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의 욕구 단계설과 미니멀 라이프
사치 -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
미니멀 라이프를 알고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소비 통제를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었다.
내 책 [슬기로운 미니멀 라이프]에서도 적었지만, 시간 확보를 위해 시작한 물건의 비움은 내게 시간과 공간과 재정의 미니멀까지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내 책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는 '생존 미니멀'이다. 독자들은 이 단어를 많이 좋아해 주었다.
요즘 나는 사치품을 종종 사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사치품을 검색해 보았다.
분수에 지나치거나 생활의 필요 정도에 넘치는 물품.
미니멀 리스트의 사치품은 '생존'을 위한, 그러니까 '필요'에 의한 물건이 아닐 때를 '사치'라고 할 수 있을까?!
분수에 지나치는 물건은 아니나 생활의 필요를 벗어나는 물품이긴 하다!
최근 몇 달 사이 구매했던 나만의 사치품의 목록을 나열해보겠다!
만년필
애플 워치
샤워가운
tea cup
천연 오일
반신욕 트레이
화이트 깔맞춤 전기포트와 토스트기
모카포트
등등...
사치냐 아니냐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나름 철학적인 생각에 다다랐다.
사치품이든 아니든 나는 이 물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 물건들을 사용하는 순간순간 행복하다.
생존에 필요한 물건이 주는 기쁨과 필요를 넘어 사치품을 소비하고 사용할 때의 만족감의 레벨은 다르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건이라도 내 취향을 담은 물건을 고르는 일은 생존을 넘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쯤 되니 교육학에서 배운 매슬로가 생각이 났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1단계 : 생리적 욕구
2단계 : 안전욕구
3단계 : 소속감과 애정 욕구
4단계 : 존경 욕구
5단계 : 자아실현 욕구
생존의 문제는 1단계. 내 취향을 담은 물건을 고르고 사용하는 일은 5단계라 생각한다.
취향 이전의 문제들 '안전한 물건인가?', '남에게 보였을 때도 예쁠 물건인가?' 등이 또 있겠지...
미니멀 라이프를 만난 후 나의 물건 구매 기준이다.
1. 꼭 필요한 물건인가
2.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가
요즘 구매하는 나만의 귀여운 사치품들은 이 구매 기준에서 벗어난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구매하고, 오래 사용하지 못해도(오일 같은 경우는 소모품이니) 구매한다.
(물론 아직도 물건의 질!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고집한다! 이 것이 내가 지구를 지키는 방식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만나 미니멀 라이프 저자가 된 내가 '물건 구매의 기준'을 벗어난 소비를 하고 있는 이유! '삶의 여유와 행복'때문이다.
물건이 주는 행복을 찾고 있다기보다, 생존을 넘어 내게 행복을 주는 물건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내 삶은 이전보다 더 여유로워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년필 -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제로 웨이스트'의 한 방법이라 자부한다. 문구류를 좋아하고 볼펜을 많이 쓰는 나는 쓸 때마다 고민했다. '심'만 갈았으면 좋을 텐데... 심이 팔아도 볼펜은 참 그게 안된다. 이렇게 버려지는 볼펜의 플라스틱이 얼마일까? 이런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만년필의 뜻이 '먹물이나 잉크를 넣어 오래 글씨를 쓰게 만든 도구'였다는... 만년을 쓸 수 있는 펜!이라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았다 ㅎㅎ 아무튼, 만년필을 만나고 바인더를 쓸 때도 아이디어를 끄적일 때도 책에 사인을 할 때도 내 기분은 매우 그럴싸하다!
샤워가운/ 반신욕 트레이 - 결혼 11년 차에 내 돈 내산 '샤워가운'이라니!! 반신욕을 즐기기는 하지만 굳이 반신욕을 하면서 까지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뭣하러?!
반신욕을 즐겨하는 내가 공용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안방까지 뛰어가는 모습이란... 수건으로 감싸기는 했지만 흉한 나의 모습을 거실에 있는 가족들을 다 보고 웃고 있다. 샤워 가운을 사고 나서는 몸을 닦을 필요도 없이 우아하게 걸치고 천천히 걸어 방으로 간다! (왜 이제 나에게 주목하지 않는 거야?! 우아한 이 모습을 보라고!!)
반신욕 트레이 놔둘 곳도 없어!! - 이 아이 하나로 반신욕의 힐링은 배가 되었다. 요즘처럼 온라인 수업과 격리생활이 이어질 때는 한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간절하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뉘이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고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을 꽂는 그 순간... 영화관 전체 대관이 부럽지 않다. 그런데 이 중요한 순간. 트레이 없이 욕조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세워둔 패드를 보는 불안감이라니!! 1년을 넘게 미루었던 트레이를 사고 힐링타임은 완성되었다. 둘 곳 없다는 핑계도 사라졌다. 신발장의 신발을 더 비울 게 있더라!(비워야 했다 ㅎㅎ) 신발장 한 칸을 비우고 완벽하게 안착! 브라보!
깔맞춤 화이트 토스트기와 전기포트 -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치품이다! 평범한 토스트기와 전기포트보다 과하게 비싸고 기능은 똑같으니까(굳이 말하면 빵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인정)
토스트기는 2년을 참다가 샀고(생존이었다) 전기포트는 그냥 바꿨다! 깔맞춤 인정! 사치 인정! 근데... 그럼 안되나?!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아이템!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에도 사치품들은 구매했었다. 더 많이 샀겠지. 그런데 지금과 같은 행복은 없었다. 물건을 살 때만 반짝! 금방 시들해지는... 그런데 달라졌다. 물건 구매의 만족도는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보다 훨씬 길게 간다.
이유는? 물건의 총량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물건이 우리 집에 넘쳐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1-1=0으로 만드는 강박은 없지만 물건으로 인해 내 시간과 공간이 잡아먹히지 않도록 늘 신경 쓴다. 사치품이 하나씩 생기면 불필요하거나 생명이 끝난 물건들이 빠져나간다. 그러니 나의 시간과 공간의 질이 점점 더 높아진다.
오늘의 글은 구매품들에 대해 말하다 보니 오해가 될 수 있겠지만 특별한 고민이 더해진 물건 외에 다른 소비는 더더 줄었다. 우리 집 가계부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내가 즐기는 커피와 차들이 있는 공간... 내가 설레며 고르고 설레며 사용하는 물건들의 집합소
업무를 시작하기 전 좋아하는 향의 천연 오일을 한 두 방울 떨어뜨린다. 홈오피스에 은은하게 퍼지는 오렌지향으로 기분도 상큼하다.
"내 기분은 내가 지킨다"
"내 기분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나는 사치품을 사랑한다. 분수에 맞지 않아도 지금 내게 필요한 선택이라면 기꺼이!
물건의 총량을 계산하는 균형감각으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지금처럼 내 행복을 잘 담아내는 매일을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