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 분리불안이 있는 줄 알았죠? 천만에요!
뱅울이는 분리불안이 있다.
고쳐보려고 했으나 수없이 실패를 했다. 지금은 그나마 혼자 두고 나가면 1-2분 정도 하울링 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것도 집에서만(편한 곳) 가능하고 불편한 곳에서는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는 것 같다.
그리고 견주인 나 또한 분리불안이 있다. 여기에 공감하는 견주는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다.
작은 생명체가 문 앞에서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걱정이 앞선다.
출근하거나 병원에 입원에 있는 동안에는 혼자 남겨진 방울이가 울지는 않을지, 엄마가 산책을 잘 시켜주긴 하는지.. 또는 사고를 치지는 않을지, 울적해하지는 않을지 온갖 걱정 속에서 퇴근 시간을, 그리고 집에 돌아갈 시간을 기다리곤 한다.
이런 걱정을 해소시켜주는 무기, 바로 홈 CCTV이다.
내가 가진 CCTV는 조정함에 따라 강아지를 졸졸 쫓아다닐 수도 있다. 그 덕에 거의 대부분은 방울이 코 확대 샷만을 본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신방울은 대부분의 시간을 문 앞에서 잠만 잔다. 그러다 발소리가 들리면 쫑긋 하고 다시 한숨 쉬며 옆으로 돌아누워 버린다. 이런 모습이 그렇게 짠할 수가 없다.
종일 나만 기다리는 존재.
그거 아니. 너 못지않게 나도 출근해서는 널 만나는 저녁을, 그리고 입원해서는 일주일 뒤에 만날 너를 기다린다, 꼬꼬마야!
일단 문을 나서며 빼꼼 바라보는 눈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다음 밖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사고는 치지 않았나 1차로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침 산책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이 시간쯤엔 들어가야 저녁 산책을 해줄 수 있다 등등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결국 홈 CCTV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되고 만다. 설치를 하자마자.... 보게 된다... 끌 수없다.....
우리의 반려견은 혼자 있는 모습마저도 귀엽기 때문이다. 벌러덩 누워서 꿀잠을 청한다거나, 강아지의 분리불안을 위해 여기저기 지뢰처럼 설치해놓은 노즈 워크를 하는 모습은 흡사 시커먼 너구리 같기도 하고 두더지 같기도 하다.
이렇게 도치맘이 된다. 귀여움의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이다.
최대한 관심 주지 않으려 노력해보았다. 요즘은 집을 나설 때 괜찮아, 하고 손바닥을 한번 보여주고는 매정하게 돌아선다. 돌아와서는 방울이의 흥분도가 낮아질 때까지 그녀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문 곳(문 앞)에 앉아 기다려 준다.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외출복을 갈아입으면 귀신같이 알았던 그녀가 이제는 가발을 들면
"아, 언니 나가는구나"
생각하고 발끝만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결국 외출 30분 전에 가발을 쓰고, 흥분도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려준다.
"가발을 써도 바로 나가지 않아"
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건데 알아 들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외출할 때가 되면 방울이의 세상 슬픈 그렁그렁한 눈은 저녁 산책을 약속하며, 뒤돌아서게 만든다.
이럴 땐 사람이 강아지 언어를 배우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멍멍 왕왕"
분리불안 해소를 위한 그녀의 아이템은 많다. 수도 없이 많은 노즈 워크 놀이기구와 뼈 간식(시선 끌기용), 접시콘 등등... 이제는 이골이 났는지 10분도 안되어 모든 것을 클리어해버린다. 놀다 지친 방울이는 문 앞에서 잠이 든다.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리는 작은 생명체를 위해 견주가 해줄 수 있는 베스트는 무엇일까.
굉장히 외향적이고 활발한 사람이 본인의 의도와는 반하게 종일 집안에만 갇혀있는다 생각해보자.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피곤한 강아지가 행복한 강아지다."라는 설채현 수의사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집안에서 종일 나만을 기다렸던 나의 반려견을 위해, 당장 밖으로 나서자.
물론 나는 핑계 아닌 핑계지만, < 방울이의 슬개골 수술 + 견주의 의도하지 않은 투병생활 >로 현저히 줄어든 산책 라이프를 하고 있다. 1일 3 산책에서 1일 1 산책 혹은 2 산책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그 대신 끝없는 무한 루프의 인형놀이와 터그 놀이를 하고 있다.
차라리 산책이 더 편한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