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유 know 부남? - 2화 <집안일>

유부남에 관하여 - 귀찮음과 게으름 사이

by 휴리릭

안녕하세요 휴리릭입니다.


오늘은 유부남에 관한 두 번째 주제, ‘집안일’입니다.


유부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집안일은 생각보다 종류도, 양도 많아요. 그렇죠? 기본 의식주와 관련된 집안일만 해도 엄청나죠. 거기다 이불빨래 같은 간헐적 집안일까지 포함한다면... 둘 다 회사 다니느라 피곤하고 집에 와서 못 쉬고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데, 문제는 회사와는 다르게 집안일은 업무 분장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거죠. 빨래는 남편이 하고, 설거지는 부인이 한다. 이런 식으로 명확한 업무 분장이 되어있다면, 싸울 일도 없고 책임 소재도 분명하죠. 근데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 청소기를 돌린다 이런 식으로 정해두면 애매해집니다. 집에 다 왔는데 괜히 집 근처를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회사에도 이렇게 일 좀 덜 하려고 잔머리 굴리는 사람들 있잖아요? 근데 그게 내 남편이나 부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사실 저 어릴 때만 해도 아빠는 직장인, 엄마는 전업주부라는 구조가 보편적이라서 집안일 분장이 확실했어요. 돈을 못 벌어오면 아빠 책임, 집안일이 안 되어 있으면 엄마 책임. 이런 식이 가능한 거죠. 근데 지금은 돈을 둘 다 벌어오고, 집안일은 우리 부부 공통의 일이다 보니, 집안일 분장하는데 갈등이 생깁니다. 원래 무언가를 나누려고 하면 싸움이 발생하기 쉽죠. 그것이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말이죠.




1. 경험치가 레벨의 차이를 만든다.


집안일의 경험치는 개인차가 생각보다 큽니다. 전 대학 와서부터 혼자 서울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집안일을 다 하게 됐어요. 그런데 와이프는 결혼 전까지 계속 부모님이랑 살아서 집안일의 경험치나 숙련도가 저랑 차이가 많이 났어요. 저는 머릿속에 집안일의 커리큘럼이 어느 정도 그려지는데, 와이프는 결혼 초반에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른다거나, 얼마큼 자주 해야 할지 모른다거나 하는 귀여움(?)이 있었죠.

집안일은 다른 일과 다른 큰 특징이 있어요. 바로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겁니다. 대부분 단순합니다. 게다가 요새는 기계들이 많이 도와줍니다.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등. 결국 문제는 단순합니다. 하기 귀찮다는 거죠. 회사 복사기에 A4 용지가 부족할 때 누군가는 용지를 넣어야 하죠. 이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요? 다만 하기 귀찮을 뿐. 회사는 나 이외에도 다른 누군가가 참 많고, 그래서 내가 한 번 안 하더라도 괜찮죠. 그런데 문제는 집에서는 내가 안 하면 결국 와이프가 해야 되는 거죠. 그래서 싸움이 날 수 있는 것이구요.

신혼여행 다녀와서 신혼집에 누웠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울더라구요. 내가 신혼여행 때 뭘 잘 못했나 걱정을 하면서 이유를 물어보니까 글쎄... 집안일이 너무 걱정된대요. 많이 안 해봐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저도 모르게 한참을 웃었어요. 너무 귀엽더라구요. 제가 말했죠. 내가 많이 하면서 하나씩 알려줄 테니 걱정 말라고. 별로 어려운 거 없다고. 제가 진짜 잘 가르쳐줬거든요? 근데... 지금도 많이 하고 있네요. 와이프도 분명 이제 다 알 텐데... 한 번씩 여전히 모르겠다며 귀여운 척을 한다는?ㅎㅎ


2. 배우자가 하기 싫은 걸 내가 하자!


잠깐 신세 한탄(?) 하느라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죠. 제가 와이프랑 집안일 분장에 관해 논의하면서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집안일이 종류가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게 어떤 거야?”

“음...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거? 난 밖에 나가야 하는 집안일이 싫어.”

“아 그래? 다행이다. 난 밖에 나가는 건 전혀 상관없거든. 난 부엌에서 하는 일이 싫어. 요리나 설거지 이런 거.”

