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에 관하여 - 通, 그것이 문제로다.
안녕하세요 휴리릭(Heuriric)입니다.
오늘은 세 번째 주제, '연락'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1. 성향이 맞아야 연락이 편하다!
연인들이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연락 때문이기도 하죠. 왜 카톡 답장이 느리냐, 왜 전화를 안 받느냐, 먼저 연락을 하지는 않느냐 등과 같은 말을 하게 되죠. 연락 역시도 성향이 맞아야 편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락을 좋아하고, 연락을 갈구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서로 자주 연락하면서 사랑을 확인하겠죠. 혹은 연락에 무덤덤한 커플은 하루에 한두 번만 연락해도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더라구요. 문제는 다른 성향이 만났을 때죠. 한쪽은 연락이 부족하다 느끼고, 한쪽은 연락이 넘친다고 느껴요. 이러면 갈등과 싸움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2. 연락 수단의 진화 - 제대로 배우질 못해서...
성향도 중요한데, 저는 연락에 관해서 언급하고 싶은 것이 한 가지 더 있어요. 바로 연락 수단의 진화입니다. 3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봅시다. 그때는 연락 수단이 전화밖에 없어요. 그것도 집전화. <응답하라>와 같은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이 때는 전화 타이밍을 맞추는 게 중요하죠. 여자 친구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 바로 여자 친구가 전화를 받으면 좋은데, 여자 친구 어머니가 받을 때도 있죠. 근데 전화예절에 관한 교육을 받았으니까 당황하지 않고 예의 바른 남자로 보이게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나정이 친구 칠봉인데요, 혹시 나정이랑 통화할 수 있을까요?"
준비한 멘트를 당황하지 않고 또박또박 잘 읽는 게 포인트죠. 장모님이 되실 수 있는 분이니까요.
근데 연락 수단이 발전과 진화를 시작하죠. 삐삐가 등장하고, 시티폰이 나옵니다. 그러다 핸드폰이 생기고, 이제 스마트폰 시대가 됐죠. 새로운 연락 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우린 거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삐삐 시절에는 숫자로 표현하는 암호가 등장하기도 했고, 핸드폰 시절에는 통신사에서 연인용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죠. 그러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카톡과 SNS가 대세가 됐어요. 이모티콘도 쓸 수가 있죠. 문제는 우리는 이런 변화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거예요. 스마트폰 사용 예절이라든지, 연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백서 같은 걸 배우지 못했어요. 각자 자신의 스타일과 자신의 주변 환경 속에서 배우고 익히다 보니 기본 기준 자체가 다른 경우가 발생하게 되죠. 예를 들어, 여자는 A 카톡을 보냈고 남자한테 당연히 B라는 답장이 올 줄 알았는데, 남자는 C라는 답장을 한 거죠. 남자는 다른 친구들하고 연락하던 대로 당연히 C라는 답장을 했고, 그게 문제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거나 애정이 식은 게 절대 아니란 말이죠. 근데 여자는 남자의 진심을 오해하게 되고...
물론 연락의 내용과 방법 등에 정답은 없고, 이걸 체계적으로 배우기는 어렵겠지만 노력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주변에 가까운 남사친, 여사친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하고 말이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도 사랑을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울 때는 연인 사이에 연락이 더 중요하죠!
3. 유부남이 되고 나서... - 다른 연락이 없네?
