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유 know 부남? - 1화 <자유의 의미>

유부남에 관하여 - 1. 자유가 필요하다!

by 휴리릭

안녕하세요, 휴리릭(Heuriric)입니다.


연애, 사랑, 이별에 관한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TV에서도 자주 다루는 주제들이죠. 결혼까지 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꽤 있습니다. 요새는 육아에 관한 이야기도 넘쳐나죠. 그런데 결혼 후의 삶, 소위 ‘유부’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누구’의 남편이 되고, ‘누구’의 아빠가 되는데, 기혼자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찾아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런 ‘유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유부’ 중에서도 제가 직접 겪고 주변 친구들에게 들은 유부‘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현재 ‘유부남’인 사람들은 제 이야기를 들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예비 유부남’들은 미리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부녀’와 ‘예비 유부녀’ 분들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는 강조하고 싶어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이 이야기는 그저 어느 한 유부남의 이야기라는 것. 그래서 성급하게 일반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이런 면도 있구나, 이런 모습도 있고,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면서 참고하는 정도로만!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게요.


오늘은 ‘유부남’의 첫 번째 주제, 바로 ‘자유’입니다.

유부남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왜 첫 주제로 자유를 선택했을까요? 그만큼 자유가 유부남에게 중요한 키워드이기 때문입니다. 전 결혼을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유가 제한된다는 거죠. 당연히 이 사실을 알면서 결혼했죠. 근데 그 유부남의 테두리 속에서 자유가 간절할 때가 종종 찾아오거든요. 그래서 와이프랑 싸우기도 하고. 결혼 전에는 너무 당연하던 것들이 결혼 후에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든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주제를 ‘자유’로 정해봤습니다.


1. 자유의 정의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자유의 사전적인 정의입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자유는 존재하지 않아요. 돈, 시간, 체력, 부모님, 친구 등등... 구속이 없거나 얽매임이 없는 시기는 인생에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 차이는 있죠. ‘누가’ 혹은 ‘무엇’이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가에 있죠.


2. 대학생~결혼 전 – 완전한 자유에서 피곤한 자유까지

저는 지방에 살다가 대학교를 서울로 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 독립을 했고, 사실상 완전한 자유를 얻었어요. 제가 다니던 대학교 기숙사는 통금이란 것도 없었고, 자취할 때도 혼자 살았으니까요. 부모님께는 주말에 한 번 전화드리는 정도. 제가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도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친구랑 놀다가 친구 집에서 많이 자기도 했죠. 제 집에서 친구를 재워주기도 하고.

그러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사촌 형, 친동생이랑 같이 한동안 살았어요. 근데 딱히 달라진 건 없어요. 아, 딱 하나. 집에 안 들어가는 날에는 동생한테 카톡은 해줬습니다. 그래야 동생이 도어록의 ‘Lock’을 걸고 편하게 자니깐요. 근데 확실히 대학생 때만큼 자유를 즐기기는 어렵더라구요. 취업을 해서 돈은 있는데 친구들은 직장 따라 흩어지고, 체력도 대학생 때랑 많이 다르고. 놀면서도 불쑥 출근 생각을 했죠. 특히 신입 때는 긴장해서 더 그랬구요. 친구들이 각자 다른 분야와 직장을 다니다 보니 자유의 시간대가 달라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저 혼자만의 자유 시간이 늘어갔어요. 그래서 결심을 합니다. 대학원을 가자!

분명 충분히 자유를 누렸다고, 놀만큼 놀았다고 생각했고 이젠 공부 좀 해야지 싶어서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 대학원을 갔거든요? 자유를 좀 구속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대학원은 진짜 구속이었어요... 아, 나는 공부는 이번 생에 그만해야 되나 보다 라는 소중한 경험과 함께 겨우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거의 1년 치 연봉을 대학원 등록금에 섰다는 건 안 비밀...)


3. 결혼 – 따스한 안정감 속의 자유

대학원을 다니던 중에 소개팅으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어요. 연애를 조금 하다가 결혼을 했죠. 안정과 따스함을 찾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결혼 후의 생활이 결혼 전보다 훨씬 행복합니다. 이 세상에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과 안정감. 근데... 음 그래도 말이죠. 자유는 필요해요. 결혼 전에 분명 지겨울 정도로 누렸던 자유인데, 그래서 이제는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꼭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문제는 당연하던 자유를 이제는 합법적(?)으로 얻어야 한다는 거죠. 합법적이란 건 와이프와 갈등 없이 정당하게 쟁취한다..? 뭐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근데 여기서 잠깐 한 가지. 물론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제 주변을 보면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더 자유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왜 그럴까.

