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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루 Jun 24. 2020

나는 어제 퇴사했다

[나도작가다공모전] 나의 실패, 나의 두려움에 대하여

나는 어제 퇴사했다


'내일은 엄청 늦게 일어나야지'라고 맘먹은 어제와 달리 이른 7시에 눈이 떠진 나는야 퇴사인(人).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일을 했고 눈에 띄는 경력 하나를 가지지 못한 채 나왔다.

그런 내가 '실패'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회사도, 경력도 아닌 관계다.


회사도 사람이 다니는 곳이다. 그 속엔 무수히 많은 관계들이 존재하고 형태도 아주 다양하다.

당차게 회사를 나온 나에게 누군가는 '용기가 있다' 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도 실패했구나...'


나의 퇴사 소식에 가족들은 또?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은 벌써 세 번째 퇴사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쯤 되니 엄마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퇴사는 내 수많은 관계들을 겪어오며 내가 내린 방식이었다.



관계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회사라는 공간 이전에 우리는 아주 많은 관계들을 겪어낸다. 학교라는 공간이 가장 대표적이겠지.


나는 고등학생 때, 가장 믿고 아꼈던 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말했던 모든 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거짓말이었다. 지금도 왜 그런 거짓말을 나에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믿은 만큼 충격이 컸고, 지금도 그 후의 기억들이 선명하지 않다.

그 후, 그 친구를 멀리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니 되려 주변 친구들이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어떤 말들이 내 뒤에서 오고 갔는지 모르겠다.

분명 내가 모르는 오해들이 쌓이고 있었는데, 그럴수록 나는 입을 다물었다.


'왜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왜 내 입장은 들어주지 않아?' 라며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나의 고교시절이 끝이 났다. 사실 그 말을 해도 뭐가 달라졌겠냐만...


그 이후부터 나는 줄곧 여러 관계 속해서 멋대로 확대 해석했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먼저 멀어졌다.

이것이 어쩌면 내 실패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실패의 다양한 형태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 세 번의 회사를 보내며 나는 상처를 받고 울기도 하고, 싸워도 보고, 입을 다 물어보기도 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인지 실패는 끊임없이 형태를 바꿨다.


한 두 번은 '내 잘못인가?' 하며 나를 탓하는 감정이 되었고, 세 번, 네 번... 여섯 번은 원인을 볼 수 있는 힘으로, 열 번째에는 덤덤함으로, 스무 번 째에는기대하는 감정으로... 점점 변했다.


나이가 드는 건 경험이 쌓이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 경험 덕분에 많고 많았던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어떤 선택이든 점점 명쾌해지는 것이겠지.


하지만 역시, 관계 안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관계는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정답이 없다.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내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선택을 한다. 불필요한 관계들을 정리하고 앞으로를 기대하는 일. 그것이 내 방식이었다. 그러니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실패했구나... 다음번엔 괜찮아지겠지?'



나의 고마운 사람들


회사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됐다. 회사도 삶이기 때문일까...

내가 퇴사하니 친구들을 만나서 놀아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생겼다. 관계의 수많은 실패 덕인지 나는 항상 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표현하는 것에도, 고마움을 전하는 것에도.


역시 모든 일엔 완벽한 실패란 없다. 그 안에 꼭 남아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 말이다.


실패를 했지만 그 안엔 여전히 소중한 관계들이 있고, 얻은 것들이 분명히 있다. 퇴사를 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기대할 것이다. 더 나은 관계를 마주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드루(@hey_dru)

사용한 사진은 @druphoto_ 계정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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