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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Jul 01. 2020

런던은 걷는 게 좋아 2

[런던 킹스크로스]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드윅


영국 코로나 봉쇄조치로 집콕 생활한 지 100일 되는 날, 그리고 오늘 101일 7월이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 100일째 되는 날 아이가 위험한 고비를 잘 넘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 준 것에 감사한다는 의미로 백일상을 차린다. 삼신에게 감사의 뜻으로 쌀밥, 쇠고기 미역국, 정화수를  얹어 백일 상을 차려 놓아둔다. 아기의 장수를 빈 후 그 밥과 국을 먹는다. 백일 사진 남기기 위해 아이를 꽃단장시키며 배냇머리 깎아 간직한 후 아이의 성년식 날 준다. 부모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이란다. 백일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명주실과 떡이다. 명주실과 백설기는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고, 수수팥떡은 팥의 붉은 기운이 액을 막아준다고 하여 빠지지 않고 백일상에 올린다. 음복 후 이웃들에게 돌리면 백일잔치를 끝낸다. 아이를 낳은 엄마의 첫 이벤트인 샘이다. 요즘은 백일사진 기념 촬영으로 백일 보내는 모습이 집집마다 다르기도 하다.


아이의 백일처럼 축하할 일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와 싸우고 영국 코로나 봉쇄령으로 집콕하며 나와의 싸움으로 100일을 잘 견뎌낸 것에 대한 축하이다. 영국은 100일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족과 개인에겐  코로나 시대 가족 백일 사진첩 하나씩 생기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나에겐 쓸모 있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 위해 백일 동안 집에 갇혀 밥만 하다 늙어 버린 어른의 우픈 실화극 사진첩이 남았다. 우리는 백일을 기념해 아침으로는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 먹고, 백설기 대신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Take a way 해서 저녁 피크닉 하며 백일 동안 수고한 우리에게 작은 보상을 해 주었다. 아이에게도 태어나 처음 맛보는 밀크셰이크 맛을 보여 주며 건강하게 보내준 아이에게 고맙다 인사했다.


100일을 버텨내고 보니 영국은 며칠 후면 코로나 봉쇄령 해제 되고 상점, 박물관, 호텔들이 문을 열어 드디어 코로나 이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6월 말부터 7월 초, 영국 윔블던 일대는 챔피언 쉽으로 떠들썩하다. 윔블던 역부터 윔블던 파크까지 일대 상가마다 데니스 데코로 경기의 흥을 돋운다. 매해 윔블던 경기 시작하기 전 윔블던 빌리지 상점들 데코 구경만으로도 즐거웠다.


코로나로  2020 윔블던 챔피언쉽이 취소되어 전 세계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국인들의 사랑하는 테니스 경기를 올해는 볼 수 없게 되었고, 매년 윔블던 챔피언쉽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선물을 모으는 재미도 손꼽아 기다려온 2주의 마을 축제가 사라져 주민들은 상심이 크다.


2019년 윔블던 챔피언쉽에 들뜬 윔블던 빌리지 모습

윔블던 챔피언쉽 기간은 하이스트리트와  런던 그래너리 스퀘어(킹스크로스 일대)  전광판으로 경기를 생중계해 준다. 광장에 앉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영국인들의 테니스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테니스 경기룰을 1도 모르는 나 조차도 작년 윔블던 우승자 조코비치와 테니스 황제 페더러 단식경기는 넋을 놓고 봤으니 말이다. 영국에 살다 보니 현장감 때문이기도 하고, 테니스 서머스쿨을 비롯해  곳곳에서 배울 곳이 많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운동 중 하나가 되었다. 자꾸 보니 배우고 싶어 진다.


킹스크로스 역과 세인트 판크라스 역 일대 리젠트 운하에서 윔블던 챔피언쉽을 즐기는 인파




파로 드글거리던 곳은 어떤가 하고 인터넷을 찾다보니 킹스크로스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콜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 입구에 보이는 그래너리 광장(Granary Square) 사진이었다. 이곳에 야외 수영장이 생겼어? 하고 자세히 보니 바닥에 그려진 현대 미술 작품 수영장이었다.


