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른이 되어야 한다
먼저 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아들이 일찍 자서 가능한 일이니까요. 육아에 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고작 아들 한 명 키우는 아빠일 뿐이지만, 그래도 육아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서툴고 신기한 일 투성이라 글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들은 거의 하루 단위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기록하지 않으면 어제 아들의 모습을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육아 순간의 느낌과 기억을 글로 남겨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을 꺼내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니까요. 사진은 그 시절 아들의 모습을 불러오지만, 이 글은 그 시절 아들과 함께 하는 느낌, 생각을 불러올 테니까요.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으나, 신생아 시기의 육아는 너무나도 치열해서 제 시간을 거의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견뎠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도 한몫했구요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시작하고 싶어서 아들의 돌이 가까워오는 지금, 글을 시작합니다.
육아 관련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은 출산 전의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1. 마음먹기
‘결혼=출산’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됐죠. 결혼해도 자식을 낳지 않는 부부도 많아졌어요. 전반적인 인식도 많이 변했죠. 예전에는 사고 쳐서 결혼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수군거렸는데, 요새는 오히려 환영을 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임신과 출산이 귀해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저는 결혼을 하고 바로 아기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어요. 인생에 한 번뿐인 신혼을 즐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와이프랑 여기저기 놀러도 많이 다니고, 주말에는 집안일도 미루고 영화도 보고 드라마 정주행을 하면서 주말의 나른함을 즐겼습니다.
사실 아기를 가지지 말까 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양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처지다 보니, 저랑 와이프 둘이서 아기를 온전히 잘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컸거든요.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둘이 동시에 쓰기는 어렵잖아요. 경제적인 이유로 최소 한 명은 일을 해야 할 텐데, 남은 한 명이 온전히 아기 한 명을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만약 자식이 생긴다면 정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있는 부모가 되고 싶은데, 그럴 자신이 없으니 계속 임신 계획을 미뤘습니다. 그만큼 자유롭게 노는 것이 즐겁기도 했구요.
그러다 1년, 2년 시간이 지나고 진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다가왔죠. 누군가를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책임질 수 있을까... 물론 결혼할 때도 이 고민을 했지만, 와이프는 성인이라 큰 걱정 안 했거든요. 근데 자식을 낳으면 최소 성인이 될 때까지는 보호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니깐...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이 생기면 정말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와이프는 원래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당연히 자식에게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잖아요? 뭐부터 시작하면 될지, 어떤 것들을 하면 될지 주변 친구들한테도 물어보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정보의 홍수더라구요. 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너무 많더라구요. 그런 걸 다 챙기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서 정말 중요한 것 몇 가지만 했습니다. 엽산 꾸준히 먹기 같은 거.
가장 큰 문제는 회사였습니다. 회사의 스트레스가 집에 와서도 남아있는 거죠.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회사는 나를 왜 그 힘든 팀으로 인사이동을 시킨 건지 회사가 원망스럽더라구요. 작년에 시도했으면 좋았을걸... 작년에는 훨씬 더 편한 팀에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자꾸 드니까 또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최적의 시기, 최고의 시기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건강 검진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올해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 조절도 잘해서 좋은 몸 상태로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연초에 건강검진을 안 받고 미뤘거든요. 근데 결국 연말에 급하게 건강검진을 받게 되더라구요. 아, 연초에 몸 상태가 더 좋았던 것 같은데... 결국 더 좋은 시기라는 건 없다. 마음먹었으면 바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 번에 성공해서 끝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죠. 마음을 잘 가다듬고, 편안하게 순리대로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더라구요. 이미 아기가 있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막연히 부럽고, 불안할 때도 생깁니다. 한 번에 성공했다는 친구 말 들으면 왜 난 안 될까 라는 생각과 함께 자꾸 스스로 위축될 수도 있어요. 이럴 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구요. 부모는 어른이 되어야 하잖아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무너지면 안 돼요.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게... 알아요. 사실 저도 지난 일이라 이렇게 편하게 쓰고 있는 거지, 이걸 실천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한 후배들이 저에게 물어보면 저는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해줍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그 유전자가 자식에게 갈 수 있다고 믿거든요. 직장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으니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걸음씩 준비해보는 거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이잖아요. 그런 만큼 한 걸음씩 천천히 완성해간다고 생각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었습니다.
3. 딸바보가 되고 싶었지만...
아빠들을 보면 ‘딸바보’는 정말 많은데, ‘아들바보’는 찾기가 쉽지 않죠. 딸은 아빠한테 애교도 부리고 팔짱도 끼고 하는 것 같은데, 아들은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아빠와의 스킨십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죠. 저는 성별은 정말 상관없다고 와이프에게 말했지만, 굳이 고르라면 딸이 더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와이프 몰래 딸 낳는 민간요법들도 찾아보고 그랬어요. 몸이 피곤할 때가 좋다고 해서 일부러 잠을 덜 자기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 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사우나도 참 많이 갔습니다. 그런데 결국... 아들이었죠 ㅎㅎ
4. 예비 아빠들에게 드리는 팁
이건 쓸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출산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적어봅니다. 아빠가 되려고 하는 분들 중에 생각보다 정보도 없고, 준비가 부족한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팁 딱 3가지만 적고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엽산은 지금부터 드세요. 먹어서 몸에 해로울 것 없으니 일단 드셔 두는 것이 좋습니다. 3개월 전부터 먹으라고 하더라구요. 언제 마음이 바뀌고 언제 준비를 시작할지 모르니 그냥 일단 드시면 손해 볼 일 없습니다. 다음으로, 검진받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알아요, 다들 자신 있어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근데 막상 검진 결과 나오는 날 되면 은근히 떨려요. 혹시나..? 검진도 받아서 손해 볼 건 없다고 봅니다. 물론 비용이 싼 건 아니라서 엽산처럼 막 추천드리기는 어렵지만, 이왕이면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잖아요? 그러니까 검진을 받아서 혹시라도 조그만 문제가 발견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요? 최적의 유전자를 만드는 거죠. 마지막으로, 나는 '이제 어른이다'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숱한 고민과 결정의 순간들이 옵니다. 나중에 출산하면 정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오구요. 마음먹은 이상 이제는 피할 수 없어요.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안 돼요. 부모님이 결정해 줄 수 없어요. 내가 부모가 돼야 하거든요. 그리고 힘든 순간에 와이프를 잘 위로하고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해요. 나도 피곤하고 힘들지만, 더 힘들 와이프를 잘 챙길 수 있어야 해요. 굳건한 마음과 강한 체력, 꼭 필요합니다.
2021년이 밝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출산, 육아 모두 너무 힘들고 어려운 점들 많죠. 그래도 파이팅입니다.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고, 육아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기를... 2021년에는 아기들이 마스크 벗고 편하게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