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엔 눈 소식은 없고난데없는 겨울 태풍에 며칠 비바람이 거세다. 비바람을 뚫고 오늘은 집을 나서야 하는 이유가 있다. 템스강변에 위치한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에서이매진 칠드런 페스티벌(Imagine Children's Festival)을 하프 텀동안진행하기때문이다.
사우스뱅크 센터는템스강을 따라 런던아이를 지나 타워브리지로 향하는 산책로에 보이는 노란색 건물들이다!여름이면 야외분수대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가족과 어린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이벤트가많아서 홈페이지에서일정은 확인해 봐야 한다. 그리고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열리는 푸드마켓에서 세계 다양한 음식도 가볍게 즐길 수도 있고 키즈 메뉴도 있으니간식먹고 쉬어 가기도 좋다. 사실 내가 자주 찾는 이유는 챙겨 온 도시락을 먹이고,가족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다.
사우스뱅크 센터는 로열 페스티벌 홀, 퀸 엘리자베스 홀, 퍼셀 룸, 헤이워드 갤러리를 합쳐 부르는 런던 복합문화공간
비가 잦은 겨울엔 로열 페스티벌 홀 5층에 위치한 시, 문학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된다.어린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그림책도 읽고 엄마도 쉬기 좋은 넓은 공간이다.금요일 오전이면 라임타임(노래와 율동) 시간이 있어 엄마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니지나가는 길 잠시 둘러보아도좋다.
시, 문학 도서관답게 어린이 시집이 눈에 띈다
러그 라임타임이 금요일 오전 시간에 진행
헤이워드 갤러리는 런던의 숨은 현대 미술관 중 하나인데 비가 오는 날이면 들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갤러리에서 전시도 함께 즐길 수있는 특별한 곳이다.
퀸 엘리자베스 홀 바로 뒤편에 위치한 헤이워드 갤러리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에서는 매년 2월, 이매진 칠드런 페스티벌(Imagine children's festival)을연다. 올해가 19회째로 하프 텀동안 어린이들을 위한 뮤지컬 마술 공연, 음악, 전시, 댄스,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겨우내 활동이 많지 않아 따분할 수 있는 시기에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이다.
요즘 아이가 자동차, 공룡, 사파리 동물 등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라서 그런지 어딜 나설 때면 장난감 하나씩은 꼭 들고 나선다.페스티벌 전날부터 공룡을 많이 볼 수 있는 동물원 간다고 얘기를 해서 그런지 오늘은 트리케라톱스 친구와 함께 나섰다. 공룡 동물원(Dinosaur Zoo)이라니? 요즘 같은 시기에 사람 많은 곳 가기 부담스러웠지만 공룡 박물관이라니 이걸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아 비바람을 뚫고 2일이나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축제기간 동안 매일 가도 좋았을 것 같다.
1. 에르스 공룡 동물원 (Erth's Dinosaur Zoo)
3살 이상부터 공연 관람이 가능하기도 했고, 공연을 아직 본 적이 없어서 비싼 티켓 구매하고 버릴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었다. 기대 이상으로 50분 공연 동안 초 집중하는 아이를 보고 다음날도 다시 본 공연이었다. 어린이 공연이라별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역시 공연의 도시 런던 답게 공연에서 디테일이 느껴졌고, 공룡의 숨소리와 공룡의 섬세한 움직임을 보느라 지겹지 않은 공연이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연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아이가 손을 번쩍번쩍 들며 무대 앞으로 본인도 나가겠다는 아이를 간신히 말렸다. 공연의 내용을 기억할 수 없어도 형과 누나들이 박장대소하고 손을 들어 참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좋구나 싶었다.
2. 샤샤와 함께 떠나는 보물 탐험
(The Quest for the Treasure Chest with ShayShay)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하루 2회 무료공연으로 여장을 한 배우들이 바닷속 탐험하는 얘기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풀어내는 데 아이의 엉덩이가 들썩이며 웃고 춤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공연이었다.
3. 대형 분필 보드(Giant Chalkboard)
분필 가루가 풀풀 날리고 손과 옷이 하얗게 묻어나도 누구 하나 야단치는 부모가 없다. 대형 분필 보드 위에 드러누운 아이를 도와 그림을 도와주고 함께 놀이를 즐기는 부모밖에 없다. 아이에게 이렇게 해봐? 지시할 필요 없이 몇 분의 탐색 끝에 몸을 던져 드러누워 그림을 완성해 갔다.
재밌게 즐기라고 데려간 곳에서 난 내심 저 분필가루 입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옷 저거 어쩌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아이에게 자유롭게 놀라고 말하며 엄마인 내가 더욱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 별것 아닌 아이템인데 누구 하나 거리낌 없이 아낌없이 몸을 쓰고 놀 수 있게 하는 것도 페스티벌의 힘이다. 그날 대형 보드판에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의 꽃이 활짝 피어 어디에도 없는 정원을 꾸며 나갔다.
4. 사운드 핏(Soundpit)
사운드 핏은 12월 행사 오픈 때 찾아와서 체험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 어린이 축제 기간에도 진행을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그래픽이 모래를 비추고 자신만의 동작으로 사운드 플레이해 나가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6가지 컨셉트의 모래 플레이존에서 손으로 느끼고, 그래픽의 변화로 몸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경험을 한다. 처음에는 촉감을 어색해하더니 어느새 흩어지는 그래픽에 소리에 신기한 듯 춤추며 즐겼던 곳이다.
일반 놀이터에 있던 모래가 그래픽과 음악이 만나니 다른 놀이로 변신한 사운드 핏 프로그램이었다.
바닷속에 풍덩 빠져서 물고기와 함께 놀며 손으로 잡기도 하며 손낚시의 맛을 알게 된 날
파이프 속에서 세모 연기가 피어나고, 연기가 네모로 변하며 도형의 변화를 다양하게 보여줌
5. 야외광장 게임(Outdoor Games)
- 발 그림(footprints)을 따라가다 보면 물, 태양, 바람 등과 같이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을 심볼화 시켜 지구 에너지를 재미나게 만드는 방법을 게임으로 만든 라인 드로잉을 볼 수 있다. 사우스뱅크 센터 곳곳에 Eath Activity Trail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아이들 스스로 지구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도록 부모들에게 체크 보드를 건네 주기도 한다.
일부 무료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유료 공연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참가비 별도 없이 원하는 공연을 2만 원 내외로 볼 수 있어 돈이 아깝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아이에게 조금 이른 공연이라 생각했던 엄마의 걱정과 달리 아이들이 관심 가지는 것에는 시기와 단계란 것이 없다는 걸 느꼈다. 흥분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기까지 진땀을 흘렸지만 퇴근시간 붐비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기차역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