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너무 많이 우는 신생아 시절

운다. 또 운다.

by 휴리릭

어렸을 때,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근데 아기를 키우다 보니 이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깨달았죠. 신생아 때는 울어도 너무 많이 울더라구요. 태어나서 3번만 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30번도 울 수 있는 것이 신생아 시절. 하지만 그렇게 울어대다가 어느 순간부터 우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니 울기 어렵게 되는 것이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육아빠이팅>의 다섯 번째 이야기, 바로 '울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울음은 신생아의 유일한 의사 표현이다.


신생아가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은 우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직 세상에 대한 인식이 또렷하지 않고, 먹고 자고 싸는 등의 본능적인 것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시기니까요. 정말 아주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신생아의 미소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얼굴 근육이 저절로 움직이는 생리적인 웃음이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울음은 다른 것 같아요. 억지로 우는 것 같아 보인 적은 없었어요. 신생아가 뭔가 불편하거나, 힘들거나, 무언가가 필요할 때 울더라구요. 할 수 있는 것이 우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우는 이유로 추정될 수 있는 것이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죠. 배가 고플 수도 있고, 잠이 와서 일 수도 있고,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일 수도 있고, 안아달라는 것일 수도 있죠. 문제는 아파서 우는 것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어요. 다른 이유는 괜찮지만, 어딘가가 아파서 우는데 제가 그걸 알아채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아기기 너무 우는 밤이면 다음 날 아기가 멀쩡한데도 굳이 소아과를 데리고 가기도 했죠.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죠. 다행히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한 번씩 용을 쓰며 우는 날이면 식은땀이 잔뜩 났던 기억이 납니다.


2. <보이스> - 미세한 차이를 찾아라!


OCN 드라마 중에 <보이스>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주인공인 강권주 센터장은 절대 청감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남들이 듣지 못하는 미세한 소리까지 다 듣고 이걸 단서로 범인을 잡아내죠. 아기가 덜 울 수 있게 나도 강권주 센터장처럼 울음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아기가 비록 우는 것 외에는 다른 의사소통 수단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는 것의 차이를 둬서 자신이 필요한 걸 알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해본 거죠. 그래서 저도 절대 청력을 갖기 위해 노력했어요. 울음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채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성량, 소리의 높낮이, 지속 시간, 눈물의 양 등... 아기가 저에게 보내는 신호를 해독할 수 있다면 아기가 원하는 대응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문제는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어요? 하지만 분석하는 그 시간 동안 아기는 계속 울고 있고... 몇 초라는 시간이 분명 엄청 짧은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아기가 울고 있을 때는 그 몇 초가 몇 분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많은 육아 책에서는 아기가 울면 바로 안아주지 말라고 되어 있어요. 근데 저는 차마 못하겠더라구요. 아기의 울음소리가 커지고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결국 못 버티고 안아줬어요.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제 체온을 느끼며 안정을 취하라는 의도였죠.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어요. 아기가 우는 이유에 대한 해결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겠죠. 아니면 엄마 체온처럼 익숙하지 않다고 느꼈을 수도 있구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울음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것에 도전했어요. 분명 아기는 우는 종류를 달리해서 저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에 따른 울음소리를 기억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우는 유형별로 대응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죠. "분유 먹을 시간인가?", "아까 먹은 분유 소화가 안됐나?", "응가했나? 기저귀를 확인하자.", "온도가 너무 높나? 지금 몇 도지?" 이런 것들이요. 아기가 울면 울음소리 유형을 파악하고 체크리스트에서 해당 유형을 찾아 이에 맞는 해결책을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아기 울음소리에 이미 제 머리는 백지상태가 되고, 분석을 시작도 못하고 어느새 전 아기를 안고 있더라구요. ㅎㅎ


3. 성장과 함께 울음은 찡찡으로?


그렇게 많이 울던 신생아 시절이 지나고 아기가 성장하니 우는 경우의 수가 조금은 줄어든 느낌입니다. 눈물이 떨어지는 울음보다는 찡찡대거나 짜증을 내는 형태로 바뀌는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리며 우는 건 정말 소수의 경우로 좁혀졌어요. 어딘가에 부딪혔을 때, 배고플 때(전에 비해 규칙적인 식사를 하기 때문에 거의 없어요), 자다가 깼을 때. 자다가 깨서 우는 경우는 난감한 경우가 많아요. 안아주면 달래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가끔씩 흐느끼다가 깨는 경우도 있는데 무서운 꿈을 꾸는 건지... 그럴 때는 꼬옥 안아줘서 달래는 것밖엔 방법이 없죠.

성장하면서 우는 척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우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눈물 한 방울 없는 거죠. 이럴 때는 다른 장난감으로 주위를 전환하면 금방 그치더라구요. 정말 간절해서 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정말 배가 고파서 울었다면 장난감으로 달래지지 않았겠죠? 그래서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아들이 울더라도 신생아 때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고,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아들이 크듯이, 저도 육아빠로서 적응하고 성장하고 있는 거겠죠.


4. 눈물을 잊어버린 나


제가 아기가 태어나기 몇 달 전에 라섹 수술을 했거든요. 안경을 쓰면 아무래도 육아하는데 불편할 것 같아서요. 아기랑 같이 자다가 아기가 우는데 안경부터 찾을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했어요. 수술 전에 검사를 몇 가지 하는데 그중에 눈물 양을 측정하는 검사가 있어요. 근데 저는 눈물 양이 0이 나오더라구요. 검사를 해주시는 선생님이 보통 극소량이라도 나오는데 하나도 안 나오는 건 흔치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눈물을 흘려본 마지막 기억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아마 대학 시절, 여자 친구에게 차이던 어느 날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이후론 기억이 없네요. 물론 슬픈 일, 울고 싶은 일은 당연히 있었죠. 그런데 눈물은 안 나오더라구요. 뭐랄까... 울 곳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집에서 혼자 우는 것도, 친구들 앞에서 우는 것도, 가족 앞에서 우는 것도 잘 못하겠더라구요. 전 별로 강하지 않은데, 강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제 눈물을 가로막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운다고 뭐가 해결될 것도 아닌데 라는 현실적인 자각이 눈물을 마르게 했을지도 모르겠구요.

태어나서 그렇게나 많이 울던 아기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눈물은 말라가는 것 같아요. 아빠가 되니까 더 그렇게 돼버렸죠. 어쨌거나 엄마랑 아빠는 강인해야 아기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우애애앵"

앗... 아들이 자다가 깼나 봐요. 울음소리를 들으니 뭔가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것 같은데, 후다닥 달려가 봐야겠어요. 언젠가는 원 없이 펑펑 울고, 마음 개운해지는 여유로운 하루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오늘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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