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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Mar 05. 2020

런던은 걷는게 좋아 1

[런던 템스강] 여왕의 산책


런던은 쉴 새 없이 나를 매혹하고 자극하고 내게 극을 보여주며 이야기와 시를 들려준다. 두 다리로 부지런히 거리를 누비는 수고만 감내하면 아무것도 걸리적거릴 것이 없다. 혼자 런던을 걷는 시간이 내게 가장 큰 휴식이다.                                                                             
                                                                                    -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중에서 -



짧은 휴가로 찾았던 런던 여행은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였다. 그녀가 매일 걸었다는 런던 부두, 템스강, 세인트폴 대성당, 런던의 한적한 주택가를 걸으며 그녀의 런던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찾는 길은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위치한 산책
더 퀸즈 워크(the Queen's walk)


"여왕의 산책" 런던 아이에서 타워 브리지까지 걷는 산책이다. 런던 아이, 런던 타워, 테이트 모던 등 웬만한 런던 명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잘 알려진 곳이고 많이 찾는 곳일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도 매일 걷고 사랑했던 곳, 지금 나에게는 아이와의 자주 찾는 산책로. 풍경은 분명 그대로 일 텐데 지금껏 보지 못한 거리의 풍경들을 다시 만난다. 이제야 난, 제대로 천천히 자세히 여왕의 산책로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템스강을 바라 보며 커피 한잔 마시는 행복
아이 함께 하나씩 만지고 보고, 서두를 필요 없다




런던을 2번 다녀 간 조카에게 물었다. 런던 오면 어디 가고 싶어? 한국 가니 가장 생각나는 게 뭐야? 한결 같이 런던 아이였다.

런던 여행의 시작도 런던 아이였고, 매일 저녁 집으로 오기 전에도 런던 아이(주빌리 가든)에서 시간을 보내야지만 집으로 오곤 했다. 사실 주빌리 가든 플레이 그라운드는 집으로 돌아오기 싫은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나 역시 해 질 무렵 템스강과 어우러진 런던아이를 보고 있자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고 이것이 행복이지 싶을 때가 많았으니 말이다. 조카와 함께 잔디밭을 뛰어놀던 한 여름밤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4년 만에 한번 있는 2월 29일이다. 삼일절도 의미가 있는 날이겠지만 보너스 같이 주어진 오늘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템스강 산책로를 걷고 왔다.




자연 친화적인 통나무로 만든 런던 놀이터
주빌리 가든 놀이터



놀이터에서 목마를 타고, 나무통을 기어오르고, 미끄럼틀을 몇 번을 내려와야지 오늘 산책이 시작된다. 맑은 날이었다면 친구들 노는 모습 보느라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남편은 놀이터에서 잠깐 놀걸 동네 놀이터에서 놀지 힘들게 거기까지 차비 쓰고 기차 타고 힘들게 가냐고 한다. 나도 아침 먹고 간단히 간식 챙겨 어슬렁 걸어 나와 가던 동네 놀이터에 아이를 풀어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네 놀이터도 10번 가면 지겨운지 잘 놀지 않고 다른 놀이를 찾는다. 그래서 어차피 나도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놀이터 투어를 나서는 것이다. 던의 놀이터는 동네마다 시설이 다양하다. 동네마다 놀이터 테마가 있고 색다른 시설들이 하나씩은 있어서 놀이터 투어 다닐 맛이 난다. 그래서 런던 놀이터 투어도 새롭고 재미나다. 


런던 아이 보며 회전목마 타기

세상에서 가장 빠른 회전목마


놀이 기구 타는 걸 좋아하지 않아 어릴 적부터 놀이동산을 간 적이 별로 없었다. 연애시절 연인끼리 갈 법도 한 곳을 간 적 없고, 촌스럽게 기구도 못 타냐 하겠지만 기구에 오르면 현기증에 메스꺼움이 생긴다. 아이에게 엄마가 못 탄다 하지 못하게 조르는 아이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타고 내려오면 다리가 하루 종일 후덜거린다. 너무 좋아 바둥거리는 아이를 잡느라 온몸에 힘들 주어서 인지 메스꺼움은 어느새 잊는다.


원래 기구를 못 타서 회전목마가 이렇게 빠른지 알았다. 알고 보니 조카는 자기가 타본 회전목마 중에서 최고의 회전목마라는 것이다. 안전벨트 하나 없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이라니?! 그 무서운 회전목마를 연속으로 2번 타고야 내려올 수 있다. 이 녀석도 알까? 회전목마는 원래 이렇게 빠르지 않다는 걸?


평생 타지 않던 놀이 기구에 나를 앉힌 아이

아이 덕분인지 이젠 나도 놀이동산 갈 수 있겠다


OXO타운 와프 네로 커피 한잔 마시고 집으로 가자



지난 피드에 소개한 사우스뱅크 센터에 들러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고 나면 낮잠 시간이 된다. 유모차에 눕혀 조금 걷기 시작하면 아이는 잠이 들고 그때부터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이 길을 걸어 테이트 모던 루프트탑에서 세인트폴 대성당을 바라보며 마시는 플렛화이트를 한잔 마시고 싶지만 오늘은 흩뿌리는 비 때문에 OXO타운 와프에 들러 템스강을 바라 보며 커피를 마신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고 서둘러 집으로 향해도 난 오늘이 아깝지 않다. 보너스 같은 4년만에 오는 2월 29일의 하루를 아이와 함께 이곳을 걷고 이렇게 플렛화이트 한잔 진하게 마시지 않았는가!




02. 구석구석 런던 유모차 산책

주빌리 가든 플레이 그라운드 - 사우스뱅크센터 - 국립극장 - 사우스뱅크 북마켓 - 가브리엘 와프 - OXO 타운 와프 - 테이트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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