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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May 04. 2020

[그림책 일기]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아이에게 관찰의 힘, 한 그루를 선물하자




사람들은 작은 화단, 한 뙈기 헐벗은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로 넘쳐흐르게 바꾸어 놓는다. 우리들의 눈은 위안을 받는다. 그곳이 바로 천국의 정원이다.

헤르만 헤세 -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중


초록의 계절, 5월이 시작되었다. [영국 코로나 다운 6주째] 모든 생활이 멈춘 시기 작은 정원이 있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꽃이 피고 잎이 자라는 즐거움을 느끼며, 토마토 모종을 심어 물 주고, 볕에 내주며 모종이 자라는 즐거움을 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정원에서 보낸다. 땅이 품고 사는 개미, 공벌레, 달팽이도 보고, 하루 종일 퍼붓던 비가 쑥쑥 식물을 키웠고, 바람에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함께 본다. 아직은 나무와 꽃이 이쁜지 알 턱이 없지만 꽃이 피고 입이 자라고, 작은 모종이 과일을 맺는 과정을 보며 자연이 선물한 시간의 변화를 느끼는 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며 꼬마 정원사 사계절을 기록해 본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이유는 대부분 책 읽기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서 또는 아이의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 또는 영어 강화를 위해서, 예술적 감각을 위해서 엄마의 위로를 위해서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존 버닝햄 사계절을 읽으며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지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을 아이에게 주입식으로 읽어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림책 한 장을 생활 속 한 장 사진처럼 발견하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다.  [생활 속 그림책 잇기] 그림책 일기를 통해  그림책 스토리텔링을 배우는 것이다




| 기다림을 배운다 


울퉁불퉁 멋진 몸매를 가진 멋쟁이 토마토를 만나기 위해서는 따뜻한 곳에서 싹을 틔우고, 봄볕이 찾아오면 정원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어 물을 준다. 곁순 따주기, 지지대를 세워주기 하며 꽃 피기를 기다린다. 방울토마토 심어 놓고 세상에서 가장 토마토를 낳으라고! 매일 토마토를 재촉한다.

방울 토마토 심기


  [사계절] - [작은 집 이야기] - [Trees]


존 버닝햄 사계절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넓은 창문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지는 영국의 평범한 풍경을 안개가 자욱한 영국의 겨울 모습을 담아내며 계절이 주는 느낌을 특징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어서 좋다. 평범한 그림책 한 장 속 봄이 생각이 난다.


 존버닝햄 사계절의 봄이 정원에 찾아 왔다.


|관찰의 힘이 생긴다


아이의 방 창문으로 큰 아름드리나무가 보인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이더니 봄이 되자 잎이 돋아나고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람쥐가 바삐 나무 타는 모습을 창을 통해서 본다. 책장에서 나무 책을 두권 골라 들고 나무의 차이를 찾아낸다. 크고 작고, 높고 작은 차이를 보며 자연이 아이를 키운다.


나무 이야기


|물 주기, 물 마시기의 중요성


영국 코로나 다운으로 외출이 쉽지 않자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아이가 재미를 못 느끼고  생활 리듬도 깨질까 나름의 루틴을 세웠다. 일어나 물 한 컵 마시기, 그리고 화분에도 하루에 한 번 물 주기를 정해주자. 매일 잊지 않고 물 주기 루틴을 지켜 나가고 있다.

 [도시의 마지막 나무] -[나무는 좋다] - [The My Heart ]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게 한다


연을 계속 보고 자란 모네는 자연이 어느 한순간도 그냥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빛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푸르기만 하던 입에서 보라색 꽃이 피고, 다음날은 또 사과나무에 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매일 정원 속 다름을 찾아낸다.


정원 일의 즐거움


|처음 맛보는 수확의 기쁨


파뿌리는 물에만 담가도 자라요! 어느새 뿌리가 내려 화단에 옮겨 심어 보았다. 쑥쑥 빠르게 자라나서 아이가 먹는 국에 잘라 넣어 낯설지만 수확의 맛을 보았다.



|잔디 깎기는 나의 일상


아빠가 일주일 또는 2주에 한번 잔디 깎는 모습을 보며 옆에서 똑같이 따라 해 본다. 잔디 깎기는 이제 자연스러운 본인의 일이 되었다.

꼬마 정원사의 일은 잔디 깍기로 시작한다.


헤르만 헤세는 정원 일을 통해서 자기의 내면에 가 닿기를 바랐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지친 자기의 몸과 영혼이 회복되기를 바랐다. 클로드 모네는 지베르니에서 수련을 연작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정원에 형형색색의 꽃이 필 수 있도록 43년의 세월을 정원을 가꾸며 살았다. 정원은 작가들이 애정 하는 장소였으며 그 장소에서 만난 나무며 풀이며 꽃들 그리고 계절의 감각은 고스란히 작가의 감각이 되었다.



최근 관심을 모으는 플랜테리어의 인기도 어쩌면 작은 공간 속에서 그린(Green)이 주는 식물이 주는 위로를 받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공기 정화 용도로 하나씩 집에 드려 놓던 식물들이 어느새 [반려]라는 수식어를 달며, 반려자, 반려동물 사람에서 동물로, 그리고 식물로 반려식물을 말하며 환경의 변화에 새로운 트렌드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엇이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푸르른 5월 아파트 작은 베란다에 토마토 한그루 심어 수확의 기쁨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나의 정원에는 내가 평생 추구하던 물과 빛과 색이 있네 내가 그토록 여행을 하고 야외로 나갔던 이유기도 하지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네...
 나의 정원에 다 있으니

모네 수련 연작 작품집

파리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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