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애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둘째는? 생각 있어?"
제가 어렸을 때는 자녀가 2명인 집이 가장 흔했습니다. 저도 여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을 봐도 외동인 친구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외동보다는 자녀가 3명인 집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반반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둘째까지 계획해서 자녀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 친구들도 있고, 한 명만 낳으려 했지만 어쩌다 보니 두 명을 낳고 키우는 친구도 있습니다.
반면 저처럼 한 명만 키우고 있는 친구들도 절반 정도 됩니다. 물론 지금 한 명일 뿐이지 향후 두 명 이상이 될 가능성은 있죠.
제 주변을 보면 대개 엄마는 그만 낳고 싶어 하고, 아빠는 더 낳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출산의 고통과 출산 후 회복의 어려움을 몸이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요. 아직까지는 사회 분위기상 육아가 여전히 엄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도 하구요.
다시 아까 그 질문으로 돌아와서,
"그래서 둘째는? 생각 있어?"에 대한 제 대답은, 절대 "아니!"입니다.
사실 전 처음부터 한 명을 낳고 싶어 했습니다. 결혼 전에도 와이프에게 그렇게 말했었구요. 그리고 육아휴직까지 하면서 주양육자로서 자식을 키워보니... 둘째는 정말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가장 큽니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육아를 시작했지만, 육아는 정말 최상위 난이도의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끝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죠. 고등학교 때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종착지가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는데, 육아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섯 살 아들을 키우는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지금이 좋을 때야"라고 말하더라구요. 아들은 아직 세 살... 저도 돌이 되어가는 아들을 키우는 친구에게 똑같이 말했거든요. "지금이 편해. 즐겨" 이렇게요.
아이가 커가는 성장 단계마다 초보 아빠로서 많은 시행착오와 위기가 있었습니다. 신생아 때는 목을 가누지 못해서 아이 목을 받치는 왼손에 초집중해야만 했고, 이가 날 때마다 야심한 밤의 잠투정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목욕할 때마다 우는 아이 때문에 목욕물을 받으면서 오늘은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쪽쪽이를 끊기 위해 며칠 동안 아들의 오열을 들어야 했죠. 마치 게임 레벨을 올리듯이 육아를 하고 있지만, 이 게임의 엔딩은 아직 요원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신기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한 번 보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아이를 낳는 이유 중 하나가 내가 기억 못 하는 어린 시절을 보고 싶어서가 있던데, 저는 아들을 통해 이미 한 번 봤고 이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많이 지쳐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끝나겠지 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지만, 여기에 한 명을 더 낳아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 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명에게 올인하고 싶습니다.
제가 줄 수 있는 사랑, 마음을 주고 놀아주고 경제적인 지원까지 모두 포함한 사랑을 한 명에게 모두 몰아서 주고 싶습니다. 자식 두 명 모두에게 100의 사랑을 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여동생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겪고 느껴봤습니다. 부모의 사랑이 아무리 무한하다고 해도, 한 명에게 줄 수 있는 걸 두 명에게 나눠줄 때 그 총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인 측면도 당연히 고려 대상입니다. 둘 낳아도 다 키우게 되어있다고 주변에서 제게 많이 말해주는데... 글쎄요. 저는 잘 공감이 안 됩니다. 어릴 때는 돈이 많이 안 들 수도 있겠지만, 점점 커갈수록 아이에게 드는 돈은 급격히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벼락부자라도 되지 않는 이상, 지금 수준에서는 한 명에게 제가 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몰아서 주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게다가 휴직을 하다 보니 확 줄어든 수입으로 살고 있으니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제가 아빠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이고 싶기도 합니다.
육아를 하면 당연히 많은 걸 포기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자유를 포기해야 하죠. 물론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저녁 시간에 약속을 잡은 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경조사와 같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 외에는 못 가게 되더라구요. 제가 없으면 결국 누군가가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요. 게다가 한동안 아들은 저 없이 잠을 자지 못했죠. 그나마 지금은 아들이 조금 커서 다른 사람과 함께 오랜 시간을 있어도 괜찮은데, 한때는 완전 제 껌딱지여서 아들을 두고 어디 갈 엄두를 못 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아이 계획을 세울 때 당연히 예상하고 감수할 거라고 다짐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아기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예전의 저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겠죠. 지금껏 제 자신의 대부분을 아빠로서 살다가 조금씩 원래의 제 모습도 찾고 있는데 말이죠.
와이프는 여전히 둘째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이 외동으로 자라서 그런지 둘째를 낳자고 한 번씩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제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 보니 이제 와이프도 어느 정도 체념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겠다. 이 결정을 제가 나중에 어떻게 다시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30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육아를 해보고 정말 신중하게 내린 결정인만큼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형제가 없어서 조금 심심할 수 있는 아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그만큼 제가 아빠로서 더 노력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