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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Aug 22. 2021

김연경과 국가대표, 그리고 배구열풍

2021 KOVO컵 대회가 곧 시작합니다!

 김연경 선수가 결국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배구 팬들은 김연경 선수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국가대표를 유지해주기를 바랐습니다만, 김연경 선수는 본인이 선언한 대로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아직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김연경 선수의 요청에 따라 완전히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시점에서 은퇴식 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김연경 선수의 충격적인 등장과 국가대표 경력


 2005-2006 시즌, 여자배구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김연경 선수가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 정규리그 MVP, 파이널 MVP를 차지한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하고 갓 프로에 들어온 선수가 프로무대를 평정해 버린 것이죠.

 (이후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2006년 김연경 선수와 똑같이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데뷔한 류현진 선수가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를 동시에 차지한 것이죠. 다만 한화이글스가 우승에 실패하면서 한국시리즈 MVP는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김연경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인 2005년에 국가대표로 처음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3회, 아시안게임 4회, 세계선수권 대회 3회 등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참고로 김연경 선수가 참가한 대회 성적은 이렇습니다.


 올림픽 : 4강(2012 런던올림픽), 8강(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강(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안게임 : 6위(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2014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라는 이름의 무게(feat. 박찬호)


 박찬호 선수가 2009년 국가대표를 은퇴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태극마크를 선수로서는 더 이상 달지 못할 것 같다. 국민들께 죄송하다."


출처 : MBC 스페셜


 박찬호 선수는 국가대표로서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했기에 죄송하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굳이 죄송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박찬호 선수가 그 누구보다 태극마크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진 선수였기 때문이었겠죠.

 박찬호 선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보통 메이저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의 경우, 소속 구단의 눈치도 봐야 하고 본인의 컨디션 조절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을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박찬호 선수는 태극마크에 언제나 진심이었습니다. 그 무게와 책임감을 알기에 주장을 맡아 우리나라를 이끌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왔다는 농담도 있답니다ㅎㅎ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건 박찬호 선수가 얼마나 위대한 국가대표 선수였는지 모두 알기 때문이겠죠!) 박찬호 선수는 다른 것들을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았고, 오직 본인의 가슴에 달려있는 태극마크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통산 국제대회 성적이 2승 3세이브, 26.2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0.68입니다. 박찬호 선수는 태극마크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였고, 국가대표에 언제나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을 성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김연경 선수는 2014년 아시안게임부터 줄곧 큰 규모의 국제대회의 주장을 맡아왔습니다. 이전에 주로 김사니 선수가 맡아오던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것이죠. 그리고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주장 완장 내려놓았습니다.


김연경과 태극마크 / 이미지 출처 : 김연경 인스타그램


 김연경 선수 역시 박찬호 선수처럼 태극마크에 언제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어 대회 참여가 어려웠음에도, 소속에 양해를 구하고 우리나라를 위해 뛰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스포츠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은 국제대회 참가에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청난 연봉을 받으면서 소속팀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해서 부상을 입거나 하면 소속팀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연경 선수는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세계 여자배구 선수 연봉 1위의 자리를 유지했죠.

 우리나라 국가대표 팀의 김연경 의존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보듯이, 김연경 선수는 기본적으로 공격뿐만 아니라 리시브도 엄청나게 하죠. 또한 주장으로서 심판에게 항의도 해야 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팀을 이끌기도 해야 합니다. 역할이 과중되다 보면 힘든 티를 내거나 태업을 할 법도 한데, 김연경 선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죠. 태극마크에 언제나 진심이었기 때문에.


김연경 국가대표 관련 기록(FIVB 공식 집계 기준 경기 수) / 출처 : 나무위키


 이번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김연경 선수뿐만 아니라 김수지, 양효진 선수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뛰어주고,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준 3명의 선수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들 덕분에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선수 / 이미지 출처 : 김수지 인스타그램



풍선배구의 추억과 배구하기 좋은 날


 어렸을 때, 풍선 가지고 배구 놀이를 해본 기억이 한 번쯤은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책 같은 걸로 네트를 대신하여 중앙선을 표시해두고 풍선을 배구공처럼 상대방 쪽으로 넘기는 거죠. 처음에는 손으로 하다가 몸이 성장하고 손 힘이 세져서 풍선이 터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나중에는 손 대신 발로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축구 못지않게 배구도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한 야구와는 달리 배구도 축구처럼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보니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3번 만에 상대방 코트로 공을 넘기는 일이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랠리가 돼야 땀도 나고, 재미도 있고, 긴장도 되는데 공을 넘기는 것부터 안 되니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어서 배구하는 것을 금방 포기하는 경우도 많요. 하지만 최근에는 배구 룰이나 기본기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유튜브도 많고, TV에서도 배구 중계를 많이 해주니까 배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이론을 배우고 실전에서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실력이 쌓이고 재미와 흥미가 생길 겁니다.

 그리고 배구를 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도 전에 비하면 정말 많아졌습니다. 배구는 본래 실내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체육관이 없어서 밖에서 배구를 했습니다. 흙먼지 마시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배구공을 받아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실내체육관이 많아졌고, 전보다 배구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배구를 하게 되면 배구공은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꼭 괜찮은 걸로 사시기를 추천합니다! 품질이 안 좋은 배구공은 리시브나 스파이크를 할 때면 손목과 손이 너무 아파서... 배구를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답니다ㅎㅎ 진짜 아파요ㅠㅜ


누구나 한 번쯤 풍선으로 배구를 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배구 열풍을 이어갈 KOVO컵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동안 우리나라에는 축구 열풍이 불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이후 한동안 야구 열풍이 불었습니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이 끝난 지금 배구 열풍이 불 것도 같습니다.

 사실 여자배구의 인기는 이미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2005년 프로리그 출범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고(2020~21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평균 시청률은 1.093%(전국, 유료가구 기준), 남자배구 평균 시청률 0.745%,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 0.782%), 이 인기에 힘입어 한국배구연맹은 주관방송사인 KBS N과 6시즌 동안 총액 300억 원 규모의 방송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2021 KOVO컵 프로배구대회(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가 곧 시작합니다. 남자부는 8월 14일(토)부터 이미 시작해서 우승팀이 결정됐고, 여자부는 8월 23(월)에 시작합니다. 김연경 선수는 없지만(이번 시즌은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소속으로 중국리그에서 뜁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던 다른 선수들은 부상이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면 대부분 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들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 이번 컵대회에 임할 것입니다. 이번 컵 대회는 국제이적동의서 문제로 외국인 용병이 출전하지 않아 정규리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컵 대회는 김연경 선수의 국내 리그 복귀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는데, 이번 컵 대회는 올림픽 효과로 지난 대회보다 더 많은 분들이 보지 않을까 기분 좋은 예상을 해보면서 이번 대회 여자부 일정표를 첨부합니다.

 

이미지 출처 :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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