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12

탄자니아 두 번째 여행!_이링가 1탄!

by JUNHEE

탄자니아에 살다 보면, 여행은 더 이상 '특별한 일탈'이 아니라 삶의 결을 살짝 비껴 가보는 일이라고 생각이든다. 익숙한 풍경에서 몇 시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내가 서 있던 자리와 시선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 알게 된다.


이번에 소개할 여행지인 이링가는 탄자니아에서 쌀쌀한 공기를 품고 있는 도시로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링가를 가기 위해서는 내가 거주했던 다르에스살람에서 약 8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것이 신기했던 나는 버스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여유로움을 머금 채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얼마 안돼서, 사진과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이 각종 간식과 음료를 잔뜩 들고 버스 승객들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옆좌석에 현지인 분이 여러 종류의 간식을 사줬는데, 탄자니아에서 한국 시골의 정을 느꼈었다.


이링가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탄자니아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 이시밀라였다. 석기시대 유적지이자, 수천 년의 시간이 바람과 물에 깎여 만들어 낸 거대한 바위 기둥들이 끝없이 늘어선 곳. 말없이 서 있는 돌기둥들 사이를 걷다 보니, 가이드님의 설명보다 먼저 내 감각이 반응했다. 인간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자연의 작용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곳의 풍경은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무너지고, 깎이고, 다시 형태를 이루는 반복 속에서 자연은 서두르지 않았고, 억지로 증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만의 속도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자주 조급해지고, 결과를 서둘러 붙잡으려 했던 내 삶의 태도를 떠올렸다. 어쩌면 이치란, 설명으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스며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루아하 국립공원에서 사파리를 즐겼다. 울타리가 없는 자연 속에서 만난 동물들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보아온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은 관광객에게 보여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동물들이 자유로워 보였던 것은 단순히 공간의 넓이 때문이 아니었다. 각자의 역할과 리듬을 알고, 자연의 질서 안에서 무리를 이루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인간 사회에서 말하는 '자유'가 얼마나 많은 조건과 비교 위에 놓여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링가의 차가운 공기와 이시밀라의 침묵, 사파리의 느긋한 호흡은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졌다. 삶은 늘 무언가를 더 하라고 재촉하지만, 자연은 오히려 덜어 내는 법을 가르쳐 준다. 빨리 이해하지 않아도 되고, 당장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저 존재하며, 바라보고, 조화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는 사실을.


여행은 결국 새로운 것을 보는 일이 아니라, 익숙했던 나의 태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링가에서의 시간은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조금은 덜 서두르고, 조금은 더 오래 바라볼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여행이 끝난 지금도 종종 잊히긴 하지만 그래도 조용히 내 일상 한가운데에 머물러 있다.


작가의 이전글2026년에 쓰는 2018년 이야기_11