영국 최고 디자인학교 센트럴 세인트마틴 스쿨 광장


센트럴 세인트마틴 스쿨은 영국에서도 디자인 학교로 유명한 곳이며, 이 광장은 여름이면 아이들이 분수대에서 물놀이하며 여름을 즐기는  곳이다. 코로나로 분수대가 멈춰 있자 이곳을 지나는 이들이게 분수대의 시원함을 대신하기 위해 가상 수영장에 풍덩 빠져 여름을 보내라는 의미의 예술작품을 설치한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풍덩 뛰어들고 싶을 만큼 시원해 보인다. 비록 예전처럼 시원한 물놀이는 못하지만 수영장 사진과 다양한 바닥 예술작품 구경하며 산책하기 좋을 것 같았다.


길거리 포스터 짧은 문장에 감동받고, 갈 곳 잃은 행인들의 발걸음을 쉬어 갈 수 있게 하는 예술가들의 위로, 데믹 시대에 여름휴가 떠나기 힘든 우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주는 것 같다. 팬데믹으로 런던 거리는 사람들이 사라진 눈먼 도시와 같더니 예술가들이 그 거리에 꽃길을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세운다.

독일 아트스트 작품


영국 런던 하면 스트리트 아트와 공공 산업 미술이 워낙 유명하다. 쇼디치, 브릭 레인 일대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그들의 아틀리에와 더불어 실험적이고 자유분방한 현대 예술을 전시하는 갤러리들이 생겨 나게 되었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미안 허스트도 스트리트 아트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 벽돌공장과 타일공장이 있었던 자리에 이름을 따온 브릭 레인, 뱅크시, 스틱과 같은 그라피티 작가들의 작품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런던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새로운 예술이 유행하고, 이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버려진 지역이 핫플이 되고 있다.


토마스 헤더윅 프로젝트 작품 [키스하는 지붕]


[석탄을 내려놓은 마당]이라는 뜻의 콜 드롭스 야드는 석탄 저장 창고로 쓰였던 이곳이 핫플이다. 살아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영국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드윅(Thomas Heathwick) 프로젝트이다.  토마스 헤드윅은 런던을 대표하는 둥근 빨간 이층 버스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토마스 헤드윅이 두 개의 낡은 건물을 키스하는 지붕(Kissing Roofs)으로 이어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구조물로 엮었다. 가구 조명 디자이너 톰 딕슨의 쇼룸과 영국 향수 브랜드와 디자인 가구와 핸드메이드 안경점과 같은 희소성 있는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일반 쇼핑몰과 차별화를 둔 것이다. 키스하는 지붕 밑 대형 공간에 삼성전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가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스토어에 앉아 광장을 내려다보는 뷰가 멋지다.



https://g.co/kgs/hw9R3p


런던 킹스크로스 일대 추천하는 런던 커피점 [르 카페]


콜 드롭스 야드 쇼핑몰은 탁 트인 광장에서 아이는 토마스 헤드윅 작품인 스핀 체어에도 앉아보고 여기저기 아트적 요소가 많아 자주 찾게 된다. 나에게 빠질 수 없는 런던 커피 투어의 즐거움까지 주는 곳이다.  LE CAFE(르 카페)는 파리가 본점이고, 런던에는 이곳이 유일하다. 르 까페는 타 매장에서 마실 수 없는 예맨 드립 커피를 마셔 볼 수 있다. 가격이 좀 사악하다. 드립 시그니처 커피가 3.5파운드(5천 원), 예맨 드립은 15파운드(2만 원) 호텔 커피값 보다 비싸 가격에 헉 놀라지만 색 다른 맛에 희소성이 더해져 좋아한다. 커피 한잔 값으로 지불하기 비싸지만 르 카페에 가면 작은 사치를 부리고 싶어진다.


런던 르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운하를 따라 아이와 산책하는 코스도 지금 같은 날씨에 좋을 것 같다.


그래너리 스퀘어- 개스홀더 파크까지 운하따라 걷기

아이와 걷다 그래너리 스퀘어에 앉아 강 따라 지나는 배들을 구경하며 쉬어도 좋지만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서점 [워드 온 더 워터 서점 Word on the water] 만나게 된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서점에 들어가 그림책 코너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들고 바닥에 철버덕 앉아 책을 보기도 한다.


 3개월 참고 지낸 쇼핑을 즐기며 탁 트인 광장 현대미술을 보며 아트 수영장을 즐기며 영국의 환상적인 날씨 이제 즐겨 보고 싶다.


런던 서점 [워드 온 더 워터] 물 위에 떠 있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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