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제나 주연 Mar 24. 2020

[영국 코로나] 그건 옳지 않아!

런던 마틸다 뮤지컬


영국 사망자 수 만큼이나 나의 분노 게이지도 최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별일 아닌 일에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버럭버럭 화를 내게 되니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트리고, 미안했다가 속상했다가 짜증 났다가 내 안에 화가 차오르는 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펑펑 우는 아이를 껴안으며 아이를 다독이지만 마음이 풀리지 않는지 종일 날을 잔뜩 세운다.

나 역시 답답한 마음에 문을 박차고 산책을 나섰다. 습관처럼 놀이터로 향했고, 다행인지 영국도 코로나 영향으로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아이는 엄마에게 언제 섭섭했냐는 듯 그네를 타며 해맑게 웃어준다. 같은 개월 수에 비해 말문이 늦게 터지는 게 다행인지 말문이라도 터졌다면 속상한 마음이라도 털어놓았을 텐데... 마음을 표현할 수 없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을까 싶어 마음이 미어졌다.

그네에 매달려 종알 대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작년 런던에서 본 <마틸다> 뮤지컬 장면이 스친다.

That's not right!
(그건 옳지 않아)

<마틸다> 2막 오프닝 곡
 "어른이 되면" (When I grow up)
 객석을 향해 날아오르는 그네


https://youtu.be/33H3PyZ3OCw


씩씩한 어른, 용감한 어른, 참을성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들의 말들이 가슴에 비수로 꽂히는 것 같다. 어쩌면 아이도 지금 나를 향한 분노의 그네를 타며 복수를 준비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코로나19 사태에 영국 존슨 총리국민들의 생활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대책은커녕 공원에 몰린 시민들에게 공원도 위험하다며 [차단과 격리] 메시지만 던지며 권고만 하고 있는 영국 코로나 대책 뉴스가 어쩌면  나의 분노 게이지 상승에 한몫했는지 모른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며 영국 사람들의 사재기가 이제  조금씩 이해가 간다. 국민들은 정부에 무엇도 바라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사재기하며 코로나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이었다. 방역조차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대책도 없으면서 권유만 하는 영국 정부의 한계를 보고 있으니 아이에게 감정을 드러낸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셧다운 뉴스가 보도된 아침부터 거리에 차도 없고 한적하다. 태극기를 조용히 내 걸듯 옆집에서는 조용히 창문에 희망의 무지개를 걸었다.

Stay Safe, be Kind, Keep Smiling


마틸다가 자신의 초능력을 선생님에게 보여 주고 싶어도  발휘되지 않아 계속된 연습을 통해 더 큰 파워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나도 화를 다스리는 연습을 통해 아이에게만큼은 온유한 엄마가 되지 않을까? 집콕 생활하며 엄마도 초능력을 좀 연마해야 할 것 같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했던가? 코로나 19가 세상을 멈춰 세우며 잠시 멈춰 보라고 하는 것 같다.  오늘을 위해 아이와 무지개를 그려 본다.


희망의 무지개를 그리며 영국 코로나를 이겨내기를 바래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