남자들이 생각보다 혼자 잘 못 놀아요. 어렸을 때부터 집단으로 많이 놀아온 환경의 영향도 있죠. PC방 가서 게임하는 건 혼자 노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사실 혼자 하는 게임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상대가 있어야 게임을 하니깐요.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 보면, 그냥 남자 6명이 놀러 가서 별 거 없는 게임하고 먹고 자는 것이 전부거든요? 근데 남자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대리만족이거든요. 지금은 쉽게 못하니깐. 음식 좀 더 먹으려고 게임을 저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 아니요. 게임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겁니다. 이겨야 해요. 이유는 없어요. 게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거죠. 그래서 게임에 목숨을 겁니다 정말.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부인한테 일부러 져준다는 게 진짜 힘든 일이에요. 져준다는 건.. 정말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ㅎㅎ) 이런 게임을 혼자서는 못하니까 친구가 필요한데, 친구를 만나려면 자유가 필요하죠. 시간, 돈 등의 자유가.


4. 자유를 향한 긴 투쟁(?)

제가 대학교 때부터 하던 야구부 동아리를 아직 하고 있어요. 제가 창단 멤버기도 하고, 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애착이 많은 가는 모임이죠. 결혼을 하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동아리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형, 다음 달에 야구부 엠티 갈 건데, 참석하시죠?”

“당연!” 이렇게 답장을 보내려다가 깨닫습니다. 아, 나 유부남이지.


사실 다른 것도 아니고 야구부 엠티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남자밖에 없다는 거예요. 진짜 엠티 가서 야구랑 게임밖에 안 합니다. 안전(?)하다는 의미죠. 근데 문제는 1박 2일이라는 거죠. 유부남에게 외박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와이프에게 외박을 그냥 통보한다?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죠. 이건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와요. 와이프가 저한테 “여보, 나 담주에 여행 갈거라 토요일에 집에 안 들어온다, 알았지?”라고 말한다고 생각해봐요. 좀 그렇죠? 외박은 통보가 아니라 허락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싸움이 없어요. 외박은 뭐랄까... 자유의 최대치의 표본이랄까... 그런 거잖아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 저 같은 경우 이렇게 해요. 먼저 엠티 일정을 확인하고, 미리 준비를 시작합니다. 와이프에게 엠티와 관련해서는 아무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평소보다 집안일을 더 열심히 합니다. 예를 들어, 이틀에 한 번씩 버리던 음식물 쓰레기를 날마다 버립니다. 특히 주말에 더 열심히 합니다. 일요일이 끝나갈 때나 겨우 돌리던 청소기를 토요일 오전부터 돌립니다. 오직 엠티를 위해서. 당연히 와이프가 물어보겠죠. 왜 갑자기 이렇게 집안일을 열심히 하냐고. 그러면 쿨하게 대답해줍니다. "여보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2주 정도 하다가 와이프에게 툭 던집니다. "여보야, 근데 있잖아... 다다음주에 야구부 엠티를 간다네? 나? 그게 가기 어렵겠지... 자기가 허락해주면 모를까. 아! 근데 내가 미리 다 해놓고 갈 순 있지. 집안일도 해놓고 자기 먹을 것까지 내가 다 사놓고 갈 수 있지. 그래도 안 되겠지..? 안되려나..?"

물론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제 와이프가 너무 엄격해 보이잖아요? 이 정도는 아닌데 혹시나 와이프가 이 글 볼까 봐 살짝 방어 멘트 펼쳤습니다...ㅎㅎ)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부남이 외박을 하기 위해서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결혼 전에는 쉽고 당연했던 자유가 결혼 후에는 그렇지 않다는 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거죠. 와이프를 얻고 자유를 잃었...?


5. 결혼은 아름다운 구속인걸...

한 번 지난 젊음을 뒤돌아보시죠.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생과 같은 자유는 불가능해졌습니다. 대학생처럼 수업을 무단으로 결석할 수 있는 건 회사에서 용납되지 않죠. 대학생처럼 술 먹고 집에 안 들어가는 건 일반적인 가정에서 쉽게 허락될 수 없겠죠. 나이가 들고, 취업과 결혼 등 상황이 바뀌면서 우리 자유의 테두리를 만드는 주체가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아름다운 구속인걸

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

살아있는 오늘이 아름다워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건 아름다운 구속이 맞아요. 제가 해보니까 그래요. 이 사람, 이 사랑은 사람을 좋게 변하게 합니다. 다만, 그 구속 속에서도 잠깐의 자유는 필요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말이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렸고, 청소도 다했네. 이번 주말도 집안일 정말 열심히 했다. 후후. 근데 여보 있잖아... 근데.. 음.. 그래서 나 야구부 엠티 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