 목욕은 사실 귀찮다. 목욕 장갑으로 대신할 수 있다)하고 양치질하는 시대이다. 동물을 방치하듯 키우던 예전 구시대적 발상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난 것이다.

 다만 강아지의 배변에 대해서는 좀 더 철저한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원래 욕실에 신뱅울이 화장실도 함께 마련해주었는데, 습한 공간이다 보니 거실 한편으로 옮겨 가림판으로 가려주었다. 치우는 것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치우면 된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멸균, 항균 스프레이는 어딜 가나 구매할 수 있다.

 함께하는 방법만 바꾼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암환자인 당신의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치료제처럼 급히 입양하여 키우는 것은 반대한다. 다만, 지금 함께하고 있는 반려동물은 당신에게 최고의 선물이라 말해주고 싶다.






뉴욕 여행 중 지하철 광고에 쓰였던 반려동물 사료 광고의 문구


"그들은 하늘에서 내려준 최고의 선물입니다.

당신보다 짧은 생을 살기에 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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