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출생신고를 통해 이름을 얻었고, 그 이름으로 계속 불려 왔죠. 한 번 정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이름을 정하는 데는 정말 신중해야 하죠.
여담이지만, 브런치를 시작할 때도 필명을 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휴리릭'이라는 필명은 제가 만들어서 지금도 하고 있는 야구 동아리의 이름과 비슷하면서, 신나고 밝은 이미지의 단어 같아서 선택했어요. 회사에, 육아에 지치고 힘들 때도 많지만,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밝고 행복하고 싶어서요.
오늘은 <육아빠이팅>의 네 번째 이야기, 바로 '이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부모의 시작, 태명
부모가 아기에게 가장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 태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말고, 부모가 직접 만들어주는 것 중에서는 태명이 시간상 가장 먼저겠죠. 일반적으로 아기가 출생신고를 통해 이름을 가지기 전까지 부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날마다 배를 쓰다듬고 태교를 할 때 항상 부르는 게 태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는 태명을 정하는 것부터 신중했습니다. 너무 흔한 태명은 괜히 피하고 싶었고, 의미가 있으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태명을 붙여주고 싶었거든요. 저랑 와이프랑 고민 끝에 지은 태명이 바로 '짜랑'입니다.
'짜랑'은 4가지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많은 뜻을 다 계산하고 만든 건 아니고, 나중에 의미를 가져다 붙였지요 ㅎㅎ)
1) 목소리가 높고 맑게 울리는 소리(짜랑의 사전적 의미)
2) 우리 집안의 자랑(Pride)
3) 잘 자랑(Grow well)
4) 잘 자랑(Sleep well)
예사소리(자랑)보다 된소리(짜랑)를 태아가 더 잘 듣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보기도 했고, 자랑보다는 짜랑의 소리와 느낌이 더 좋아서 '짜랑'이라고 태명을 정했답니다. '짜랑아', "짜랑짜랑' 이렇게 참 많이도 불렀었네요.
2. 이름의 중요성
보통 나와 관련된 무언가의 이름을 정할 때, 본인의 의지를 강력하게 반영할 수 있죠. 친구의 별명, 애완견, 애인의 애칭 등... 근데 본인의 이름만큼은 보통 부모님이 정해주시죠. 물론 나중에 개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님이 태어날 때 정해준 이름으로 평생 살아가죠. 그만큼 자식의 이름은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첫 번째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제 아들의 이름을 짓는데 신중해졌어요.
저는 제 이름에 만족합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성을 포함한 이름 세 글자에 모두 받침이 들어가기도 하고, 영어로 표기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당연히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힘들어했구요. 그래서 제 아들의 이름은 이런 아쉬운 점이 없도록 지어보기로 했죠.
3. 작명의 기준
먼저 성명학을 공부해 봤어요. 생각보다 어플이나 인터넷에 정보가 많고, 알기 쉽게 풀이되어 있더라구요. 그걸 토대로 자음과 모음의 기본 결합 원칙 등을 세웠죠. 그리고 성씨를 제외한 순수한 이름은 평범하게 두 글자로 하는 걸로 와이프랑 의견을 모았어요. 제 이름은 모두 받침이 있어서 힘들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아들의 이름은 첫 번째 글자를 받침이 없는 글자로 해서 발음이 쉬운 이름을 만들기로 했죠. 받침이 있는 글자가 연속으로 겹치면 아무래도 발음이 조금 힘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이름의 글자가 될 수 있는 후보 글자를 다 적었어요. 그리고 엑셀을 만들어서 첫 번째 글자와 두 번째 글자를 모두 결합시킨 후, 거기서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죠.
처음에 가능한 글자를 다 적어서 만들었더니 2천 개가 넘더라구요. 그냥 기계적으로 결합을 시키다 보니 당연한 결과였죠. 거기서 하나씩 보고 발음도 해보면서 지워나갔어요. 그렇게 1차, 2차, 3차... 그러다가 최종 4개의 이름으로 후보를 압축했어요. 그리고 양가 가족에게 투표를 해달라고 했죠. 다행히 4개 중 하나의 이름은 모두가 좋아해서 그 이름으로 최종 결정을 했답니다.
4. 아들아,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
아들의 이름을 짓는 장기 프로젝트에 다른 사람도 아닌 와이프가 처음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너무 과한 거 아니냐는 거였죠. 하지만 제가 엑셀 만들고 작업하는 건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와이프를 안심시키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내가 정해준 이 이름으로 아들이 평생 살아가야 하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더 고민하고, 더 생각해보는 것이 맞겠죠. 엑셀 파일을 만들고 나니 말도 안 되는 스케일에 처음에는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거기에 있는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면서 내 아들의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건 무엇일지 고민해 보는 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말도 안 되는 이름의 조합을 보며 와이프랑 웃기도 했고, 어제는 느낌 좋았던 이름이 오늘은 영 내키지 않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불러보고 적어보면서 아들의 이름을 결정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아들의 이름은 요즘 많은 부모들이 선택하는 이름 중에 하나입니다. 오랜 시간의 노력에 비해 이름이 평범한 것은 아닌가 고민도 했었지만... 그래서 조금 독특하게 지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오히려 아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이름을 지을 때 정했던 원칙인 발음이 편할 것, 영어로 표기하기 쉬울 것 등을 충족시키는 이름이라서 제 스스로 만족합니다.
아들의 이름은 부모인 저와 제 와이프가 지었으나, 결국 그 이름을 채우는 건 제 아들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겠죠. 아들이 앞으로 성장하면서 그 이름을 가치 있게 만들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그 이름으로 꽃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만들어준 사람이자 아빠인 저는 오늘도, 앞으로도 아들의 이름을 수없이 부르겠죠?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아들아, 아빠가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