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을 잡을까요?
돌잡이는 돌잔치에서 쌀, 붓, 활, 돈, 실 등을 펼쳐놓고 아이가 집는 물건을 아이의 장래와 관련하여 미래를 점쳐보는 의식입니다. 혹시 돌잡이 때 어떤 물건을 집으셨나요? 물론 기억하진 못하시겠지만, 부모님께서 알려주셨겠죠? 돌잡이 때 잡았던 물건과 본인의 현재와 미래가 연결이 되시는지요?
돌잡이에 올리는 물건은 딱 정해져 있지는 않고, 많은 후보들 중에서 부모가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게 되죠. 예전에는 쌀, 붓, 돈처럼 정말 기본적인 것들을 올렸다고 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돌잡이 상에 올리는 물건들도 새롭게 추가되고 있어요. 지금 이 시대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이 추가되는 거죠. 마이크, 스포츠 용품, 마우스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아들의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저는 돌잡이 때 뭘 잡았는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부모님께 물어봤어요. 과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제 성향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근데 부모님께서 기억을 못 하셨어요. 아...
1. 돌잔치까지는 아니고 돌을 축하하며..!
돌잔치에 가족, 친척, 친한 친구까지 다 불러서 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해요. 소규모 결혼식 수준의 하객을 초청한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돌잔치가 조금씩 간소화되었어요. 가족이랑 정말 가까운 친척 정도 불러서 하는 것이 대세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코로나 이후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죠. 일단 잔치는 불가능하죠. 정부 지침 때문에 일단 안 되기도 하지만,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아기가 아직 너무 어리고, 마스크도 못 쓰기 때문에 아기가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건 아무래도 꺼려지게 되니까요. 식당을 가기도 어렵다 보니 집에서 매우 간소하게 할 수밖에 없죠. 집이 엄청 넓지 않은 이상 상을 거하게 차리기도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아기 방에 소박하게 상을 차려서 간소하게 했답니다. 잔치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정말 소박하게 말이죠. 돌상을 준비하고 마주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아기가 태어난 지 벌써 만 1년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아기가 태어나고 1년 동안 경험했던 수많은 위기와 힘든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기도 했구요. 아들이 성인이 되는 그날까지 부모로서 계속 고민하고 힘든 부분들은 있겠지만, 적어도 이 날 만큼은 1년 동안 고생한 저와 와이프에게 진심으로 고생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더라구요. 물론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들에게도!
2. 나의 바람 vs 와이프의 바람
저희는 돌잡이 상 위에 일반적으로 많이 올리는 물건들을 올려뒀어요. 물건마다 각기 다 좋은 뜻이 있고 잡는 건 아들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부모로서 잡았으면 좋겠다는 물건이 있었죠. 아들이 잡기를 바라는 물건에 관해 돌잡이가 끝나면 와이프랑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분명 둘이 다른 걸 원할 것 같았거든요.
저는 마이크를 잡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렸지만, 저는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많은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었어요. 행사를 진행하고 사회를 보는 건 참 특별하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하는 순간, 사람들은 저에게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잖아요. 이런 마이크가 가지는 권력이 참 매력적이고 좋다고 느꼈거든요. 시대가 변해도 마이크를 통해 말로 즐겁게 해 주고, 지식을 전달하고, 감동을 주는 사람은 계속 존재하고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서 아들이 마이크를 집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반면 와이프는 저와 생각이 달랐어요. 와이프는 저랑 성향이 정반대거든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한창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던 대학교 시절에 와이프를 만났으면 서로 절대 눈 맞을 일 없었을 것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요. (와이프와 대학교 동문이지만 다행히(?) 대학교 다닐 때는 전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죠.) 와이프는 소위 말하는 전문직을 바라는 것 같았어요. 자꾸 청진기를 만지작 거리는 걸 제가 우연히 봤거든요.
3. 결과는..?
결과는 와이프의 승리였어요. 아들이 와이프가 만지작 거렸던 그걸 딱 잡더라구요. 돌잡이 할 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차분하게 돌잡이 사진을 보니 와이프가 교묘하게 세팅을 한 흔적이 보이더군요. 그 물건을 전진 배치하고 눈에 잘 띄게 놓아뒀더라구요. 아들은 엄마가 설계한 대로 그 물건을 딱 집었구요. 모자의 호흡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거죠.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겠지만, 부모로서 자식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A에 재능이 있는데 내가 A를 경험할 기회를 안 주는 건 아닌지, 혹은 아이가 A를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내가 먼저 그 의지를 꺾는 건 아닌지, 이런 걱정들이요.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고 즐기게 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시간과 재정이 허락하지 않죠.
예를 들어, 아이가 야구에 엄청난 재능이 있었지만, 부모가 믿고 끝까지 지원해주지 않으면 그 아이가 야구선수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죠. 야구로 도전했다가 프로가 되는데 실패하면 미래가 너무 막막해질 수 있으니 부모는 아이가 평범한 길을 가기를 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결국 부모가 선택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이는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결정해 나갈 테니... 이래저래 부모로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돌잡이는 기대 반, 재미 반으로 생각하고, 만 2년 차 육아를 다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아들의 미래를 생각하기엔... 몇 개 단어 외에 아직 말도 못 하는 아들은 너무너무 어리네요 ㅎㅎ
"아들! 아들은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오오오오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