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고 싶다... 아들아
침대에 눕는다는 것. 생각만 해도 달콤하죠. 침대에 누워서 드라마나 유튜브를 좀 보다가 스르르 잠들면 세상 행복한 잠이 되곤 하죠. 아기가 태어나면서 이런 행복을 누리는 건 사치가 되어버렸지만요...
<육아빠이팅>의 여섯 번째 이야기는 '눕는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계속되는 목욕 실패... 왜?
목욕할 때 방긋 웃고 좋아하던 아들이 어느 순간부터 목욕할 때마다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하루 이틀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며칠간 계속 그러더라구요. 대체 원인이 뭘까... 물 온도도 다르게 조절해보고, 샴푸캡 색깔도 바꿔보고, 목욕하는 시간대도 바꿔보고 했는데 해결이 안 되더라구요.
근데 비슷한 시기에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도 전보다 힘이 들었어요. 아기를 눕혀서 금방 기저귀를 교체했었는데, 뭔가 모르게 시간이 전보다 오래 걸리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목욕과 기저귀 교체 실패의 원인을 찾았어요. 그 원인은 바로 아들이 더 이상 누워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아들은 누워있는 그 짧은 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몸을 움직여서 엎드리거나 일어서려고 하더라구요.
원인을 알고 나니 해결책은 간단했어요. 목욕은 아들이 서 있는 상태로 시켰고, 기저귀는 아들을 세워놓고 팬티형으로 채웠죠. 눕는 자세가 아닌 서 있는 자세로 하니 목욕도 전처럼 좋아하고, 기저귀도 수월하게 교체할 수 있었어요.
2. 아기의 진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처음에는 움직일 수 있는 신체의 부위와 폭이 상당히 좁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팔을 혼자 들기도 어렵고, 트림도 등을 토닥토닥해줘야 겨우 할까 말까 합니다. 그러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는 성장하고, 그만큼 활동의 폭이 넓어집니다. 고개를 혼자 가눌 수 있게 되고, 몸을 뒤집을 수 있게 되고, 몸을 되집을 수 있게 되죠. 그러나 마침내 배밀이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이제 아기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건데, 그때부터 엄마 아빠는 현저히 바빠집니다. 아기에게 위험한 물건이 바닥이 놓여있지는 않은지, 아기가 다니는 길이 막혀있지는 않은지, 아기가 돌아다니다가 어디 부딪히는 건 아닌지... 이제 아이를 혼자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쉽지 않은 시기가 된 거죠. 전에는 아기가 움직이지 못하니 화장실에 다녀와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아기가 어디로 움직여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부모 입장에서 아기가 성장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게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기가 가지 못하게 울타리도 설치해야 하고, 바닥에 있던 짐을 옮기고, 서랍을 못 열게 막고... 아기의 성장에 따라 부모는 계속 바빠집니다.
3.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돌이 막 지난 아들을 보고 있으면 한 때 화제였던 건전지 광고가 생각나더라구요.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건전지가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을 외치면서 푸시업을 하다가 숫자를 까먹고, 다시 처음부터 숫자를 세는 광고였죠.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건전지라는 컨셉이었는데, 요새 아들이 딱 그래요.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공을 던지고 그 공을 따라서 열심히 기어가고, 벽을 잡고 일어섰다가(아직 걷지는 못합니다), 소파 위로 올라가려다 뜻대로 안 되니 짜증을 내기도 하고, 대문 쪽에 가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밖에 나가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빨이 났는지 보려고, 코딱지를 빼주려고, 마사지를 해주려고 눕히면 바로 짜증을 내면서 제 손아귀를 벗어납니다. 맘마 먹는 시간은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니 그나마 좀 가만히 있다가 다 먹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놓자마자 바로 움직입니다. 아들에게 식사 후 나른함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나 봐요.
하루 종일 그렇게 움직였으면 피곤해서 쓰러져 잘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정작 지친 건 아빠일 뿐... 아들은 하루 종일 그렇게나 돌아다니고 놀았는데도 잠들기 아쉬운지 어둠 속에서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수없이 돌아누우며 낑낑대다가 겨우 잠이 듭니다.
아들을 재우다가 저도 아들과 같이 깜빡 잠이 들 때도 많아요. 그러다 번뜩 눈을 뜨고 밀려있는 집안일을 생각합니다. 장난감도 치워야 하고, 우유병도 닦아야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제가 안 도와주면 결국 와이프가 다 해야 하니까 얼른 일어나서 와이프를 도와줘야 하는데... 누워있는 건 참 나른하고 기분 좋은 일이란 말이죠.
'여보야... 나 5분만, 딱 5분만...' 하고 속으로 외치고 와이프 몰래 5분의 나른함을 즐기다 거실로 나갑니다.
4. 누워있는 것
누워있는 것 좋잖아요. 우리가 하루에 취하는 수많은 자세 중에 가장 편한 자세가 누워있는 자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누워있으면 힘도 안 들고 좋죠. 그런데 무한동력으로 움직이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잠깐이라도 누어보려고 하는 제가 나이가 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나도 분명히 아들과 같은 때가 있었을 텐데... 왜 나는 틈만 나면 잠깐이라도 누워보려고 하는가... 요새 자꾸 반성하게 됩니다.
사실 브런치에도 글을 더 열심히, 더 많이 써보고 싶은데, 아들의 활동량이 최근 너무 왕성해진 나머지, 제가 지쳐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멍하니 있거나 컴퓨터를 켜볼 생각도 못하고 잠이 든 적도 많았어요... 요새 자꾸 또 반성하게 됩니다.
아들만큼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살고 있는 아들을 따라 저도 벌떡 일어나서 활발하게 하루를 보내보려고 합니다. 다만, 그래도 오늘은 휴가니까... 오늘까지만 조금 늦잠을 자고 내일부터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
"오오오오오" 앗... 이미 아들은 일어나서 제 옆으로 와서 소리 내고 있네요. 빨리 일어나서 놀자는 뜻이겠죠? 눕는다는 건... 한동안 저에게 사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