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는 축구에도, 육아에도 필요합니다

손발이 맞아야 한다!

by 휴리릭

한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 축구팀이 세계 축구를 지배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메시를 주축으로 사비, 이니에스타 등의 선수가 활약을 했죠. 그들이 펼치는 축구를 '티키타카'라고 불렀습니다.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축구 전술을 의미하는 용어인데, 최근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로 의미가 확장되었죠.

육아에도 '티키타카'가 필요합니다. 와이프랑 '티키타카', 아기랑 '티키타카'.




1. 와이프랑 '티키타카'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데 있어서 와이프랑 손발이 맞는 건 중요해요. 그래야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거든요. 사실 결혼하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해야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와이프랑 '티키타카'가 굳이 필요하진 않았어요. 급하게 해야 되는 일도 거의 없었고, 정 안되면 미뤄뒀다 내일 하면 됐으니까요. 하지만 육아가 시작되면서부터 시간은 그대로인데 할 일은 무한 증식하다 보니 와이프랑 호흡이 정말 중요합니다. 대부분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일들이기에, 오늘 내에 끝내려면 서로 손발이 잘 맞아야 합니다.

한 명이 아기를 돌보고 있을 때 다른 한 명이 집안일을 하는 건 기본입니다. 육아나 가사를 도와주시는 분이 따로 없고 온전히 저희 둘이 다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둘이 같이 아기랑 놀아주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한 명이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열심히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기가 잠들 때까지, 단 몇 시간 동안 다 해야 합니다. 저랑 와이프가 저녁 먹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도의 분업화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최대의 효율을 창출해 냅니다.

와이프랑 '티키타카'의 핵심은 짧고 빠르게입니다! 아기가 잠들 때까지 해야 할 일들을 짧고 빠르게 해치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와이프가 아기 반찬을 세팅하면 저는 아기 밥을 데우고 아기를 의자에 앉힙니다. 제가 목욕 세팅을 시작하면 와이프는 아기 옷을 벗기죠. 말하지 않아도 행동들이 질서 정연하게 순서대로 이뤄집니다.

FC바르셀로나 전성기의 '티키타카'는 완벽한 패스 플레이와 공격수의 탈압박 능력이 중요했어요. 저랑 와이프의 '티키타카'에도 오차나 공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완벽한 호흡을 통해 아들을 압박(?)합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통해 지금은 노는 것을 멈추고 밥을 먹을 시간이라는 걸 아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죠.


2. 아들이랑 '티키타카'


아들과의 '티키타카'도 중요합니다. 물론 아직 아들이 어려서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저를 도와주는 건 아니지만, 제가 최대한 아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티키타카'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옷을 입힐 때 손을 적절하게 옷 안으로 넣어주는 것, 유모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할 수 있게 잠깐 동안 가만히 있어주는 것, 제가 우유를 데워서 바닥에 앉으면 아들이 제 앞에 딱 앉아서 우유를 마시는 것. 이런 행동들을 잘 습관화시켜서 마치 조건반사처럼 만들어 놓는 거죠.

하지만 당연히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아직 말이 안 통하다 보니 안 되는 것이 훨씬 더 많죠. 요새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양치질과 재우는 겁니다. 먼저 양치질. 어느 순간부터 양치질하려고 하면 아들이 엄청 짜증을 냅니다. 장난감 같은 걸로 시선을 분산해서 해보려 하지만 칫솔을 혀로 밀어내거나 몸을 활처럼 튕겨냅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붙잡고 울리면서 날마다 양치질을 하네요. 그리고 잠드는 것. 방에 들어가서 불을 끄고 자장가를 불러주면 잠이 든다라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뭐가 그리도 아쉬운지 어둠 속에서 옹알이를 하기도 하고, 절 꼬집으며 찡찡대기도 합니다. 양치질과 잠드는 것까지 '티키타카'가 되면 정말 정말 좋을 텐데 아직 제 욕심인가 봅니다. 제가 아들에게 열심히 패스를 날려보지만, 아직까지는 아들이 공을 흘려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뻥 차 버릴 때가 많아요.ㅎㅎ


3. 완성형 '티키타카'로 우리 집 전성기를!


메시를 주축으로 '티키타카'를 하던 FC바르셀로나의 축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가 있었죠.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쉴 새 없이 주고받으며 기회를 만들어 골을 넣고 승리했죠. 당시 바르셀로나 괴르디올라 감독은 '티키타카'로 정의되는 짧은 패스를 단지 점유율을 높이기만을 위해서 하면 안 되고, 안전하게 전진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죠.

저희 집에서의 '티키타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집의 '티키타카'는 제가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다 끝낼 수 있는 수단입니다. 내일로 안전하게 전진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죠. 저랑 와이프가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집안일을 완수하고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티키타카'가 필수입니다. 집안일과 육아는 무한 증식하니까요. 하고 또 해도 끝나지 않으니까요.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의 '티키타카'가 바르셀로나 축구의 전성기를 만들었던 것처럼 저, 와이프, 아들의 '티키타카'로 저희 집의 전성기를 언젠가는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아들! 양치질하자! 어디로 또 도망가니~~ 양치질하자니까~~~티.키.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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