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유 know 부남? - 8화 <BTS를 이기자?>

내가 BTS를 이길 수 있을까?

by 휴리릭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 배우자요? 만점짜리 대답을 하셨네요!ㅎㅎ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를요. 예를 들면, 연예인 같은 사람들.


'오빠 부대'란 말이 있죠. 연예계나 스포츠계의 팬 집단을 일컫는 말이죠. 영어로 하면 '팬덤'.

1980년대 조용필의 대규모 '오빠 부대'가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그 역사가 벌써 50년을 넘어가네요.




1. 와이프와 BTS


BTS를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BTS 멤버를 다 말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과연 몇 명이나 정확히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네, 저는 BTS 멤버를 다 알고 있어요. 이름, 얼굴은 기본이고 본명과 고향까지도요. 제가 그렇게까지 BTS를 좋아하냐구요? 아니요. 근데 왜 그렇게 잘 아느냐구요?

3년 전쯤, 와이프가 BTS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와이프가 원래 대중문화와 음악에 관심이 많거든요. BTS가 계속 화제가 되니까 와이프가 자연스럽게 BTS 음악을 찾아서 들었나 봐요. 듣나 보니 좋으니까 계속 찾게 되고. 초창기 데뷔 시절 영상까지 다 찾아봤나 보더라구요. 그렇게 와이프가 세미 '아미'(BTS 팬클럽 이름)가 되었어요. 와이프가 '아미'에 실제로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아미'와 다름없어서 이렇게 이름 붙여봤네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와이프와 BTS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마치 제가 야구시합 다녀와서 와이프에게 그 날 제가 안타를 몇 개 쳤고, 게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설명하는 것처럼요. 어느 순간부터 걸그룹도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는 저에게 보이그룹 이야기는 상당히 낯설었어요. 아무리 세계적인 그룹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 제 눈에는 그저 7명의 남자애들 같아 보였거든요.

하지만 일상을 공유하는 게 부부 아니겠어요? 자연스럽게 BTS가 출연하는 예능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집에 TV는 하나고, BTS 나온 예능 프로그램은 어찌나 재방송을 많이 하던지...ㅎㅎ 여러 번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멤버 이름과 얼굴을 익히게 되죠. 그리고 생각보다 재밌더라구요? 그러다 연말 시상식 같은 데서 BTS 무대를 같이 보고,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함께 노래를 들었죠. 그렇게 저도 유부남치고는 BTS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2. 콘서트 예매 도전


BTS 콘서트 예매에 도전한 적이 있어요. BTS가 오랜만에 국내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에 와이프가 흥미를 가지더라구요. 그 콘서트 이름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합니다. 2019년 10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했던 '스피크 유어셀프'라는 콘서트였어요. 와이프가 저에게 티켓 예매에 도전해 볼 건지 물어보더라구요. 성공 시에는 1박 2일의 온전한 자유를 준다는 조건이었어요. 친구들이랑 놀러 가도 상관없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BTS 콘서트 티켓만 가져온다면 말이죠. 유부남 입장에선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라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콘서트 예매 당일, 오랜만에 집 앞 PC방으로 갔습니다. 대학 시절 PC방에서 밤새 놀다가 아침 7시 수강신청을 완료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스치더군요. 다행히 빈자리가 많았고 저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예매 시작 시간까지 30분이 남았더군요. PC방에 오랜만에 오기도 했고 시간도 별로 없어서 오래간만에 맞고라도 치며 긴장감을 달래 보려 했으나, 휴면 계정으로 로그인 불가... 뭐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 제 옆에 여중생으로 추측되는 3명의 학생이 제 옆으로 자리를 잡더라구요. 그들의 눈빛을 보니 저와 목표가 같아 보였습니다. 바로 옆 경쟁자들을 경계하며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57, 58, 59, 00초가 되자마자 열심히 클릭질을 했어요. 컴퓨터에 창 2개, 폰으로 창 2개를 열어놓고 열심히 도전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예매 좌석을 구경조차 못해봤습니다. 문전박대 당했다고나 할까... 옆에 앉았던 학생들과 아쉬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1시간을 기다렸는데, 5분도 안 돼서 승부는 끝나버리더군요.

시간이 한참 지나, 한 때 아이돌을 따라다녀봤던 조카를 만나 물어보니 이렇게 해서는 절대 티켓을 구할 수 없다더군요.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방법이 있다고... 삼촌처럼 해서는 절대 티켓을 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여하튼 그렇게 1박 2일 자유의 꿈은 멀리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3. 부러울 때가 있다.


