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유 know 부남? - 7화 <마스크 대란>

마스크 대란과 소비 성향

by 휴리릭

결혼을 해서 배우자와 살다 보면 본인과 다른 점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자매와도 다른 점이 수백 가지인데, 하물며 생판 남이었던 배우자와 다른 점이 많은 건 당연한 결과겠죠.

소비성향도 다른 경우가 많죠. 연애할 때는 별로 티가 안 나거나,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본인의 진짜 소비 성향을 숨기는 경우도 많아서 잘 모르다가 결혼해서 같이 살다 보니 차이를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도 마스크를 사면서 많이 느꼈거든요. 와이프와 소비성향이 참 다른다는 걸 말이죠.


오늘은 일곱 번째 이야기, '소비성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코로나의 시작과 두 가지 소비 유형


코로나가 처음 시작했던 시기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전국에서 확진자가 20여 명 정도 나올 때였죠.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뉴스에 보도되긴 했지만, 여느 다른 바이러스 때처럼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가지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죠. 발 빠른 언론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조하기 시작했지만,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어요.


이 시기에 A 유형은 마스크를 왕창 샀어요. 10개 사는 것보다 100개 사는 것이 훨씬 할인을 많이 해줘서 100개를 질렀습니다. 개당 300원 정도 하던 것이 개당 500원 정도로 가격이 약간 올랐지만, A 유형은 망설이지 않았죠. 어차피 사두면 언젠가 쓸거라 생각했기에, 5만 원이란 가격이 크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반면 B 유형은 마스크를 10개만 샀어요. 불과 며칠 사이에 가격이 올라버려서 많이 사기에는 너무 아깝고 억울했죠. 코로나도 다른 바이러스처럼 그렇게 오래갈 거라 생각하지 않아서 조금만 버티면 마스크 가격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10개 정도만 사둔 것이죠.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코로나는 정말 막강한 녀석이었죠.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게 됩니다. 이젠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마스크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으니까요. B 유형은 당황했어요. 사둔 건 10개뿐인데, 앞으로 더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최대한 마스크를 아껴서 썼죠. 하지만 A 유형은 여유가 넘쳤죠.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마스크 재벌이 되었으니까요.


마스크 재벌.jpg <코로나 초창기 마스크 재벌>


2. 왕창 사두자 vs 필요할 때마다 사자


마스크와 같은 상품은 특징이 있죠.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 개당 가격이 싸다는 점, 부피가 작다는 점 등. 그리고 많이 살 경우, 할인율이 올라간다는 특징도 있어요. 그래서 이런 상품을 한 번 살 때 많이 사두려는 사람이 있죠. 반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두 유형의 생각을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A 유형 -

* 많이 사둬도 썩거나 변하지 않는다.

* 여러 번 사는 건 귀찮다.

* 한꺼번에 많이 사도 큰돈이 들지 않는다.

* 가격이 싸니까 고민하지 않고 그냥 산다.


- B 유형 -

* 필요한 개수보다 더 많이 사는 것은 사치다.

* 한꺼번에 많이 사면 놓아 둘 공간이 없다.

* 살 것도 많은데, 굳이 여기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

* 우린 부자가 아니다.


3. 부유한 축에 속했던...


벌써 1년 전 일이 되었네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마스크 품절 사태가 일어났죠. 코로나 이전에는 흔하게, 싸게, 쉽게 구할 수 있던 마스크를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워졌었죠.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제 주변 사람들이 홈쇼핑 방송에 매달리기도 했어요. 홈쇼핑에서 마스크 판매 방송하면 다들 미친 듯이 전화를 해봤지만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죠. 대학교 수강신청보다도, 명절 KTX 예매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 홈쇼핑에서 마스크 사는 것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래도 저는 그나마 상황이 그나마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한참 전에, 무려 2018년에 미세먼지를 막는다고 마스크 100개를 사서 집에 쟁여뒀었거든요. 100개나 있다 보니 생각 없이 막 쓰는 바람에 40개 정도밖에 안 남아있었지만, 그 당시 마스크 40개면 갑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부유한 축(?)에 속했죠. 당장 다 쓰지도 않을 걸 왜 100개씩이나 사서 쟁여놓느냐고 와이프가 불만이었는데, 코로나가 발생하니 와이프가 저의 선견지명에 고마워했죠.


4. 어차피 정답은 없다...


네, 맞아요. 저는 A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이고, 제 와이프는 B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저랑 와이프는 비싸거나 중요한 걸 살 때는 의견 충돌이 거의 없는데, 마스크처럼 가격이 싼 걸 살 때는 종종 의견 충돌이 있어요. 위에서 보셨듯이, A유형과 B유형의 의견이 완전히 대립되기 때문에 쉽게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거든요.


마스크는 코로나 때문에 제가 결국 성공했습니다만, 치약은 실패했어요. 열심히 양치질을 해도 생각보다 치약이 줄어들지 않아서 결국 몇 개는 유통기한을 넘겨버렸거든요.


결혼해서 살다 보면 배우자와 많은 것들에서 다르다는 걸 깨닫고, 그것들을 서로 맞춰가고 양보하면서 살아가게 되더라구요.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다만 소비가 다른 것들과 조금 다른 건, 어쨌거나 돈과 관련 있기 때문이겠죠.

결혼 전에 늘 방문을 열고 자던 와이프가 제 성향에 맞춰서 방문을 닫고 자는 건 맞춰줄 수 있겠지만, 돈 1만 원만 써도 될 걸 5만 원을 쓰는 건 쉽게 용납이 안될 수도 있죠.ㅎㅎ 하지만 배우자와 소비에 관해 서로의 성향을 존중하고 의견을 충분히 교환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건 중요합니다. 그게 비록 몇 천 원짜리 물건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갈등은 의의로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코로나가 시작된 지 1년도 더 지난 지금, 1년 전 그때를 떠올리며 오늘 글을 적어보았어요.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 것도 충격적이고,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너무 힘들고 슬프네요. 마스크 100개 샀다고 와이프가 불만이었던 기억은, 마스크 40개 남았다고 마음이 안심이 되던 그때의 기억은, 모두 추억으로 남기고 예전의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네요.


근데... 집에 롤화장지가 다 떨어져 가는데... 2묶음으로 사면 훨씬 싸더라구요. 롤화장지도 쟁여두면 언젠가 쓸텐데... 휴지도 마스크처럼 귀해질 때가 올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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