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은 잠 못 이루는 밤

육아도 결국 업무분장이 중요한 것을...

by 휴리릭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걸 핑계로 글 쓰는 걸 미뤘습니다. 오르막길까지 올라가는 건 참 힘들지만, 내려오는 건 순식간이죠?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글 쓰는 걸 계속해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흐름이 끊기니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더라구요.

많이 미끄러져 내려왔지만, 그래도 다시 한 걸음씩 올라가 보려 합니다. 그래도 처음 시작보다는 지금 있는 곳이 조금은 높으니까요.




다시 밤에 쉽게 잠을 자지 않는 아들


아들은 신생아 때부터 잠투정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끝나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텼죠. 아들이 두 돌이 지나고 어느 정도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나아졌습니다. 잠잘 시간이 되면 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끄고 누워서 자동차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해주면 어느새 자고 있었죠. 아, 드디어 나도 아들의 수면으로 힘들 일은 없겠구나 했죠.


그러다 갑자기 어느 날부터 잠자기를 거부했습니다. 방에 들어간 지 5분도 안 돼서 "밖에! 밖에!"를 외치며 거실로 뛰쳐나갔습니다. 방이 답답해서 그런가 싶어서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봤습니다. 그래도 아들은 "밖에! 밖에!"를 외쳤습니다. 아들과 대화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잠투정을 시작하면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밤 12시가 넘어도 잠을 안 자서... 새벽 1시에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가서 재운 적도 있었고, 자동차에 태워 한밤의 드라이브를 한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자면 괜찮은데, 전혀 통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힘이 남아도는가 싶어서 어린이집 하원하고 오후 내내 산책을 하고 들어왔는데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더 피곤해져 버린 제가 밤 12시 넘어서까지 버티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죠.


요새는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아서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나면 정말 녹초가 돼버립니다. 아침 먹고 집안일 조금 하고, 잠시 쉬었다가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꼭 1시간 정도 낮잠을 잡니다. 안 그러면 밤에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죠.

오늘은 아들이 정말 오랜만에 밤 10시에 잠이 들어서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대학교 1년 선배의 죽음


어느 토요일 오후, 제가 대학교 때부터 하고 있는 야구부 동아리 단체 카톡에 톡이 많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눌러봤는데... 저보다 한 살 많은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잘못 전달되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형의 아버지가 직접 카톡방에 글을 올려주셨다는 걸 알고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그날 하루를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날도 잠투정을 하는 아들을 겨우 재웠습니다. 조문을 내일 갈까 하다가 내일은 일요일이고 조문 갈 곳이 거리가 조금 있어서 와이프에게 너무 육아 부담을 많이 주는 것 같아서 바로 상갓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어두운 도로를 한 시간 넘게 달리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허무했습니다. 코로나 초창기에 형이 이직하고 밥 한 번 먹자는 걸 코로나 핑계로 안 먹었습니다. 그 뒤로 코로나가 점점 심해졌고, 육아휴직까지 하는 바람에 형과 밥을 먹을 일이 더 없었죠. 그렇게 형과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핑계 같지만 브런치에 한동안 글을 안 쓴 이유 중에 하나도 이것 때문입니다.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에 그냥 인생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글을 안 쓰고 추리소설만 열심히 읽었습니다. 지금 나에게 제일 재밌는 것을 하자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쉴 새 없이 추리소설만 빌려서 읽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부디 형이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랍니다.



육아도 결국 업무분장인 것을...


육아를 하다 보니 육아도 회사 생활과 닮은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 하나가 업무분장입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회사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죠. 팀장을 중심으로 팀의 업무를 팀원들이 나눠서 하게 되죠. 그걸 고급스러운 용어로 '업무분장'이라고 부르는 것이구요.

조직 개편을 하거나 팀의 구성원이 바뀌어서 업무분장을 새로 하게 되면 긴장됩니다. 업무분장은 아무리 공평하게 하려고 해도 결국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업무분장에서 제대로 정해놓지 않은 새로운 업무가 떨어졌을 때, 이 업무를 누가 할지 정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발 나는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 기대를 저버릴 때도 많죠.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많은데 새로운 업무까지 제게 줄 때는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도 압니다. 그냥 제가 순순히 그 업무를 받아들이고 하면 팀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란 걸 말이죠. 평상 시라면 그렇게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한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많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저 하나로 팀의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능력의 한계가 있고, 업무 과부하가 걸리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누가 봐도 저보다 한가한 팀원이 있는데도 그 팀원에게 업무를 주지 않고 저에게 주는 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육아도 결국 업무분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심지어 육아는 바로바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라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업무분장도 중요하지만, 돌발 상황이나 새로운 업무가 생겼을 때 이를 누가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재 저는 육아 외주(부모님, 시터 등) 없이 와이프와 둘이서 28개월 아들 한 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잠자는 것은 제가, 먹는 것은 와이프가 담당하는 것으로 큰 업무분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육아휴직 중이기 때문에 당연히 와이프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와이프와 자주 갈등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밤에 잠이 쉽게 들지 않고 짜증이 늘어가면 와이프가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지금 저는 A라는 방법으로 재우려고 하고 있는데, B라는 방법을 써보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거죠.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르거든요. 제가 경험해 본 결과 A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 하는 것인데 아들을 많이 재워보지 않은 와이프가 그런 말을 하니까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날 때가 있더라구요.


와이프와 온전히 둘이서 육아를 하다 보니 한 명은 집안일을, 한 명은 아들을 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면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하고... 피곤하다 보니 종종 업무분장에 불만이 생기기도 합니다. 휴직 중인 제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따 밤에 아들과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지쳐서...



언젠가 아들이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면 이 업무분장도 조금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업무가 여유로워지면 와이프와 갈등이 생길 일도 현저히 줄어들까요? 그때가 되면 오히려 지금을 한 번씩 그리워할까요?


많은 분들이 이 시기가 너무 금방 지나가버려서 아쉽다고 하는데... 저는 그래도 아들이 빨리 커서 아빠의 일을 좀 덜어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아들아... 오늘 밤에는 혼자 잘 수는 없을까...?


(오랜만에 계단을 다시 오르려니... 힘이 많이 드네요 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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