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갈수록 선명해진다.

by 감자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20년이 흘렀다.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지만 그 세월 속에서 나는 수많은 선택과 경험을 했다.


옷 스타일은 열 번도 넘게 바뀐 것 같다.

화장법이나 헤어스타일 역시 그 시대에 유행이라고 하면 다 따라서 해봤던 것 같다.



나와 어떤 게 잘 맞는지 확신이 없을 때였고 그것이 유행이라고 하면 일단 따라 해보고 싶었다.




몇 해 전 퍼스널 컬러라는 게 나오기 전까진 입고 싶은 색깔의 옷들을 알록달록하게 입고 바르고 싶은 립스틱이나 쉐도우를 눈두덩이에 칠하고 다녔었다.

많은 경험과 퍼스널 컬러가 융화되어 이제는 나에게 어울리는 색상과 스타일링에 대해서 정리가 된 것 같다.








나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 먹고 나면 속도 아프고 두통이 오고 어지럽다.

스무 살 때쯤인가 홍초불닭이라는 닭발집이 유행이었다.

2004년도 고 3 때 수능 끝나고 친구들이랑 우르르 가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동대문에 들어가선 엽떡을 알게 되었다. 2006-7년쯤이었는데 그 당시엔 동대문에 본점 한 군데밖에 없었다.

시장 사람들에겐 스트레스 풀기용으로 딱 좋은 맵기였었다. 착한 맛? 이런 배려 따위는 없었다. 그냥 떡볶이는 한 가지 맛이었다. 그게 지금의 오리지널 맛인 것 같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매운 음식들을 좋아했고 그들과 어울리다 보니 나도 매운 걸 먹게 되었는데..

먹고 나선 항상 며칠씩 고생을 했었다.





지금은 매운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매운 음식을 먹으러 가는 길이면 나는 이야기하곤 빠진다.

모두가 다 너무 맛있다고 하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그런 건가 싶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좋아하지도 않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진한 화장이 어울리지 않는 것, 주렁주렁 달리는 귀걸이를 불편해하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느끼한 맛, 짠맛 같은 자극적인 맛보단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

미술전보단 사진전을 더 선호한다.

속눈썹 연장을 하거나 젤 네일을 하면 어딘가 답답하다. 바디로션이나 샴푸, 바디워시에 향이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동안 자기 계발서를 엄청 많이 읽었었는데.. 정작 즐겁게 읽고 선호하는 책은 심리의 관한 책들이었다.

성공하고 싶었던 열망으로 나는 '이러한 노력을 해서 어떻게 성공했다~'라고 말하는 자기 계발서를 나오는 족족 읽었었는데 사실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20년 가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을 하고 반복되는 실패를 하면서 어느샌가 취향이 선명해졌는데..

취향이 선명해지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고민의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것이다.




고민의 시간이 줄어드니 삶은 더 단순해졌다.

어느새 우왕좌왕하지 않고 나에게 잘 맞고 필요한 걸 선택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취향이 선명해질 때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소비와 시간을 낭비한 걸까..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엔 직접 다 겪어보아야 어떤 게 나와 맞는 것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매번 느끼지만 인생은 다 겪고 지나가서야 알게 되는 것 같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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