솔직히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BTS가 아니라 와이프가요. 저도 저렇게 열렬히 좋아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현실에 와이프가 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가 있다면 삶에서 즐거움의 요소가 훨씬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와이프를 보면 BTS 수상 소식에 기뻐하고, 연말 라이브 무대를 기다리고, 온라인 콘서트를 유료 구매해서 보기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거든요. 저는 연예인 쪽에는 없고, 스포츠에는 좋아하는 팀이 있어요. 그 팀 경기를 보는 것이 즐겁긴 하지만 와이프의 즐거움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스포츠 팀을 좋아하게 되면 문제는 그 팀의 성적에 따라 기분이 좌우될 수 있다는 거예요. 성적이 안 좋은 시즌에는 즐거울 일이 많이 없는 거죠. 별로 이기지 못했으니까요. 굿즈를 사기도 좀 애매합니다. 성적이 안 좋은 시즌에는 그 굿즈를 하고 다니기 민망하거든요. 팀 성적이 좋을 때는 자신 있게 하고 다니더라도 말이죠. 1,2년 시간이 지나버리면 굿즈는 이미 유행이 지나버려서 다시 하기 더 민망해지기도 하구요.


4. 부부란 그런 것.


부부란 가족이잖아요. 한 가정에서 삶을 공유하는 그런. 제가 아무리 BTS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와이프가 BTS를 정말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BTS를 알게 되고, BTS 관련 내용을 공유하게 되는 거죠. 제가 응원하는 야구팀이 오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 경기를 한다고 할 때, 와이프가 관심 없다며 같이 티비를 안 보고 방에 들어가서 다른 걸 한다면 조금 서운할 것 같긴 해요. 응원하는 모든 감정을 공유하고 동일시할 필요는 전혀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관심 있는 큰 이벤트만큼은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거죠. 저도 그래서 연말 가요대상의 BTS 무대를 같이 보고, 온라인 콘서트 유료 결제도 해주고, 이번 그래미 수상 여부도 같이 긴장하면서 기다렸어요. 서로가 정말 좋아하는 걸 존중해주고, 그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도 부부의 모습 중 하나니까요.


여담이지만, BTS가 이번에 그래미 수상은 실패했어도, 그래미 후보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죠. 그런데 솔직히 방탄을 제치고 수상한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 조합은 약간 사기 캐릭터 느낌입니다. 한 명, 한 명도 엄청난데 둘이 콜라보라니... 반칙이죠! BTS가 비욘세나 아델과 콜라보를 했으면 그래미 수상을 할 수 있었으려나요? 쉽게 상상이 안되지만, 사기 캐릭터에 진 것 같아서 분한 마음에 한 번 생각해봤어요.


5. 내가 BTS를 이길 수 있을까..?


남편으로서 BTS에게 경쟁심을 느낄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질투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제 자신을 속이는 거겠죠. BTS가 어찌 보면 허상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남자로서(?) 종종 신경이 쓰입니다.ㅎㅎ

저보다 한참 어리고 잘생긴 친구 7명이 현란하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릅니다. 아, 나도 저렇게 에너지 넘치고 현란하게 몸을 움직이던 때가 있었는데... 실력은 택도 없더라도 에너지와 열정만큼은 BTS 못지않을 때가 있었는데... 제 과거를 와이프에게 아무리 설명하려 해 봤자 의미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저 혼자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새로운 아이돌이 나오고 새로운 노래가 나오면 무조건 찾아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브레이브걸스 멤버 이름도 아직 다 못 외우는, 대중음악에 조금씩 뒤쳐져 가고 있는 저를 발견하니 씁쓸합니다.


BTS를 이길 필요는 없겠죠.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니까요. 오히려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해요. 초창기 주목받지 못했던 위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는 점, 무엇보다 성공 후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그걸 잘 극복하면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정말 멋있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하루하루를 다소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강한 자극제가 되어주네요.

결혼 생활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았던 요즘입니다. BTS만큼의 자극으로 와이프의 관심을 다시 불러오고 싶은데... 춤과 노래로는 당연히 안 될 것 같고... 성실한 집안일과 깨알 같은 이벤트로 BTS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볼까 합니다!


P.S. 코로나로 콘서트도 멈춰버린 지금. 1박 2일 자유의 꿈을 BTS 콘서트와 다시 거래할 날이 다시 찾아올까요? 그땐 꼭 성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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