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유 know 부남? - 4화 <여사친과 남사친>

유부남에 관하여 - 굿바이 여사친!

by 휴리릭

안녕하세요 휴리릭(Heuriric)입니다.


벌써 유부남 시리즈의 네 번째 시간이네요. 오늘은 ‘여사친/남사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용어의 정의 - 이성 같지 않은 이성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여사친/남사친의 뜻을 아시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네요.


‘여사친 – 여자 사람 친구. 연인 관계가 아닌 여성 친구’

‘남사친 – 남자 사람 친구. 연인 관계가 아닌 남성 친구’


쉽게 말해서 이성인데, 이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친구입니다. 나에게는 그냥 친구인데, 다만 성별이 나와 다를 뿐이죠. 글 시작부터 여담이지만, 미국에서는 여사친을 female friend, 여자친구를 girlfriend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그래서 미국에 놀러 가서 여사친을 girlfriend라고 미국 사람에게 소개하면 친구가 아닌 여자친구라고 오해할 수 있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미국 여행 가는 건 어려울 것 같으니 이건 참고로만 하시구요.


2. 해묵은 난제 - 여사친은 친구가 될 수 있나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실 건가요? 사실 이건 매우 오랫동안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입니다. 수학에는 ‘리만 가설'(리만 가설은 어떤 복소수로 만들어진 함수가 0이 되는 값들의 분포에 대한 가설이다. 리만 가설에 쓰이는 리만의 제타 함수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그만 알아보죠)과 같은 세계 7대 난제가 있다고 하는데, 이성 문제에도 이 질문은 7대 난제 중 하나에 반드시 속할 겁니다. 아, 제 대답이요? 음... 전 20대까지는 Yes, 유부남이 된 지금은 No입니다.


완전히 고립된 삶을 살지 않는 이상 당연히 주변에 이성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남중, 남고를 다녔고 군대도 갔기 때문에 8년 이란 시간은 이성이 주변에 없다시피 했습니다만(남녀칠세부동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를 다녔지요...),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여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게 되었고, 그들 중 일부와 친구가 되었죠. 여사친들이 생긴 거죠. 대학교 때만 해도 여사친/남사친으로 굳이 구분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노는 종목이 조금 달랐을 뿐이죠. 여사친들과는 맛있는 거 먹으러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했고, 남사친들과는 운동을 하거나 PC방을 가거나 했죠.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이나 대외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사친들이 그곳에 있었기에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누군가는 "여사친과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이 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만, 이건 오늘 말하는 주제에서 살짝 벗어나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죠. 제 와이프가 이렇게 말했다는 건 안 비밀..ㅎㅎ)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만약 그때의 저에게 했다면, 전 당연히 Yes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실제로 있었으니까요.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으니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어요. 일단 수업이나 동아리처럼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는 자리가 없어요. 새로운 여사친이 생길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졌죠. 그리고 원래 있던 여사친들을 만나려면 약속을 잡아야 한단 말이죠. 근데 일주일에 주말은 한 번 밖에 없잖아요. 물론 여사친들 만나면 즐겁긴 한데, 나의 황금 같은 주말을 조금 더 편하고, 신나고, 보람 있게 보내고 싶단 말이죠. 그러다 보니 대충 모자 쓰고 만나도 되는 남자 애들과 놀거나 아니면 소개팅을 하죠. 그러다 보면 이번 주말도 여사친을 못 만나고, 다음 주말도 마찬가지고... 자연스럽게 상당 기간 못 만나게 되고 멀어지게 되는 거죠.


3. 여사친들... 굿바이


그래도 가끔씩은 만나던 여사친들이 있었는데, 제가 여자친구가 생기니까 여사친들을 만나는 게 좀 이상해졌어요. 일단 시간을 내는 것부터 쉽지 않죠. 여자친구, 남자애들, 휴식, 이렇게 하고 나면 주말은 끝나버린단 말이죠. 평일 저녁에도 시간을 낼 수 있겠지만, 피곤한데 굳이..? 그래도 굳이 저녁에 만나다고 해보죠. 근데 약간 이상해요. 물론 서로 알죠. 우린 그냥 친구란 거. 얼굴 본 지 오래됐고 안부 확인할 겸 만난다는 거. 근데 여자친구에게 여사친을 만난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기 좀 애매하단 말이죠.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시죠. 여자친구가 저녁에 남사친이랑 단둘이 밥을 먹는다? 괜히 신경이 쓰일 수 있어요.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나 빼고 둘이 만날 이유가 있나 싶죠.

그런데 결혼을 하고 유부남이 되면 정말 여사친을 만날 이유가 없어집니다. 내가 미혼이더라도 여사친이 결혼을 해서 유부녀가 돼도 마찬가지죠. 여사친을 일대일로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모임 같은 데서 얼굴 보는 것이 일반적이 되죠. 보통 내 청첩장을 주기 위해 여사친을 만나는 날이 여사친의 얼굴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유부남인 저에게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유부남인 저의 대답은 No입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계속 강조하지만, 나 혹은 배우자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 판단을 해보려고 할 때,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이겁니다. "배우자가 내 행동을 똑같이 했을 때 내 기분이 어떨까?" 이걸 생각해 보라는 거죠. 대학 때 친했던 여사친이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합니다. 유부님들, 어떻게 하시렵니까? 평범한 일상에 오랜만에 옛 친구한테 연락이 왔으니 사실 엄청 반갑죠. 어떻게 살았나, 잘 살고 있나 궁금하죠. 근데 한 번 생각해 보라는 거죠. 와이프가 예전 남사친한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면서 둘이 저녁을 같이 먹어도 되냐고 합니다. 흔쾌히 허락하시렵니까? 전 어떻게 할 거냐구요? 전 아마 이렇게 물어볼 것 같아요. “응? 왜?” 그래서 전 이제 여사친이 없답니다. 아... 옛날이여..!


4. 결혼은 여전히 아름다운 구속이다


제가 첫 글에서 말씀드렸죠. 결혼은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결혼을 하고 유부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는 겁니다. 유부가 된다는 건, 결혼 전에 누렸던 많은 자유를 포기하더라도 이 사람과 같이 사는 게 행복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구속을 즐기세요. 여사친은 이제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의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여사친이라는 존재는 마치 '삐삐'처럼 한 때는 나의 삶의 일부였으나, 이제는 흔적조차 없는, 추억만이 남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다시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도록 하죠! 결혼은 여전히 아름다운 구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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