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by 감자

매년 연말마다 원자력 병원에 가서 정기 검진을 받는다.

2012년 여름 암수술 이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출석 도장 찍듯이 꾸준히 다니고 있다.



나와 이름이 똑같은 간호사 선생님을 13년째 만나고 있다.

이제는 나와 다른 이름을 가진 간호사 선생님이지만..




나는 2013년 1월에 개명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주대로 라면 서른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개명을 했고 나는 마흔 살이 되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약 냄새가 난다.

말로 똑 떨어지게 설명은 안되는데 특유의 약 냄새가 난다.

남편은 어떤 걸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본인은 커피 향 밖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입구 쪽 로비에는 작은 카페가 있다.





자궁이 좋지 않아 3년 전부터 고대병원에도 6개월마다 다니고 있는데 나는 이 약냄새를 원자력 병원에서만 맡는다. 참 희한할 따름이다.





오늘도 맡았다.

이 냄새.. 나는 어딘가 좀 불편하다.



여전히 병원엔 환자복을 입은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

만감이 교차한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지칠까..

얼마나 억울할까.. 나는 많이 억울했었다. 그리고 화가 났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반면에 다른 감정은

지금 이렇게 안 아프고 무탈하게 잘 지내는 게 나에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나는 더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욕심내지 말자.

아프지 않고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고 이렇게 사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잊지 말자.



검사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온다.

오늘은 11월 24일 월요일이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남편과 루틴대로 좋아하는 갈빗집에 가서 배불리 밥 먹고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잤다.


그냥 이렇게 안 아프게 쭉 살았으면 좋겠다.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하는데 사는 동안에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내 남편도 고통받지 않는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때 얼마큼 아팠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왜 기억이 안 날까.. 오래된 일이라서 그런가..’하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을 며칠 전에 알게 되었다.





김우빈 배우가 유튜브에 나와서 이야기 한 걸 보고 '아.. 저거였구나.' 싶었다.

그는 그때 당시 너무 아팠었는데 기억에서 지운 것처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날 보호하기 위해서 내 뇌가 그때의 시간을 지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살면 좋지.. 뭐, 좋은 기억들도 아닌데..





나는 공짜로 얻는 삶인데 왜 이렇게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건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건강한 게 최고다. 건강 잘 지키자. 건강말곤 다른 건 필요 없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이 제일 비싸다.

그 어떤 플랙스 보다 병원비가 가장 비싸다.......



나는 오늘도 플랙스를 하고 왔다.













금요일 연재
이전 04화10년 차 미니멀 라이프 호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