유부남이 유부녀보다 하기 조금 더 수월한 집안일들이 있습니다. 밖에 나가야 하는 집안일 같은 거.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 이런 것들. 저는 그냥 모자 쓰고 추리닝 입고 대충 나가거든요? 근데 와이프는 아무래도 조금은 신경을 쓰더라구요. 나가는 길에 옆집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어쩌냐면서요. 응? 전 아무 상관없는데? 어차피 남인데 뭘 그렇게... 회사 사람도 아니고. 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개 남자들이 조금 더 편하게 밖에 훅 나갔다 올 수 있으니 이런 집안일들을 유부남들이 하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도 조금은 더 세니까 분리수거 거리를 들고 가기도 더 수월하구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집안일은 기계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건조기를 사니까 빨래를 몇 시간 안에 완전히 끝낼 수 있고, 무선청소기를 사니까 청소기 꺼내기 귀찮아서 청소를 못하겠다는 핑계가 먹히지 않더라구요. 식기세척기는 물도, 시간도 아껴주고. 근데 안타깝게도 문제는 돈입니다. 이것들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거든요. 건조기는 덩치도 커서 세탁기 위에 못 올리면 방에 놓아야 하는데, 그러면 넓은 집이 필요하다는..? 응? 또 돈이 필요하죠... 그리고 기계가 못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TV 선반 닦기, 화장실 청소 이런 것들. 이런 것도 돈을 써서 청소업체나 청소 이모님을 부르면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돈이 있다고 해서 완전히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청소업체 연락이라든지, 기계 버튼을 누르는 이런 건 돈으로 안 되죠. 별 거 아닌 것 같죠? 근데 이런 거 가지고도 은근히 싸울 수 있거든요. 시간 많은 네가 연락 좀 하지 그랬냐, 업체를 왜 이런 곳을 찾았냐, 건조기 물을 왜 안 비웠냐 등등...

성향에 맞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너무 쉽고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요? 맞아요.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알죠. 근데 실천이 잘 안 되니까 다시 한번 강조해 보는 겁니다. 대부분의 집안일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단순 작업입니다. 대신 나 밖에 못 하는 일, 저희 집을 예로 들면 벌레를 잡는다거나(모기, 바퀴벌레!), 쌀 포대를 옮긴다거나, 이런 걸 와이프한테 미룰 순 없죠. 하지만 이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집안일은 단순 작업이니까 그만큼 배우자에게 미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죠. 너도 할 수 있는데... 꼭 내가 해야 되나? 난 어제 야근해서 피곤한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둘 중에 누군가는 해야 하니깐 내가 하면 상대가 쉴 수 있고 가정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거죠. 퇴근하고 와서 몸도 피곤한데 하기 싫은 일 하면 더 짜증이 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상대가 하기 싫어하는 집안일을 내가 해주면서 가정의 평화를 만들어보자는 거죠.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3. 역치의 문제


집안일을 조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역치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 견딜 수 있냐는 거죠. 머리카락이 바닥에 막 굴러다녀도 그러려니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설거지 하루 정도 안 해도 무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빨래는 입을 속옷이 없을 때쯤 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꽤 있어요. 저도 20대에는 입을 속옷이 한 개 남으면 빨래하고 그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왜냐면 혼자 살았으니까요. 집이 더러워도 그냥 나만 괜찮으면 되거든요. 근데 결혼을 하고 나니까 다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와이프는 설거지를 다음 날 해도 된다는 걸 절대 이해하지 못합니다.

개인의 역치는 분야에 따라 다르기도 해요. 제 와이프는 설거지는 반드시 그때 해야 하는데, 청소는 하루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요? 전 당연히 둘 다 내일 해도 된다... (이 생각은 아기가 생기고부터 불가능해집니다. 이건 나중에 ‘육아빠이팅’에서 다루기로 하죠)

기준이 변하기도 합니다. 역치 수준이 상대방에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하향 평준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소 이틀이나 못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던데?”,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그니까 일주일에 두 번만 하자”, 이렇게 되는 거죠.

못 견디겠다 싶은 사람이 움직여야 합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이죠. 못 견디겠다 생각하는 사람이 다 해버리면 문제는 없습니다. 근데 사람인지라 하다 보면 화가 나거든요. 왜 나만 하지? 같이 먹고, 같이 살았는데 왜 나만 해? 이런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도 있죠. 청결에 예민한데 내가 하기는 싫은 사람... 이런 분들이 가장 힘들 수 있는데,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배우자를 잘 조종하면 해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빠! 나 오늘 회사에서 정말 힘들었는데.. 청소기 한 번만 돌려주면 안 될까? 나 진짜 몸이 안 움직여 여봉~~” 이렇게 말하면 유부남의 입장에서 거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청소기 한 번 안 돌리려다가 많은 것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부인 말을 잘 들으면 참 편해지는 것이 많다는...!ㅎㅎ)




집안일은 먹고살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일들입니다. 상대의 역치와 성향을 존중해서 집안일을 잘 분장한다면, 그리고 내가 조금 더 해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화목하고 깨끗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앗, 오늘 글은 여기서 급하게 줄일게요. 저 음쓰 버리러 가야 해요!ㅎㅎ (아.. 내일 버려도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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