유부남이 되니까 연락의 모습이 조금 바뀌게 됩니다. 연애할 때는 얼굴을 못 보는 날도 많고 하니까 연락을 많이 하고 통화도 자주 했죠. 근데 결혼하고 같이 사니까, 가족이 되니까 연락이 달라지죠. 퇴근하고 집에 가서 이야기할 시간이 충분히 생기잖아요. 연락을 귀찮아하는 유부들은 필요한 연락만 하는 경우도 많아요. "사갈 거?" 이런 식의 짧은 카톡. "알겠어 이따 집에서 이야기해" 이런 식의 마침형 카톡. 상대는 이따 집에서 이야기는 하는 거는 하는 거고 지금도 연락을 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회식하거나 술자리를 가지면 연락이 잘 안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과거 여친이 이런 유형이었는데 정말 미칩니다. 전 연인 사이에 연락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과거 여친은 술만 마시면 연락이 안 됐습니다. 어쩌다 전화가 올 때도 있는데(새벽 2시쯤?)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우울하다고 뭐라 뭐라 합니다. 전 맨 정신에 집에 있었는데 말이죠. 심지어 여친 걱정에 잠도 못 자고 있었는데... 물론 저는 이런 유형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헤어졌습니다만, 결혼을 하면 그래도 답답함의 시간이 줄어듭니다. 왜냐면 집에는 들어올 거니깐? 그렇..겠죠? (참고로 제 와이프는 칼같이 귀가하고, 집순이 스타일입니다. 아, 내 자유...ㅎㅎ)
유부남이 되니 와이프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연락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여사친들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고(이건 '남사친/여사친' 편에서 더 이야기해보죠), 다른 친구들도 만날 계획을 잡거나 물어볼 것이 있지 않으면 굳이 연락을 하지 않더라구요. 전에는 급 연락해서 만나는 것도 종종 있었는데, 유부남 되니 친구들이 알아서 연락을 안 하더라는... 나 유부남 되고 왕따 된 건 아니지? 너무 너네끼리만 재밌게 노는 건 아니지...?
4. 영화 <완벽한 타인> - 판도라의 상자?
결혼해서 살다 보면 배우자의 폰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을지도 몰라요. 의심 가는 것들이 있어서 일 수도 있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궁금해서 일 수도 있어요. 결혼 전에는 하고 싶어도 거의 기회가 없었지만, 결혼 후에는 사실 기회가 많잖아요? 집에 왔는데 폰에 잠금을 걸어두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집까지 왔는데 굳이? 부부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저는 그냥 폰을 방치해두는 편입니다. 말했잖아요 연락이 안 온다고...
세상엔 모르고 살았더라면 좋은 것들도 있어요. 섣불리 건드렸다가 자칫 판도라의 상자가 여는 일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게 아니더라도 괜한 오해와 억측이 쌓여 신뢰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죠. 이런 걸 잘 보여주는 영화가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였죠. 폰의 알림이 울릴 때마다 긴장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원래 연락이라는 건 보통 반갑기 마련인데, 그 영화에서만큼은 두려움이 되어버렸죠.
물론 그 영화와 같은 일은 당연히 없으면 좋겠지만, 연락이란 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오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자, 상황을 하나 만들어보죠. 와이프랑 티비보면서 편하게 쉬고 있는 금요일 밤 10시, 카톡 알림이 울립니다. 응? 이 시간에? 별 거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괜한 기대감을 가지고 카톡을 확인합니다. 아.. 근데 전여친입니다. 와... 대체 왜 연락을, 그것도 이 시간에 했는지 모르겠지만, 헤어진 지 3년이 넘었는데 연락이 왔어요. "잘 지내?" 이렇게 짧은 세 글자로.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물어봅니다. "누구야?".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요? (연락 온 전여친에게 마음과 미련이 1도 없다고 전제하구요... 아, 이건 유부남에게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강조!)
1. 고등학교 친구네. 이 놈도 결혼한다는 연락이려나?
2. 아 아무것도 아니야. 스팸이야 스팸.
3. 김민정이라고 전여친인데, 잘 지내냐고 연락이 왔네?
최소한의 진실이 나을까요, 선의의 거짓말이 나을까요, 아니면 모든 사실의 나열이 나을까요. 물론 연락을 한 전여친이 가장 문제라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의견입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난 말과 행동을 잘해야 한단 말이죠. 난 진짜 결백하고 잘못이 없는데, 그래도 갑자기 생긴 위기란 말이죠. 내 결백함을 잘 입증하면서 혹시라도 씌워질 누명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단 말이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래서 유부남이 참 어렵습니다...ㅎㅎ (혼자 살 때가 참 편했다는...? 응?)
通(통할 통), 부부 사이에는 이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회사에서도, 친구 사이에도 다 중요하지만, 같이 사는 부부 사이에는 특히 중요하죠. 막히지 않고 잘 통해야 하고,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날마다 얼굴 보고 사는데 통하지 않으면 얼마나 힘들고 괴롭겠습니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좋은 남편이 되려면 通이 참 중요한데... 쉽지 않죠? 通,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